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7-02-23   2067

한나라당의 자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방안”은 10년 전의 낡은 레코드 돌리기

21일 발표 ‘개선방안’이 진짜 한나라당의 수준인가

한나라당 대표와 대권주자들, 로스쿨 도입에 대한 입장 밝혀야 해

한나라당의 “법학교육 및 법조인양성제도개선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지난 21일 “법학교육 및 법조인양성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5장짜리 보도자료를 통해 로스쿨 제도 도입은 반대하면서 자칭 ‘개선방안’이라는 것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김기현 의원이 대표하여 발표한 이 내용에 당혹감을 느낀다.

대체 한나라당의 태스크포스팀이 무엇인가?

‘2003년 여름에 설치된 사법개혁위원회와 2005년부터 운영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등 2년 반에 걸친 논의 끝에 마련된 정부의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2005년 10월에 국회에 제출된 이후, 1년이 넘도록 ‘당론이 없다’며 실질적인 심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는 비난에 못 이겨, 지난해 12월 중순에야 한나라당이 설치한 기구다. 그런데 그 태스크포스팀이 2개월이 넘는 시간을 허비한 끝에 내놓은 것이 A4 용지 5장짜리의 ‘아이디어’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 내용조차 아직도 당론이 아니며,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장래에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당론이 아니기 때문인지, 한나라당의 홈페이지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없고, 태스크포스팀 위원장인 김기현 의원의 개인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로 올라와 있을 뿐이다. 이것이 로스쿨 제도 도입을 시도했던 지난 김영삼 정부 때부터 계산하면 10년이 넘었고, 정부가 구체적인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1년 반이 가까워 오는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보여준 모습의 전부이다. 이것을 과연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 국회와 정당의 ‘태업’이 체질화된 감이 없지 않지만, 법률가 양성이라고 하는 나라의 근간에 관련된 일에 대해 이토록 ’직무유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욱 당황스럽다. 한나라당 태스크포스팀이 자칭 “개선방안”이라고 내놓은 것의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낡고도 낡은 레코드 판이다.

사법연수원을 폐지하되 판사와 검사 임용자 등에 대한 연수를 각 기관에서 별도로 하는 이른바 법조 직역별 연수나, 변호사 경력자로부터의 판검사를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방안 등은 이미 사개위와 사개추위에서 논의를 거친 것이고 도입되기로 한 것들이다. 이는 로스쿨에 대한 찬성 반대와는 관련 없는 내용들이고 더욱이 로스쿨에 대한 대체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법조인 양성과 선발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도입에 대응하는 내용으로 한나라당 태스크포스팀이 제시한 것은, 사법시험 합격자수의 ‘단계적’ 증원, 사법시험 문제의 강화, 응시회수 제한이 전부이다. 요컨대 ‘합격자수 조금 늘이고 시험제도 조금 손 보면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지난 10여년 이상 ‘로스쿨’ 반대론자들이 해 온 주장 그대로이다. 로스쿨 제도 도입이 검토된 김영삼 정부시절인 1995년에도, 그리고 김대중 정부시절인 1999년에도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도 ‘로스쿨’ 반대론자들은 바로 이 주장만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것이 ‘개선’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거듭거듭 증명되었다. 1995년부터 합격자수를 늘이고 시험제도를 개선해왔다. 그러나 ‘고시낭인’과 대학 법학교육의 황폐화 그리고 법률서비스의 부족으로 상징되는 정원제 사법시험의 문제점은 악화일로에 있다. 태스크포스팀 스스로가 인정한 “현행 법조인 양성제도는 법학교육과 사법제도의 연계가 부족하여 대학에서 충실한 법학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에 미흡하다”라고 지적한 문제점은 그런 미봉책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그래서 사법개혁위원회의 단계에서 이미 그 주장은 폐기되고, 법률가 양성제도의 기본틀을 바꾸는 방안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이 제안된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단계에 와서 태스크포스팀은 그 스스로 인정한 현행제도의 문제점조차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 한 채 또 다시 낡은 레코드를 틀고 있으니, 그 ‘후안무치’는 도를 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나 진정으로 그것이 ‘개선’방안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한나라당은 정책정당으로서 무능함에 더하여 더 이상 법률가양성제도의 개혁에 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고백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특히, 한나라당 태스크포스팀이 구체적인 증원 숫자와 일정표도 없이 그저 막연하게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증원하겠다고 한 것은, 과연 구체적인 증원 숫자와 일정표 없이 국민과 정부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로스쿨 법안을 대체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는 계획인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법률안」은 만약 통과된다면 사법시험을 변호사자격시험으로 대체하여 정원제를 아예 폐지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어 한나라당 태스크포스팀이 진정으로 선진국 수준의 증원에 관심이 있다면 「법률안」을 반대할 것이 아니고 「법률안」을 찬성하고 사법시험법 폐지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한나라당 태스크포스팀이 ‘당론이 아니다’라는 유보를 붙여서 ‘개선’방안이라는 것을 흘린 것은, 정부가 내놓은 법률안의 발목을 잡아,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을 통한 법률가양성제도의 개혁을 좌초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개혁의 좌초를 통해 법조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따름이다.

한나라당 내부에도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해 3월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정부제출 법률안의 일부 문제점을 수정하고 가결시키기 직전의 단계까지 이르렀다.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는 물론이거니와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도 법률가 양성제도의 개혁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할 요량이면, 정부제출 법률안에 대한 심의에 즉각 응하여 국회 차원에서의 결론을 도출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채 딴지걸기로만 일관하여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을 좌초시킨다면, 사법개혁의 노력을 수포로 돌린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이 져야 할 것이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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