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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보호
  • 2019.04.25
  • 834

법무부는 고문조작 피해자에 대한 재심 상고를 철회하라!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따른 민사소송 재심 사건 법무부 상고에 대한 3단체 공동성명

 

 

최근 법무부는 ‘조작간첩사건’ 피해자 정영 씨와 그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재심 판결에 대한 상고장을 제출했다. 우리는 법무부의 상고 제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형사 재심재판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제1심과 제2심을 거치며 국가의 범죄행위와 손해배상 책임이 충분히 입증된 이 사건에서, 이번 상고는 판결 확정의 지연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할 뿐, 어떤 공익적 가치도 실현할 수 없다. 오히려 지연이자와 소송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국가의 손실을 더 크게 할 뿐이다. 법무부는 당장 상고를 취하하여 ‘민주적 기본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한다.

 

고문조작 피해자 정영 씨가 안기부로 끌려가 모진 고문 끝에 간첩으로 조작된 것은 1983년의 일이었다. 그를 간첩으로 만든 1차적 책임은 참혹한 고문을 가해 허위사실을 날조한 안기부에 있지만, 이를 방조하여 허위자백을 강요하고 심지어 증인신문조서까지 변조하면서 법을 왜곡한 검찰과 법원의 책임도 결코 덜하지 않다. 16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마친 정영 씨는 세월이 흘러 천신만고 끝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제1심과 2심에서 승소판결을 받고 이제 손해배상을 받게 되리라는, 지극히 정당한 희망을 가졌다. 국가의 불법행위는 충분히 입증되었고, 대법원은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금지해 피해자들이 구제받도록 해왔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당연히 자신의 판례에 따라 국가의 상고를 기각해 제2심 판결을 확정시켰어야 했다.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은 2013년 12월 12일 판결에서 느닷없이 선례를 뒤엎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선례’를 날조했다. ‘재심 판결로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헌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에 대한 기존의 이론을 뒤집어 엎은 것이다. 정영 씨 가족을 포함한 과거사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절망에 빠뜨린 궤변이자 법 왜곡이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마지막 가능성이 열렸다. 2018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민법의 소멸시효 조항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과 조작의혹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이를 근거로 정영 씨 가족은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민사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등법원은 과거의 판결을 취소하고 정영 씨 가족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국가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를 놓고 싸우면 되는 사건이 아니다. 정영 씨와그 가족은 고문과 증거조작, 불공정한 재판 등 국가권력이 저지른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이다. 국가가 먼저 사과하고 피해를 회복시키고 위로해야 할 사람들이다. 이 사건에 소멸시효를 적용해 국가의 책임을 벗어나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고 그에 따라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여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한 마당에 국가가 더 이상 책임을 벗어날 길은 없고 벗어나려고 해도 안된다.

 

사법개혁이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의 원칙에 맞게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이 보이는 행태는 제4기 민주정부에 대한 우리의 기대, 그리고 그 정부 스스로 표방한 가치와 거리가 멀다. 국가폭력 범죄를 부정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며 피해자들을 괴롭혀온, 그래서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되어 있는 기존 정권의 법무부, 검찰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 힘없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또다른 ‘적폐’를 쌓으려 해서 되겠는가.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법무부와 검찰을 개혁하겠다며 벌이고 있는 일련의 작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과’의 말잔치가 아니라, 당장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태도를 재검토하고, 민주정부다운 품위를 지키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을 민주적 법치국가로 되돌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과거 법무부와 검찰이 나서서 괴롭혀온 고문과 조작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회복하게 해야 한다. 단지 피해자들을 괴롭힐 뿐인 재심판결에 대해 상고를 취하해야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고 김홍일 전 의원의 별세 소식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시대는 변화했지만, 그 변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남겨진 상흔은 깊다”, “현재와 같은 정치적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사라졌던가”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홍일 의원에 대한 조 수석의 추모의 말은 민주정부의 사법정책으로 이어져 고문조작의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위로하는 일로 이어져야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고문피해자들은 고문의 야만성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피해의 현재성을 생생하게 재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힘없는 간첩 조작 피해자들은 그 고통에 손잡아주는 이 없이 고통의 극단에서 끝없는 국가의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저지른 사법농단과 재판거래의 일단이 바로 과거사 피해자들의 손해배상권을 박탈한 판결이었다. 한편에서는 사법농단의 책임자들을 처벌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헌법재판소 결정을 거쳐 민사 재심 판결을 얻어내 겨우 권리를 회복하려는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한사코 거부하며 대법원에 또다시 상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법무부가 벌이는 이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고문조작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위로한다면, 법무부는 상고를 취하함이 마땅하다. 또한 앞으로 이어질 유사한 재판들에서도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국가에 대한 깊은 한과 원망을 품고 세상을 떠나기 전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을 촉구한다. 민주정부, 촛불정부를 주장하려면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2019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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