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8-11-24   2898

뇌물죄, 빠져나갈 여지 없는 촘촘한 그물망이 필요하다

 


뇌물죄, 빠져나갈 여지 없는 촘촘한 그물망이 필요하다
양형위원회의 뇌물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뇌물죄 등 3개 범죄의 양형기준안을 새로 마련해, 11월 24일 오후 2시,  1차 공청회를 개최한다.

그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뇌물죄에 대해 법관들이 집행유예를 남발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등 부패척결을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음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왔고 이번 양형위원회의 활동이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고칠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오늘 공청회에 제시된 뇌물죄에 관한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안의 경우,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해 양형기준 마련의 원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보는 기준안의 주요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들 사이에 오고간 뇌물금액에만 치우쳐, 뇌물을 주고받은 것이 발생시킨 사회적, 국가적 피해를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는 뇌물액 뿐만 아니라 뇌물에 대한 대가로 뇌물제공자에게 제공된 혜택의 경제적 가치, 공무에 입힌 피해 금액 등 3가지 기준 중에서 최고 금액이 일정액 이상이면 가중하는 시스템이며, 아울러 범행이 선출직 공무원이나 정책결정 또는 기밀과 관련되었을 경우에도 가중처벌하고 있다.
그에 비해 공청회에 제시된 양형위원회의 방안에서는 뇌물을 주고받음으로 발생한 정책결정과정의 왜곡과 그로인한 피해정도를 고려하는 양형요소가 중시되고 있지 않다.
 
둘째, 판사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양형기준이 여전히 많아 지금까지 문제되어온 판사의 재량에 의한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될 수 있다.

형량을 낮추어주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이유 즉, 감경요소 중 ‘중병’, ‘구금이 부양가족에게 과도한 곤경 수반’ 등의 자의적 적용 우려가 있는 요소가 여전한 것도 문제이다. 이런 기준은 특히 고위공직자들의 이른바 ‘휠체어 항변‘이 계속되게 할 여지를 남겨주는 것이다.
물론 인권적 관점에서 이런 사항에 대해 아예 인정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부분은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부사항을 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뇌물죄의 특성상 뇌물수수 공직자중 초범 아닌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초범’이라하여 감경하는 것은 잘못이다.

양형기준안에서 감경요소로 얘기하는 ‘초범’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지만,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 의원 같은 선출직 공직자를 제외한다면 실제 뇌물수수로 기소되는 공직자들은 거의 초범이다. 일단 범죄로 기소되면 그 공무원은 대부분 해임 이상의 중징계에 처해지게 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재범의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범을 감경할 것이 아니라 재범 이상을 가중 처벌하는 식의 양형 기준이 필요하다.


넷째, ‘3년이상 장기간 뇌물수수’말고도 관행적이거나 반복적으로 뇌물을 받는 것도 엄하게 처벌하는 양형기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뇌물수수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관행이다. 하급직이 정기적으로 이해관계자에게 뇌물을 받고, 일부를 다시 상급직 공무원에게 상납하는 식의 뇌물 수수 구조는 부패를 조직화하고 구성원들을 모두 공범화한다. 또 수 개월 단위 또는 반년단위로 반복적으로 뇌물을 받는 행위의 심각성은 양형위원회의 방안에 있는 3년이상 장기간 뇌물수수의 심각성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할 때,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3년 이상 장기간의 뇌물수수’라는 양형 가중요소는 ‘반복적인 뇌물수수’ 내지는 ‘관행화된 뇌물수수에의 참여’ 등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다섯째, 양형위원회의 방안은 ‘뇌물사용용도가 개인용일 경우’를 가중요소로 하고 있는데,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뇌물을 받은 사람이 자신이 근무하는 부서나 조직의 회식비, 업무추진비 등으로 사용한 경우를 감경요소로 생각하게 할 소지가 있다.

실제 많은 경우 상납관행으로 받은 뇌물들이 부서 회식비나 비상자금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언론에 보도되는데, 이런 것들은 뇌물을 받는 행위를 정당화하고 범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따라서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경우를 비록 가중요소로 본다고 하더라도 뇌물 받은 돈을 혼자 쓰지 않고 조직 구성원 또는 조직을 위해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형량 감경의 요소로 악용되지 않도록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뇌물죄의 ‘업무관련성’ 범위는 좀 더 확장되어야 한다.

양형위원회 기준안에서는 ‘업무관련성이 높은 경우’는 양형의 가중요소로 보아야한다고 하고 다만 이 업무관련성을 ‘실질적 결정권한’을 가진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경우도 ‘업무관련성이 높은 경우’로 보는 등의 방식으로 가중요소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질적 결정권한’을 가진 공무원에 대하여 지휘감독권 등으로 실질적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실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는 국회의원이나 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에게 대한 뇌물은 직접적 업무 연관성보다는 지휘, 감독관계를 이용한 압력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곱째, 단순히 상사의 지시에 따라 뇌물을 제공했다고 하여 집행유예해서는 안된다.

양형위원회의 방안에서 뇌물제공자에 대한 집행유예 결정요소로 ‘소극 가담’을 포함시키고 그 예로 ‘상사의 지시 등’을 제기하고 있음은 적절하지 않다.
단순한 상사의 지시는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총수 등이 연루된 뇌물범죄에서 돈을 실제 준비하고 전달한 전문경영인이나 회사 임원들을 윗사람인 재벌총수나 최고경영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선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것이 뇌물제공 기업 내부에서 뇌물과 같은 부패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못 느끼게 하는 이유이고 또 뇌물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이다.
따라서 단순한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등으로 ‘소극 가담’의 범위를 좁게 한정할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는 뇌물죄와 관련한 양형위원회의 방안이 갖고 있는 이같은 문제점이 해결되어야만 양형기준을 만들자고 했던 원래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보며, 공청회 이후 개선된 안을 양형위원회가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JWe20081124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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