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9-02-15   2823

[09/02/09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로스쿨에서 공부할 것을 가르쳐준 재판방청




국민참여재판같은 시민의 재판참여를 주창해왔던 참여연대는 2008년 국민참여재판 시행 이후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참여재판 방청하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지난 2월 9일 대학생, 로스쿨 입학예정자, 사법연수원 입소예정자 등과 함께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의 방청기입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도 수도권에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을 중심으로 시민과 함께 방청하기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예비 로스쿨생, 예비 사법연수원과 함께 본 국민참여재판


서울서부지법에서 2월 9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사람들 일부와 함께 찍은 사진(오른쪽 끝이 필자)
2월 9일, 10여 명의 시민과 함께 국민참여재판을 보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갔다. 작년 5월부터 시작한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참여재판 방청하기’ 여덟 번째의 일환이다. 이번에는 보통 함께 방청했던 법대생뿐만 아니라,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이 예정된 비법대생, 그리고 사법연수원에 3월부터 들어갈 예정인 사법시험 합격자도 함께 갔다.

참여연대 웹사이트에 실린 함께 방청하기 안내문을 보고 연락한 이들도 있지만, 공익법률사무소 공감에서 일하는 인턴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일하는 인턴도 참여했다. 두 단체에서 인턴으로 일할 정도의 젊은 사람들이면,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당연히 관심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303호 옆 304호에서 가진 재판방청전 설명시간


배심원 선정절차는 오전에 열렸고, 오후 1시30분부터 변론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 때부터 재판이 열리는 303호 법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에 앞서 12시 40분까지 함께 재판을 방청하기로 한 10명에게는 303호의 옆 법정인 304호에 모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재판을 그냥 보는 것보다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청하기 행사 이전에는, 재판 방청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되면 그 때서야 설명을 해드리는 정도였는데, 재판중에 드는 궁금증을 풀기에도 짧은 시간이어서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도, 그리고 설명을 해주는 나에게도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보통 법정 앞 복도에서 이야기를 하게되다보니, 불편함도 컸다.
그래도 이번에는 법원에 가기전에 아는 판사님을 통해 소개받은 서울서부지법 공판판사를 통해 빈 법정을 이용할 수 있는 특혜아닌 특혜를 얻을 수 있다. 이 글을 빌어, 서울서부지법 공보판사님께 감사말씀을 또 드리고 싶다.
재판 방청에 앞서 40여분 정도 국민참여재판은 어떤 재판인지, 배심원은 어떤 과정을 통해 뽑게 되는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등을 숨가쁘게 설명했다. 



증거부족,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로 예견된 무죄판결



국민참여재판 법정 배치도(왼쪽위는 배심원단석, 그 아래는 검사석, 오른쪽 위는 증인석, 그 아래는 변호인과 피고인석)
이날 재판은 이틀 동안 하는 것으로 예정된 재판이었다. 우리는 이틀 중 첫 날 부분만 보았다. 재판 결과는 이틀 후에 들었다. 무죄였다. 강도상해죄로 기소된 만20세가 채 안된 대학생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지난 해 10월 하순 새벽 6시 경, 수영강습을 받기위해 주택가 골목을 걷던 20대 피해 여성이 20대 남자로부터 얼굴 부분을 주먹으로 폭행당하고 가지고 있던 가방을 빼앗길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이 가방을 뺏기지 않으려고 강하게 반항하자 범인은 범행을 중단하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폭행으로 인해 코피가 아주 심하게 난 피해여성이 골목길을 벗어나 좀 더 큰 길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주변을 수색하자마자 피고인을 붙잡았다.
피해자가 범인이 보통 대학생들이 입는 모자가 달린 패딩점퍼를 입고,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기억을 토대로 용의자를 찾던 중 차림새가 비슷한 피고인을 찾았던 것이다.

경찰은 그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차에 태워, 길거리에 있던 피해자에게 데려갔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기 직전이던 피해자가 구급차에서 내려 경찰이 범인맞냐고 물어보자 얼굴은 기억못하지만 옷차림이 똑같다며 피고인을 범인이라 지목했다. 피고인을 경찰지구대로 연행한 경찰은 지구대에서 피고인의 옷에 피흔젂이 있음을 발견했고, 혈흔감정을 통해 그가 범인이라고 확신하였고 사건을 전달받은 검사가 그를 강도상해죄로 기소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본 것은 재판중의 절반에 불과했다. 법정에 나올 증인이 모두 5명이었는데, 그 중 3명의 증언밖에 듣지 못했다.
그러나 강도를 당했다고 한 피해자, 사건 현장에 출동한 뒤 현장 주변을 수색하다 피고인을 찾은 뒤 체포한 경찰관, 그리고 피고인의 옷에 묻은 피흔적이 피해자의 피라고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구원의 증언을 들은 만큼 핵심증인, 핵심증거들은 대부분 우리가 본 첫 날 재판 오후에 다 나왔다.
우리가 직접 듣지 못한 증인신문은, 피고인이 경찰서에 연행된 뒤 피의자 조사서류를 작성한 경찰관과 피고인측에서 부른 피고인의 학교 선배였다.


