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8-12-16   3879

변호사 되려면 9년이 필요하다는 대한변협

로스쿨 졸업 후 실무수습 2년 더 하자는 주장
15일 변협 주최 심포지움에서 비판 쏟아져

“2년 이상 수습 변호사 생활 안 거치면, 변호사 못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들에게 2년간의 실무수습을 거쳐야만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변협의 ‘수습 변호사 2년제’ 도입안에 따르면, 형사사건 변호인, 민사사건 대리인을 포함해 어떤 법률사무도 위임받아 처리하려면 ‘2년 이상’의 실무수습을 받은 후 변협에 등록해야 한다. 즉 수습변호사로 2년의 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변호사로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변호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5년 이상 경력을 갖춘 변호사가 3명 이상 있는 로펌이나 합동법률사무소에 수습변호사로 채용되거나, 공기업이나 정부, 지방자치단체, 법원, 검찰청, 법률구조공단 등에 수습변호사로 채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습기관에서 2년 이상 소송 및 자문 업무를 모두 경험할 수 있어야 하고, 수습기관들은 수습 변호사에게 일정수준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만약 변협이 인정한 수습기관들이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거나 여러 이유로 수습기관에 채용되지 못한 변호사(자격)시험 합격자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자체적으로 ‘보충 실무 수습’을 받을 수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도 지난 11월 27일, 같은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어제(15일)는 변협 주최로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호사 업무의 선진화 방안’이라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변호사 되려면 9년이 필요하다면 과연 누가?”

이런 수습변호사 2년제 도입 방안은,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한 변호사 배출 숫자를 2중, 3중으로 억제하는데, 특히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동기마저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김창록 교수변협이 주최한 심포지움에 토론자로 나선, 김창록 교수(경북대 법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는 지금의 법대 교육이 충실하지 못하고, 암기중심의 사법시험으로는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할 수 없다며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은 법대 4년과 사법시험 준비기간, 사법연수원 2년보다 교육의 질이 높을 것이라는 것이 기본전제가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김 교수는 변협이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 그 자체를 뿌리부터 흔들면서 변호사 시장에 대한 진압장벽을 높여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도현 교수(동국대 법학)도 변협이 예로 들고 있는 영국의 사례 또한 우리와는 다르다며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학부 4년을 거친 후 2년의 실무수습을 받고나서, 즉 6년 만에 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학부 4년에 법학전문대학원 3년, 즉 7년 만에 변호사 시험을 보게 했다. 그런데 여기에 또 2년의 실무수습을 더하면 9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럴 경우 과연 젊은 인재들을 변호사로 양성, 배출할 수 있을지 의문된다.

특히 대학 졸업 후 사회 각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수습 변호사 2년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3년과 변호사시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럴 경우 사회의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들을 변호사로 배출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취지가 사라진다.

변협 주최 심포지움에 참석한 김성욱 판사(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도 “실무수습변호사 지위는 낮은 임금으로 이어지게 되고, 사회진출 제약과 변호사 시장 진입장벽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매년 1,500명 정도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2년 동안 연수시킬 자리는 있나?”

김도현 교수변협의 수습변호사 2년 제도는 현실성 면에서도 문제 있다. 과연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자들 모두가 수습기간 2년을 보낼 곳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졸업자는 입학정원 2,000명중 낙오자를 감안했을 때 1,8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변호사 시험 합격자수를 통제하려고 하는 변협과 정부의 계획을 감안하면, 대략 1,500명 정도가 변호사 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매년 1,500명의 정도의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전국의 로펌과 법률사무소, 정부기관과 공기업, 법원 등이 2년 동안 웬만한 급여를 제공하면서 채용해 주어야 한다. 법률사무소의 경우는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가 3명 이상 있는 곳만 가능하다.

게다가 1년이 아니라 2년 동안 수습변호사로 채용하고 있어야하는 만큼, 다음 해에 배출되는 1,500명, 또 그 다음해에 배출되는 1,500명의 시험합격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수습기관이 충분하진 아주 의문스럽다.

수습기관이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으면, 대한변협이 ‘보충적’으로 실무수습을 시행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대한변협이 얼마나 되는 사람들을 2년동안 계속 수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수습기간 동안 일정한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 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로스쿨 실무교육을 껍데기로 만들 수도”

‘수습변호사 2년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에 대한 의구심과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의 역량에 대한 우려를 바탕에 깔고 있다.

김성욱 판사그러나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은 미국의 로스쿨의 설립기준보다 매우 높은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인가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의 로스쿨은 각각 6.6%와 31%에 불과하다. 즉 웬만큼 교육의 질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실무교육을 실시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물론 그 교육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현재 사법연수원에서 받는 교육 중 실무교육도 대부분 판사와 검사로서의 역할 연수에 치중되어 있고, 변호사 연수는 매우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이들을 사법연수원 수료자와 달리 2년 동안 수습기간을 거치도록 하자는 주장의 근거가 희박하다.

이와 관련하여 변협이 주최한 심포지움에 참석했던 김성욱 판사(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은 변협의 방안대로 실무수습변호사 제도가 실시된다면 역으로 로스쿨의 실무교육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습변호사 제도가 아니라 로스쿨 실무교육 강화와 현행 연수제도 강화가 바람직해”

물론 변호사, 특히 신참 변호사들의 실무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변호사 실무역량 강화의 방법이 신참 변호사들에게 ‘수습 변호사 2년(이상)’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실무교육이 충실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법학지식 암기에 치중하도록 하는 정부의 변호사(자격)시험 법안을 대폭 수정하여 시험암기 부담을 줄여 내실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이 가능해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변협 등 실무 법조계가 법학전문대학원들과 머리를 맞대 실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현행 변호사법(85조)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등록 변호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변호사 연수교육을 내실 있게 진행하는 것이다. 변호사법과 시행령은 대한변협은 연간 8시간 이상 소속 변호사들에게 연수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본교육 외에도 대한변협은 변호사 연수원을 세워 전문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연수교육과정 중에 신참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실무 연수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한다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신참 변호사의 실무능력 부족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방안들을 추진하지는 않고 현실성도 없고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통한 법률가 양성 배출의 긍정적 효과만을 줄여버리는 것이 대한변협의 방안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과연 대한변협의 주장을 옮겨놓은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주목할 일이다.

* 참여연대 웹사이트 관련 글모음
 

koreanbar.hwp
–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실무수습 관련 변호사법 개정안

leejooyoung.hwp
– 변호사법 개정안(한나라당 이주영 의원 대표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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