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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쿨
  • 2008.12.16
  • 1723
  • 첨부 1


이 글은 지난 12월 15일 대한변협이 변호사법 개정안으로 내놓은 '실무수습변호사 2년제'와 관련해 열린 심포지움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호사 업무의 선진화 방안]의 1부 < 로스쿨 변호사 실무수습 방안 >에 소개된 토론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도현 동국대 법대 교수는 변협과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내놓은 실무수습변호사 제도는 변호사 공급 통제의 일환이며, 발제자인 김기창 교수가 예로 든 영국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 또한 현실에 맞지 않다는 근거를 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 편집자 주 >



 
 
 
 
 
 
 
김 도 현  교수
(동국대 법대)

KimDoHyun.pdf
- 김도현 교수 토론문


신규 변호사의 품질 수준

사법개혁이나 법조양성 개혁안을 제출하고 토론하는 법조인들은 대체로 경력 10 년, 20 년 이상의 중견 법조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신규 진입 변호사들의 자질과 능력을 가늠해 보려는 경향을 가진다. 부장판사, 부장검사 또는 이와 대등한 경력과 경험을 구비한 법률가들은 신규 변호사들의 품질에 항상 불만을 가지고 “요즘 애들은 자질이 형편없어…” 라는 자조섞인 말로서 경박해지는 젊은 세대를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유능함을 은근히 내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막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법조계에 첫 발을 들여놓았을 때를 회고해보면 과연 지금의 신규 변호사들보다 그 자질과 능력 면에서 월등히 우수했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한 어떠한 입증도 이루어진 바 없이, 신규 변호사들의 품질 개량이 전제되지 아니하고는 “정식”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합리적으로 근거지워질 수 있을까? 지금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새로 법조계에 진입하는 신참 법조인들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할 때, 또다시 2 년간의 수습기간을 거쳐야만 시민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사건을 수임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제를 과연 달가와 할 것인가?

방금 눈높이를 이야기하였거니와 신규 변호사의 품질 수준은 그들로부터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 일반 시민의 눈높이 에 맞추어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다. 변호사들이 제공하는 모든 법률서비스는 법조인, 특히 중견 이상의 법조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시민들을 위한 것인 까닭이다. 일반 시민들은 그들이 일상에서 부닥치는 소소한 법률문제를 상담해 주고 처리해 줄 수 있는 소박한 수준의 변호사를 원할 뿐, 금융법 전문가, 기업법 전문가, 지적재산권 전문가를 바라지 않는다. 물론 우리 사회는 우수한 능력을 구비한 금융법, 기업법, 지적재산권 전문변호사도 다수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논하는 변호사는 막 법률서비스 시장에 진입한 신규 변호사이다. 이들에게는 일상적 법률문제를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사고할 수 있는 최소한 의 능력이 요구될 뿐, 수 년 동안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의뢰인의 말 한 두 마디만 듣고도 관련된 법적 쟁점을 훤히 꿰뚫을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요구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학전문대학원법에서도 그 목적을 “양질” 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라 했다. 이것은 수 · 우 · 미 · 양 · 가 중에서 “양” 정도만 되면 법률전문가로서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음을 입법적으로 선언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굳이 “수” 나 “우” 에 해당하는 법률전문가를 염두에 두고서는, 이미 법학전문대학원을 성공적으로 졸업하고 변호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들을 대상으로 또다시 2 년 동안이나 수습 기간을 거칠 것을 요구할 이유가 있을까? 발제자의 주장의 배경에는 모든 법조인은 부장판 · 검사나 대형로펌 구성원 정도의 실력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법조 엘리트 의식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무엇을 위한 규제인가

