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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용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국회에서 법안 부결되면서 2012년 치러야 할 시험 새 국면…
원래 취지를 살린 새로운 법 내놓아야

3월 초 문을 열 로스쿨의 졸업생들이 2012년부터 치르게 될 변호사시험 관련 법안이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2월12일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로스쿨의 운명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정부도 새 법안을 내야 하고, 별 관심 없던 각 정당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돈스쿨’이라지만 장학금 제도 많아

사실 법안의 부결은 누구도 예상치 않았다. 본회의에 앞서 법안을 심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간에 별 논쟁 없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부결됐을까?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에 나섰던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을 들어보자. 강 의원은 정부안을 두고 “현행 사법시험보다도 과목 수가 더 적고, 훨씬 내용이 없는 시험”이라고 했다. 과연 그랬을까? 사법시험 1차 객관식 시험과목은 헌법, 민법, 형법, 선택과목 1개다. 하지만 정부의 변호사시험법안에서 1차 객관식 과목은 사법시험 네 과목에 행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이 더해졌다. 외워서 봐야 하는 시험과목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강 의원은 거꾸로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 의원은 “정부안대로 하면 로스쿨 3년 동안 수업은 하나도 안 듣고 학원 가서 시험공부만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앞에서는 시험과목이 적어 문제라고 하더니, 이번엔 학생들이 학원에서 시험공부에 매달릴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앞뒤가 안 맞는 말이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본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 218명 가운데 140명(반대 100명, 기권 40명)의 마음을 흔들어버린 것이다. 사실 의원들의 마음이 흔들린 대목은 따로 있다고 한다. “과거 사법시험이 가난한 천재들에게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데, (이런 로스쿨이 유지되면) 저 같은 사람은 도저히 변호사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변호사시험 법안은 변호사시험을 로스쿨 졸업생만 볼 수 있게 하는데, 비싼 학비가 드는 ‘돈스쿨’에 들어갈 수 없는 ‘가난한 천재’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강 의원의 주장은 ‘예비시험 도입’으로 이어졌다. 로스쿨을 다니지 않은 사람 중에 예비시험을 치르게 하고 그 시험에서 100~200명을 합격시켜 로스쿨 졸업자들과 함께 변호사시험을 보게 하자는 거다.

그런데 차분히 살펴보자. 대학에서 로스쿨을 설치하려면 ‘사회적 취약계층 특별전형’으로 뽑는 학생이 정원의 몇%인지 심사받는다. 인가심사 기준에서 말하는 이 계층은 ‘장애인 등 신체적·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계층’이다. 로스쿨 인가 경쟁에 뛰어든 학교들은 교육부가 요구한 5%를 넘어, 로스쿨 학생 전체 정원의 6%를 사회적 취약계층에 배정했다.
전체 학생이 2천 명이니 6%면 120명이다. 변호시시험 합격률을 80%라고 가정했을 경우 매년 100명가량의 취약계층 출신 법조인이 나온다.

반면, 합격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사법시험에 뛰어든 사회적 취약계층이 얼마나 될까? 혹여 있다 하더라도 그들 중 합격한 사람이 매년 100명이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예비시험은 ‘가난한 천재’에게 우호적일까

게다가 사법시험 제도 아래서는 부잣집 자식이든 가난한 천재든 시험 준비 비용을 모두 개인과 그 가족이 짊어지는 데 반해, 로스쿨에는 장학금 제도가 있다. 이 또한 로스쿨 인가 때 심사 기준이어서, 25개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 비율은 등록금 전액 대비 39%가량에 이른다. 전체 입학생 2천 명 가운데 800명가량이 무상교육을 받는 셈이다. 반액 또는 3분의 1을 지원받는 경우를 감안하면 수혜자는 더욱 크게 늘어난다. 물론 이 가운데는 성적 우수자도 있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이 주된 수혜층이다.

이에 반해 사실상 현행 사법시험과 마찬가지인 예비시험 제도의 부작용은 수없이 많다. 우선 각자 알아서 시험 준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합격에 몇 년이 걸릴지 모른 채 불투명한 미래를 걸고 예비시험에 뛰어들어야 한다. 합격자도 100~200명에 그쳐, 많은 사람을 합격시키는 ‘쉬운 시험’도 아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그것으로 끝도 아니다. 로스쿨 졸업생들과 함께 변호사시험을 봐야 한다. 이것이 과연 서민과 가난한 천재를 위하는 제도일까. 서민과 가난한 천재들을 위한다면 그들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닐까.