이번 재판을 절반 정도밖에 못했지만, 첫 날 재판을 방청하고 집으로 돌아간 우리들의 의견은 조심스럽지만,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주장만을 보면 무죄일 것 같다는데 일치했다.
경찰과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너무 빈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의 초동수사가 너무나 부실했다. 피고인을 범행 현장 주변에서 연행했을 때 곧바로 피해자의 피가 피고인의 옷이나 손에 묻어있는지만 조사했더라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금방 따질 수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범인인지를 맞는지 확인해보라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을 만질 수 있게 했고 그 뒤에서야 피고인의 옷에서 피해자의 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의 피가 범행당시에 묻은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와 피고인이 대면하는 과정에서 묻은 것인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형사소송법보다는 범죄 상황을 재구성해내는 상상력


이번 재판을 방청하면서, 그리고 방청한 뒤에 나눈 다른 분들의 의견에서도 확인된 것이,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법률지식이라기보다는 당시 범죄상황을 재구성해내는 상상력이라는 점이었다.
이 점은 우리와 함께 방청을 하고나서 저녁식사 시간까지 함께 해준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이다.

당시 현장을 본 목격자가 전혀 없다. 피해자는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는 듯하지만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된 결정적 이유는 피고인의 옷에 피해자의 피가 묻어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피해자의 피가 어떻게 묻었을까에 대해 솔직히 검사측은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은 듯했다.

피고인이 범행하던 중에 피해자를 때리다가 묻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찰들이 피고인을 피해자에게 데려간 뒤 범인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 때 피해자의 손이나 옷에 묻어있던 피가 피고인의 옷에 묻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범인인지를 확인해보라고 했을 때, 피해자가 피고인 가까이 접근했고 피고인의 몸을 가볍게나마 만지면서 피고인을 반쯤 뒤돌아서게했고 또 피해자가 피고인의 뒷머리를 살짝 만지는 정도의 신체접촉까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의 옷 중에 피 흔적이 있던 곳은, 팔꿈치 부분과 뒷모자 부분이고, 가슴부분은 그나마 아주 적은 피흔적 뿐이었다. 만약 피해자의 코 부분은 피고인이 주먹으로 강하게 때려서 코피가 세게 터졌다면, 그런 식으로 피가 묻었을 가능성이 정말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검찰은 그저 피고인의 옷에 묻은 피가 피해자의 피라는 것만 강조할 뿐, 대체 그 피가 언제 어떻게 묻었을지,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많은 코피를 흐르게 했을 때 피고인의 옷에 피가 묻는다면 그런 식으로 밖에 피가 묻지 않았을 것인가 하는 것도 생각해보지 않은 듯했다.


그뿐 아니라 왜 그 시간대에 피고인이 그곳 주변을 지나고 있었을까 하는 것도 누구든지 의문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두 세 팀으로 흩어져서 범행 현장 주변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범행현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범행현장 방향으로 걸어오는 피고인을 보았고, 피고인의 옷차림이 피해자가 지목한 것과 동일하고 20대 남자라는 점 때문에 그를 체포하였다.
피고인이 범행과 상관없이 범행현장 방향으로 걸어올 수도 있는데, 검찰과 경찰은 강도를 하다가 실패에 그치고 도망치다가 범행현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범행현장 주변으로 돌아오고 있었다고 단정하고 있었다. 다른 일로 그 곳을 지나고 있었다는 것을 상상해보지도 않았는지, 다른 일로 그곳을 지났을 이유는 전혀 없다는 점을 설명하지도 못했다. 그저 범행 후 다시 범행현장으로 돌아오는 것이 범인들의 행동양식중의 하나라고만 강변했다.
실제로 그 길은 피고인이 다니던 대학교에서 피고인의 집으로 돌아가는 여러 길 중의 하나이기도 했는데, 검찰과 경찰은 범행 후 범행현장을 재확인하기 위해 그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고만 주장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입증할 증거나 자료도 내놓은게 없으면서 말이다.


우리와 함께 방청했던 하태훈 교수님은 오늘 재판을 보니 형사소송법 열심히 공부한게 그리 크게 쓰이지 않겠다는 생각들지 않느냐고 사법연수원 입소예정자에게 물으셨다. 물론 고려대에서 그리고 올해부터 개원할 고려대 로스쿨에서 형사소송법을 가르칠 교수의 입장에서 한 저 말씀은 형사소송법을 법률가들이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은 아니었다.

법률가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선적이고 단편적인 사고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상황을 재구성해낼 줄 아고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법률적으로 재구성해내는 능력이라는 점을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된다.
국민참여재판을 보면서 로스쿨에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우수한 법률가가 되기위해서는 무엇을 길러야 할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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