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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6.04.01
  • 2703
민주화운동 경력을 문제삼아

96년 검사임관 지망자 중 성적이 상위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한 천낙붕(34), 최승수(33), 천상현 (32)씨는 지난 3월 5일 검사임용거부처분취소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이들은 5공정권 하에서 민주화운동을 했고, 검찰의 모습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임관에서 부당하게 탈락되어, 위와 같은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임용 면접 당시 다른 지원자들은 여러명이 함께 면접장에 들어가 약 2분에서 5분정도의 면접을 보았으나, 이들 3인 및 국가보안법 기소유예전력이 있는 정모, 윤모씨에 대하여는 약 3,40분간 동안이나 면접을 하였다. 다른 면접자들에게는 검사를 지원한 동기나 포부 등의 평범한 질문이 있었으나,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 천씨 등에게는 학생운동을 하게된 동기, 실형전과에 대한 현재의 심경, 국가보안법 폐지, 무노동무임금판결, 방위산업체근로자의 노동3권제한, 정치인 사정에 대한 견해 등의 이례적인 질문을 하였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천낙붕, 최승수 씨는 나름대로 소신있는 입장과 함께 시대 추세에 맞는 전향적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천상현 씨의 경우에도 면접 전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검찰의 모습에 대한 인상을 적어내라는 항목에서 과거 검찰의 권력지향적 이고 정치지향적 태도가 법의 엄정한 집행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적어내었는데, 면접관이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따지면서 훈계와 질책을 하였다고 한다.

검사임용은 성적순이 아니다?

이번에 검찰지망생들을 심사한 검찰관계자들은 김태정 법무차관, 김진세 검찰국장, 박인수 대검총무부장, 이종왕 법무부 검찰제1과장 등 4명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제25기 사법연수원수료자 중 검찰을 지원한 자의 숫자는 62명, 이 중 지난 2월7일 실시된 면접일에 응시한 자는 58명이었다. 최승수는 위 검찰지원자 중 7위, 천낙붕은 21위, 천상현은 31위였고, 이번에 임용된 43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관례대로 모두 성적대로 선발되었다.

이처럼 성적 순의 임용관례를 깨면서 검찰측에서 내세운 탈락기준은 국가관, 나이, 공무원으로서의 자질, 품성 등이고, 최근 이러한 기준에 대한 타당성이 공격받자 검사로서 지켜야할 정치적 중립성과 나이제한의 문제, 기소유예전과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가관 등의 추상적인 기준으로 따져보면 탈락한 이들이 다른 임용자들보다 기준에 미달된다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며, 정치적중립성에 대한 점도 과거에 정당활동을 한 것을 가지고 현재의 공무원임용에서 문제삼는다는 자체가 위헌적인 발상이며, 기소유예전과를 문제삼는 것은 검찰이 용서를 해주고는 검사임용에서 이를 문제삼는다는 것이 되어 자기모순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여러 사실을 종합해보면 검찰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기준은 타당성을 갖지 못하고 운동권 출신의 실형전과와 검찰에 대하여 자존심을 건드리는 비판적 발언 때문에 이들을 탈락시켰다는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다.

검찰에는 소신있는 검사가 필요하다.

천낙붕, 최승수, 천상현씨는 검사가 갖는 사회적 책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검사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기에 소신과 비전을 가지고 검찰에 지원을 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이번 소송은 검찰이 헌법상 보장된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명백히 침해했고, 탈락사유로 국가관, 자질을 내세워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에 제기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법률가로서 스스로 자신을 구제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구제할 수 없다는 법률가의 양심이라고 털어놓는다.

지난 2월 26일 법관인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한 사실이 있는 두 사람이 나란히 수원지법과 인천지법 판사로 임용되었다. 왜 유독 검찰만 편협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어려운 시절, 권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바로세우기의 시대, 이 소중한 자기정화의 기회를 겸허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검찰의 모습과 인사권자들의 옹졸함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깊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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