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8-12-16   2876

“변호사 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너무 지나쳐”





이 글은 지난 12월 15일 대한변협이 변호사법 개정안으로 내놓은 ‘실무수습변호사 2년제’와 관련해 열린 심포지움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호사 업무의 선진화 방안]의 1부 [로스쿨 변호사 실무수습 방안]에 소개된 토론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성욱 판사(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는 수습변호사 제도는 변호사 되기 위해 지나친 시간과 비용을 강요하는 것이고, 실무수습기관들의 준비도 충분하지 않다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규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 편집자 주 >












김 성 욱  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


KimSungUk.hwp
– 김성욱 판사 토론문




Ⅰ. 글머리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간단히 ‘로스쿨’이라 함)제도의 도입으로 법조인 양성 체제가 획기적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제도를 비롯한 관련 제도를 어떻게 정립할지 결정되지 않은 채 로스쿨 제도만 도입됨에 따라 로스쿨 개원을 앞둔 이제야 후속조치들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 심포지엄 주제 중의 하나인 변호사 실무수습 방안도 그 하나라 할 수 있다.


발표자는 로스쿨 이후의 변호사 실무수습과 관련하여 영국과 유사한 수습변호사 제도

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면서 이에 관해 오해들이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수습변호사 제도의 도입은 대한변협의 입장으로서 최근에 같은 취지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정부가 제출한 변호사시험법안과 함께 논의 중이다.

수습변호사 제도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실무수습을 마치기 전에는 변호사 등록이 불가능하고 수습변호사로서만 활동할 수 있으므로 의뢰인 보호에 충실하다. 엄격한 요건을 갖춘 실무수습 기관으로부터 2년 동안 송무와 자문 업무 모두에 걸쳐 실무수습을 받게 되므로 변호사의 질적 수준이 상당 부분 담보된다. 수습기관 입장에서도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을 저렴한 비용으로 2년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식 채용 이전에 시용(試用)단계를 공식적으로 거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수습변호사 제도가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 정착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지, 과연 현실적으로 제대로 기능할지 의문이 든다. 이하에서는 발표자와 대한변협이 제시한 수습 변호사 제도에 대해 개인적으로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사항들을 지적함으로서 이에 대한 발표자의 의견이나 극복방안을 구하고자 한다.



Ⅱ. 수습 변호사 제도의 문제점


1. 정식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과다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


수습변호사 제도는 로스쿨 수료자가 정식 변호사로 활동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수습 변호사 제도 하에서는 로스쿨을 수료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누구든지 2년간 실무수습을 거쳐야만 정식 변호사로 등록하고 활동할 수 있다. 학부 4년과 로스쿨 3년, 남자의 경우 군복무 기간(2~3년)까지 고려하면 변호사로서 제대로 활동하는 나이가 그만큼 늦어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사법연수원 실무수습이 기초 실무교육과 현장 실무교육을 모두 포함하고 있음에도 그 기간이 2년이고 이 기간도 줄여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은 점과 실무수습을 의무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일본과 캐나다도 그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면 2년 동안의 (현장)실무수습 기간은 지나치게 길다. 실무수습을 위해 필요한 기간이 2년이기 때문이 아니라 충분한 실무수습 기관(채용주체)을 확보하기 위해 2년간의 고용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유는 주객이 전도된 논리이다.


또 정식 변호사와 구분되는 수습변호사라는 지위를 부여함에 따라 보수는 보편적으로 낮은 수준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여기에 높은 로스쿨 학비까지 고려하면 정식 변호사가 되는 데에 상당히 많은 비용(기회비용 포함)이 드는 결과가 발생한다.


더구나 수습변호사는 실무수습의 필요성이 적은 비송무 분야로 진출하려는 사람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따라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기업이나 행정부, 학계로 진출하더라도 변호사로 등록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거나 법률자문 등을 통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2년간 수습변호사 생활을 해야 한다.


수습 변호사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로스쿨 출신의 모든 변호사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이러한 시간과 비용은, 로스쿨 수료자의 사회진출을 과도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변호사 직역으로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물론 실무경험이나 교육이 부족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부터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수는 있으나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로스쿨 제도의 당초 설계와 맞지 않고 로스쿨 실무교육을 형해화할 우려


수습 변호사 제도에는 로스쿨 실무교육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로스쿨(법과대학원)을 ‘이론과 실무의 가교(架橋)’ 정도로 설계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로스쿨에서 실무교육도 충실히 이루어질 것을 상정하고 사법연수원에서의 실무교육을 예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기준에서도 이 점이 많이 반영되었다. 그래서 개별 로스쿨들은 많은 실무가 교원을 영입하고 각종기관과 실무협약을 체결하였을 뿐 아니라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로스쿨에서 교육을 받고 변호사시험까지 합격한 사람에게 2년 동안이나 다시 실무수습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것은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 역량을 무시 또는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거꾸로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을 형해화시킬 수 있다. 기존의 제도 설계에 따라 충분한 인적 물적 시설과 좋은 실무수습 프로그램을 갖춘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을 충분히 받은 로스쿨 수료생에게 2년 동안의 실무수습 강요는 지나치지 않은가?
수습변호사 제도가 도입될 경우 로스쿨은 실무교육을 소홀히 할 가능성은 없는가?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 로스쿨의 존재의의는 무엇인가?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든다.


