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9-02-15   1523

[09/02/09 국민참여재판 방청기3] 내가 배심원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본 재판




이 글은 지난 2월 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303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참여재판 방청하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방청한 시민의 방청기입니다
언제든지 배심원이 될 수 있는 시민들에게 간접적 경험을 제공하기위해 마련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 각각의 소감을 다른 시민들과도 나누기위해 소중한 방청기를 써주셨습니다. 방청기를 써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유리(국민대 법대 재학)


오늘(2월 11일) 아침에 피고인의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다음날까지 지어진 재판과정을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서는 지난 학기에 형사소송법 강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많은 시간이 할애된 부분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배심원 제도의 도입에 큰 흥미를 가졌다. 최근 한 기사에서 우려와는 달리 일반인인 배심원들이 감정은 배제하고 공소제기된 부분만 정확하게 판단하여 재판부의 판단과 다르지 않은 평결을 내린다는 현직 판사의 인터뷰를 보았다.
이번 국민참여재판 방청에서 내가 목표로 했던 것은 바로 내 스스로가 배심원처럼 생각하고 사실을 판단하는 것이었다. 실제 재판과정 속에서 감정이 배제된 채 철저히 객관적인 사실만을 판단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모든 재판과정을 본 것이 아니라 많은 점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내가 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자면 몇 가지 아쉬운 부분부터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우선 공판전 준비절차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신문과정에서는 검사나 변호사나 의도가 명료하지 않은 주장을 펼치는 일이 잦아 공판절차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분명히 배심원들이 집중력을 오히려 흐트러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배심원들이 질문할 수 있는 기회에도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이 이 때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된지 이제 1년 남짓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보완할 점들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보완을 위해 먼저 앞장서서 애써야할 변호사, 검사, 판사들이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준비가 덜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건 피해자인 증인에 대한 배려도 아쉬웠다. 또다시 당시 피해상황을 떠올려야 하는 증인에 대해서는 되도록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 간결하게 신문하려는 노력이 결여되었다. 또한 증인이 당시의 느낌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피식 실소할만할 표현이 있었지만, 최대한 솔직히 자세하게 말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에도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그것을 다시 떠올리며 진술하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도 없이 중간에 크게 웃음을 터뜨리던 방청인들의 태도가 특히 거슬렸다.


방청인의 입장이었지만 배심원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나뿐만이 아니라 배심원들도 앳돼 보이는 청년이 죄수복을 입고 다시 들어오는 모습을 연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감정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증인들의 증언과 증거를 토대로 진실이 무엇일지 고민하다보니 실제 배심원이 되었을 때 느끼게 될 책임의 무게가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재판을 방청하고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신청했던 것인데 시간이 넉넉지 않았던 것이 못내 아쉽다. 다음에는 기회가 된다면 재판을 끝까지 방청하고 다른 분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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