결국 의원들은 엉뚱한 논리로 정부 법안을 부결시킨 셈이지만, 사실 이번 법안은 또 다른 이유에서 부결되는 것이 마땅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는 변호사시험법을 제2의 사법시험으로 만들려는 정부와 법조인들의 숨은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시험과목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최대한 시험과목을 늘리고 시험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필연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저하로 이어진다. 결국 변호사 수 증가를 막으려는 의도가 깔린 셈이다. 로스쿨 졸업 뒤 5년 동안 3회만 응시 기회를 주는 것도,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위원 1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7명을 기존 법조인 몫(위원장 법무부 차관)으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스쿨은 교육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곳이지, 시험 준비 기관이 아니다. 헌법, 민법, 형법 같은 것만 공부시켜서는 법률 지식을 뛰어넘는 법률가로서의 소양을 갖추게 할 수도, 다양한 분야의 변호사를 배출할 수도 없다.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야 전문대학원인 로스쿨의 다양한 수업이 가능할 수 있다. 시험 부담이 클수록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돼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학생들이 로스쿨 수업을 팽개치고 학원으로 달려가면, 로스쿨은 황폐했던 법과대학의 모습이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좋은 변호사가 나올까. 사법시험 체제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로스쿨을 도입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시와 같은 프레임, 어려운 시험과 좋은 변호사?

물론 로스쿨 교육의 내실은 엄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래서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가 있고, 교육의 질이 로스쿨 인가 신청서와 비교해 떨어지면 인가 취소 등 제재를 할 수 있다.

이제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와 법조인들의 주장처럼 변호사시험을 제2의 사법시험으로 만들고 예비시험 제도가 추가됨으로써 학생들이 로스쿨 교육을 등한시하고, 교육을 통해 다양한 계층을 법률가로 양성한다는 사법개혁의 청사진이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로스쿨 도입의 애초 취지를 되살려 새로운 변호사시험법을 만들어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2009년 2월 23일자 발행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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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글을 올려 트랙백을 걸까도 생각해봤습니다만, 그닥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덧글로 대신합니다. 적어도 님과 제가 토론을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의 교류 정도로 국한된다면, 굳이 사법감시센터의 블로그에 트랙백을 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정작 책임있게 이야기가 되려면 로스쿨과 관련한 사법감시센터의 집단적 반성이 있어야겠습니다만, 아마 백년하청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정체성조차도 배신하는 대학의 교수님들께서 절대 사법감시센터 차원의 입장표명을 다시 할 이유를 찾지 못하실테니까요.

    더 불어 지난 글에서 님에게 공격적인 언사가 있었음에 대해 사과합니다. 적어도 님에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글쓰기의 일천함으로 인해 불쾌감을 드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덧글을 확인하실지 모르겠으나, 혹시라도 보시게 된다면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토론이 이어질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는 로스쿨이 되냐 안 되냐의 차원을 떠나 로스쿨을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로 문제의 차원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이라도 로스쿨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사실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학제가 한 번 생긴 이래 그 학제가 없어진 역사는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68혁명 정도의 사회적 전복의 시기가 도래한 후 프랑스처럼 되지 않는 한 로스쿨이 없어질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이 얹어주신 덧글과 관련해 간단히 제 생각은 이야기해야할 듯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것에 저도 이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한계는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 로스쿨에서 교육받고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이가 최초에 갖는 전문성이 어떤 겁니까? 의대 다닌 후 로스쿨 다닌 변호사가 의료전문변호사가 됩니까? 된다면 그 비율은 어느정도 되는지 혹시 조사자료가 있으십니까?

    학 교에서의 교육이라는 것은 전문성의 담보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제공할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소위 "운동권"들이 입학 첫날 누구랑 소주를 마셨느냐에 따라 NL도 되고 PD도 된다는 우스개소리를 혹시 들으셨는지요? 법조에 진출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첫 사건이 뭔지, 혹은 자신이 관심있었던 사건이 뭔지, 내지 자신의 멘토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이 학부전공이 뭐였느냐에 따라 자기 전문성을 형성하는 것보다 훨씬 그 힘이 클 겁니다.