이러한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발제자는 수습변호사가 사법연수원 2 년차 시보와는 달리 연수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변호사임을 누차 강조한다. 국회에 발의된 변호사법 개정안에서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는 변호사 자격자임을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 제 4 조 제 3 호). 개정안에 따르면, 그럼에도 이들 변호사 유자격자들은 수습 기간을 채우지 아니하고는 변호사협회에 등록할 수 없고 따라서 변호사 직무, 즉 모든 소송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변호사법 제 112 조 제 4 호 및 제 3 조 참조). 변호사이면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이러한 형용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발제자는 이러한 난관을 수습변호사 채용은 본질적으로 “사적인 고용계약” 체결이며 수습변호사는 단독개업만 불가할 뿐 그밖의 모든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지로 수습하려 한다. 변호사 수습이 단독개업만 제한되는 “정식” 변호사와의 사적인 고용계약의 성격이라면 이 제도의 취지가 과연 무엇인지, 이 제도를 굳이 강제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더욱 의문의 대상이 된다. 신규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능력과 자질의 요청은 더는 이 제도의 합리적 정당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을 위에서 언급하였거니와 그렇다면 이 제도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변호사에게 취업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변호사 고용안정책이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다. 고용안정책이라면 구인 · 구직 · 취업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지 “수습-정식” 변호사라는 모순적 제도를 획일적으로 강제할 이유가 없다.

특히 신규 변호사 중에서 로펌이나 정부 · 기업 · 사회단체 등에 취업하는 변호사에 대해서는 수습제도를 실시할 이유가 없다. 지금도 로펌 등에서는 신참 변호사에 대한 강도 높은 현장학습(on-the-job training) 이 이루어지고 있고 적지 않은 수의 소속변호사들이 이 과정을 견디기 어려워 하고 있다. 강제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사실상 수습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이것을 획일적으로 모든 신규 변호사에 대해 강행할 이유가 있는가? 변협이 나서서 신규변호사를 공급해주지 않아도 인재가 필요한 로펌 등은 당연히 그에 합당한 보수를 주어 채용할 것인데 굳이 변협이 가부장적 온정주의에 입각하여 은혜를 베풀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로펌 등에 취업하지 못하고 개인 사무실을 막바로 개업하는 신규 변호사들을 위하여 수습제를 강행해야 한다고도 보지 않는다. 정규 대학교육 4 년,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3 년, 그리고 변호사자격시험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 단계에는 2,000 명의 소수정예만 입학허가되는 고난이도 경쟁시험의 관문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을 두고 시민들에게 일상적인 소소한 법률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는 법률서비스 무능력자라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혹시 그런 무능력자가 모든 과정을 요행히 통과할 수 있었다 해도 그 숫자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통계학적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만을 대상으로 수습을 실시하면 충분하다. 다만 신규 변호사가 자신의 무능력을 자발적으로 밝히면서 수습에 참여할 리는 없으므로 수습변호사제도가 아닌 변호사 재교육 · 연수 과정을 확대 개편하여 그 일환으로 시행하면 족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변협이 수습 또는 재교육 변호사의 보수 최저액을 정해서 강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개정안 제 61 조 제 3 항 참조). 변협이 정한 최저 보수액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액수보다 적다면 그것은 공식적인 착취에 다름아니다. 반대로 그보다 많다면 변호사 보수의 인위적인 끌어올림이 되어 결국 일반 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수습변호사가 이를테면 월 500 만원을 받는다면 이것이 모든 일반 변호사들의 보수의 마지노 선을 규정하게 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까닭이다. 또한 변협이 정한 최저액이 시장에서 정한 액수와 일치한다면 그저 고용시장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이런 생각을 시장맹신론이라고 비판할 지 모르겠으나 규제맹신론보다 시장맹신론이 더 위험하다는 입증은 아직 행해진 바 없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변호사 수습이나 재교육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개정안 제 63 조의 5 참조). 이제 판 · 검사 양성소가 아니라 자유직업인인 변호사 양성소가 되어버린 사법연수원에 연간 500 억 원 이상의 국가예산이 소요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식자라면 변호사 수습에 필요한 예산지원, 재산의 무상사용, 교육인원 파견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제안을 차마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편 발제자가 주장하는 또 하나의 수습변호사제도 합리화 근거는 변호사의 직역 확대이다. 기업 · 법인 · 정부 ·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수습을 하게 되면 이들 기관이 장래 당해 수습변호사를 정식으로 채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논지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나 문제는 누가 수습변호사의 지도관이 될 것인가이다. 현재 기업 · 정부 · 사회단체 등에서 사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법률가 숫자는 극소수에 그친다. 2005 년 현재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고용된 법률가 수는 모두 합쳐 79 명, 그리고 2007 년 현재 30 대 대기업에 고용된 한국변호사 수는 모두 합쳐 160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 중에서 경력 5 년 이상의 법률가만 따진다면 그 숫자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숫자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신규 변호사를 받아들여 지도하는 것을 달가와할 지도 의문의 대상이다. 지도관의 부족을 염려했던 탓인지 발제자는 “공동채용” 제도를 제안한다. 즉 상기 기관들이 단독 개업 변호사들과 공동으로 채용하여 수습을 담당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관은 결국 개업 변호사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수습은 사내변호사 수습이 아니라 개업 변호사 수습으로 그 성격이 변모하고 만다. 변호사 직역 확대는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구비한 충분한 수의 변호사 풀이 존재할 때 기존 송무시장을 넘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지 수습변호사제도라는 우회적 방법은 통하여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요컨대 발제자의 제안과 같이 전체 신규 변호사를 상대로 한 2년 동안의 실무수습제도의 강제는 어떻게 보아도 합리화할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무릇 일괄적 수습변호사제도의 유일한 그리고 실질적인 이유는 변호사 공급 통제(supply control) 에 있다. 발제자의 누차 부인에도 불구하고 토론자로서는 다른 이유를 발견하기 곤란하다. 발제자는 실무수습 채용을 확보하지 못하는 자에 대하여 대한변협이 수습근무를 어떠한 형태로든 마련해 주겠다는 일종의 “보장”을 하였으므로 이러한 의혹이 불식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국회에 발의된 변호사법 개정안에는 변협이 이들에게 “제한적으로 실무수습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개정안 제 59조 제 4 항). “제한적”인 수습은 무엇이며, 하여야 한다가 아니고 “할 수 있다”는 또 무엇인가? 결국 기존의 변호사 연수제도의 활용 외에 다른 어떤 것을 상상하기 어려우며 또한 실무수습기관을 확보하지 못한 신규 변호사가 변호사 등록을 하지 못하는 사태를 예견케 한다.