3. 실무수습 기관 수의 부족


수습변호사 제도를 도입했더라도 이를 운영할 여건이 현실적으로 갖추어졌는지 의문이다.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이 충분한 수의 실무수습기관 확보 여부이다.


국회에 계류된 변호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변호사 사무실이 실무수습기관으로 되기 위해서는 ‘5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변호사 3인 이사이 함께 근무’하여야 한다. 기업이나 단체 등은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를 통해 수습변호사를 지도, 감독할 수 있어야 실무수습기관이 될 수 있다. 실무수습 교육과정은 ‘송무업무’와 ‘자문업무’를 모두 포함하여야 한다.


2012년 7월 기준 5년 경력 변호사는 약 8,300명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3인 이상이 함께 근무하는 개인변호사 사무소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2008년도 사법연수원 수료자중 비법조 직역 진출자가 100명 정도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법조경력 5년 이상의 지도변호사를 확보하여 수습변호사를 채용할 기업이나 단체도 충분할지 걱정된다. 더구나 ‘송무업무와 자문업무’를 모두 교육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실무수습기관 요건이 엄격한 상황 하에서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예상대로 매년 1500명 정도씩 배출된다면, 이들을 수습변호사로 고용할 수 있는 실무수습기관은 부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2012년부터는 당분간은 연수원 출신 변호사도 함께 배출되어 고용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발표자는 기존 법률사무소나 법원, 검찰청, 헌법재판소, 군사법원, 법률구조공단, 정부법무공단 등이 수습변호사 채용인원을 가급적 확대하고, 이른바 ‘공동채용’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두 방안 모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전자를 통한 수습변호사 채용인원 확대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의무화하기도 곤란할 것이고, 후자의 공동채용 제도는 생소하고, 기업이나 단독 개업변호사 입장에서 이러한 어정쩡한 고용관계를 선호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4. 대한변호사협회 주관 실무수습의 구체적 내용이 모호


실무수습기관 수의 부족을 대비하여, 변호사법 개정안에서는 대한변협을 보충적인 실무수습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무수습기관 인정 요건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엄격할 경우 실제로 상당수가 대한변협이 주관하는 실무수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대한변협이 주관할 이 실무수습이 어떠한 형태를 취할지가 모호하다. 이것이 집체교육이라면 기존 사법연수원 연수와 다를바가 없다. 변호사법 개정안 제59조 제4항에서는 ‘제한적으로 실무수습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따름인데, 과연 실효성 있는 실무수습이 이루어질 있을지 의문이다.


또 대한변협 주관 실무수습을 위해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고 더구나 개정 법률안처럼 보수를 지급한다면 결국 국가가 비용을 들여 변호사를 양성하는 셈이 된다. 이는 법조인 양성 주체를 민간으로 이양한 로스쿨 취지에 반하고 사법연수원생에게 월급을 주는 것과 같은 비난읋 받을 것이다.


5. 시법시험 존속 기간 중의 과도적 조치


발표자는 로스쿨 졸업자가 배출되는 2012년부터 사법시험 합격자의 선택에 따라 사법연수생으로 2년을 보내거나 수습변호사로 2년간 근무하게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시험 합격자들은 체계적인 법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법학부를 졸업하였더라도 로스쿨에서와 같은 실무관련 교육은 거의 받지 않고 이론 중심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예비법조인으로서 체계적인 실무교육이 당연히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사법연수원이 이를 가장 충실히 실시할 수 있는 노하우와 능력을 갖추었고 현장 실무수습으로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법연수원 교육에 문제점이 전혀 없지는 않고 발표자도 곳곳에서 이를 지적하고 있으나 그런 지적들은 다소 과장되었거나 현재 사법연수원 교육 내용과 평가방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 간과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본 심포지엄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는 문제라서 구체적인 언급은 생략한다.



Ⅲ. 마치면서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 시험까지 합격한 사람에게 추가적인 현장 실무수습이 필요할 수는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수습변호사란 ‘신분’을 부여하고 실무수습을 반드시 의무적으로 거치게 하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실무수습기관이 충분히 확보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2년 동안이나 실무수습을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제한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개인에 대한 의무부과나 자유 제한은 가능하다면 줄이는 것이 좋다.


따라서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시험을 합격하면 바로 변호사로 등록하고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되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는 일정 기간 단독 개업과 단독 수임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로스쿨 총 입학정원이나 인가 문제보다는 본 심포지엄 주제와 같이 법조인 양성 제도의 큰 틀을 어떻게 깔 것인가에 관련된 논의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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