    이런 부분을 애써 외면한 채, 로스쿨에서 마치 학부전공이나 사회경력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전문성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에서부터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걸 강력하게 선전하신 분들이 바로 로스쿨이 필요하다고 했던 교수님들이시죠. 재밌는 것은 이런 주장을 했던 교수님들께서 과연 사회적으로 그토록 다양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법학교육을 시키실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1대1 맞춤교육을 하던 집단강의를 하던 간에 개개의 개성이 발현되는 수업이 가능하겠습니까? 평생 법학만 파던 교수님들께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가치는 엄연히 객관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으로 대충 정리하구요. 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장학금입니다. 님께서는 사법연수원생과 로스쿨 학생에 대한 지원은 다르다고 하시는데요, 뭐가 다를까요? 사법연수원생은 월급으로 지급되고 로스쿨 학생은 장학금으로 지원된다는 것? 명목상의 지급방식에 다름이 있을지라도 그 실질적 내용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이걸 자꾸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순간부터 로스쿨에 대한 국가지원이라는 것이 가지는 성격이 애매해집니다.

    더불어 님께서는 로스쿨에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공익적 변호사활동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하시는데요, 장학금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공익적"이라는 부분. 환경전문대학원이나 건축전문대학원 같은 곳에 대해서 국가가 지원을 팍팍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는 별로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그쪽은 공익적이라는 측면이 없나요? 자영업하는 변호사나 그쪽 출신자들이나 뭐가 다를까요?

    차 라리 참여연대같은 대표적 시민단체라면 이렇게 주장하셔야 할 겁니다. 철학과나 수학과 같은 곳에 국가적 차원에서 장학금을 대폭 지원하자. 님의 말씀처럼 사회적 타겟을 정해 지원이 필요한 곳은 바로 철학과나 수학과 같은 곳이지 로스쿨이 아닙니다. 냉정한 이야긴지 모르겠습니다만, 예를 들어 사회취약계층의 학생이 어찌어찌 4년이라는 시간을 돈 들이고 힘들여 졸업한 후 로스쿨에 왔다고 합시다. 더불어 지난 번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로스쿨 졸업생 중 80%가 변호사가 된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이 학생은 싼 이자로 학자금 융자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선에서 국가건 사회거 할 수 있는 일을 끝내도 됩니다. 어차피 변호사 합격해서 사회진출하여 빌린돈 갚으면 되는 거니까요.

    반면 철학과나 수학과, 지금 각 대학이 너도 나도 다 없애고 있거나 축소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지식인이 죽었네, 젊은이들이 보수화되어 가네 어쩌구 하면서 기초학문이 망해가는 것을 너도 나도 걱정하면서도 정작 이들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정부차원의 BK21정도의 프로젝트로 끝나죠. 그것도 요샌 봐하니 이런 기초학문분야에 지원되는 액수도 그닥 많지 않구요.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국가차원에서 지원되어야 할 '장학금'이라는 것이 왜 이처럼 실제 사회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눈에 훤히 보이는 직역의 학문분야가 아니라 지들이 알아서 돈 벌 방법이 널리고 쌘 분야의 사람들에게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같은 곳에서 주장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공익적 변호사'가 양성되는 구조라면 오히려 현행 사법시험을 변호사시험제로 바꾸고 상대평가제도를 절대평가제도로 바꾸는 동시에 법학 4년을 공부한 학생이라면 학교에서 배운 법률적 지식 정도로 변호사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의 변호사를 배출하는 것이 훨씬 현실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사시 1000명이 배출된 이후에 사회 각층에서 공익적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의 숫자는 그 이전 기껏해야 200명, 300명 뽑던 시기보다 훨씬 많아지고 다양해졌습니다. 이 사람들이 고시공부할 때 국가로부터 장학금 받으면서 공부했습니까? 그런 거 없어도 공익적 분야의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왜 로스쿨에 장학금 줘야만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이 배출된다고 생각들을 하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학 부와 전문대학원 간에 수업의 질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 교육수준을 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로스쿨이 필요하지 않았는가 하는 님의 견해에 대해선 이미 지난번 글들과 이 덧글을 통해 이야기한 것이니 별도로 논하진 않겠습니다. 그냥 한 마디 강조하자면, 결과를 놓고 보건데, 그 질의 차이라는 거, 사실 학부에서도 할 수 있었던 수준인데다가 아마 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현재의 학부수준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질 겁니다. 내기해도 좋습니다.

    토론이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생산적인 토론이 아니라는 한계가 마음을 무척 아프게 합니다. 어제 비가 오더니 오늘 하늘이 너무나 파랗네요.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보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profile
    네, 행인님이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행인님의 블로그와 저희 센터 블로그에 쓴 글을 통해 좀 거칠기는 했을 수 있지만, 로스쿨과 관련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논점들이 많이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지금 당장 댓글이든, 님의 블로그에가서 제 의견을 더 남기고 싶기는 하지만, 조금 시간을 가지고 글로 말씀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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