변호사시험과 함께 변호사실무수습이 변호사 공급통제의 기제로 작동한다는 것은 이미 사회학적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과거 사법시험이 그래왔듯이 변호사시험은 법률서비스 제공 능력을 선별하는 기능을 때로는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탈락자만 생산해낸다. 하지만 동시에 변호사실무수습도 변호사의 수, 성별, 인종, 계급을 걸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설혹 변협이 어떤 형태로든 신규 변호사 전원에게 실무수습을 전적으로 보장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기껏해야 기성 법조의 틀을 신규 진입자에게 강요하는 신참자 길들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영국과 우리는 다르다

발제자는 영국의 변호사 양성제도를 곳곳에서 참조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과 우리는 엄연히 서로 다른 제도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영국에서는 실무수습 2 년을 거쳐야만 솔리시터가 되어 솔리시터 명부에 이름을 등록할 수 있다. 이렇게 실무수습이 의무화된 이유는 중세 이래의 길드식 · 도제식 법률가양성전통에 주로 기인한다. 하지만 이런 전통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실무수습 대상자는 3 년의 대학 법학부 과정을 졸업한 후 1 년 짜리 법률실무교육을 받은 자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체 솔리시터의 25% 를 차지하는 비법학부 출신자라면 대학졸업후 법률실무교육을 받기 전에 1 년의 단기 법학교육을 더 이수해야한다). 영국에서는 대학입학부터 솔리시터 명부에 등재되기까지 6 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학부 4 년, 법학전문대학원 3 년만으로도 7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여기에 2 년의 변호사실무수습까지 이수해야 한다면 9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법조인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소요된다.

비교하자면 학부 졸업자를 대상으로 삼는 영국의 실무수습은 우리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에 해당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변호사 실무수습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 국가는 거의 예외 없이 학부 졸업자 수준을 수습생으로 받아들인다. 우리처럼 대학원 레벨의 법학전문대학원을 가진 나라 중에 변호사실무수습에 유사한 제도를 가진 나라로는 일본의 사법연수소 1 년 교육이 유일한 예외일 뿐이다. 더구나 일본은 기수자에 대하여는 단기코스로 법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한다는 사실도 참작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한 이상 변호사실무수습을 다시 부과하는 것은 비교법상 매우 비정상적 형태이다. 변호사 실무수습제를 도입하려면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폐지하고 학부 법학과를 부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유지한다면 변호사실무수습제의 도입을 단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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