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6-01   1346

[05호] 한시간 동안 느낀 검찰의 권위주의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모두 여섯번의 검찰청 출입이 있었다. 그중 네번은 학생시절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러 갔던 것이며, 나머지 두번은 자의에 따라 고발인 자격으로 출입한 것이었다. 검찰청을 출입하는 사람들 대개가 그렇겠지만 나역시 어느 한번도 유쾌한 기억은 없었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13일 서울지검 의정부 지청에서의 한시간은 더더욱 그랬다.

지난 6월 13일 오전 11시경 나는 신한국당 구리지구당 전용원 의원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기 위해 의정부 지청에 갔다. 청사 3층 민원검사실에 고발장을 접수시키러 갔지만 담당 직원이 '담당 검사실로 직접가야 한다'고 해서 바로 맞은편인 325호 김태영 검사실로 들어갔다. 용무를 밝히고 잠시 대기한 후 고발장이 검사앞으로 전달되었을때 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들었다. 대뜸 던진 검사의 일성인즉 "임선옥이와 상의 했나요, 임선옥이 곧 무고죄로 기소될텐데 그래도 괜찮아요? 다시한 번 잘 생각해보고 오세요" 였다. 여기서 잠깐 전후관계를 설명하자면, 임선옥씨는 같은 고발인이며 이날 동행하지는 않았다. 임선옥씨는 선거직후 양심선언을 통해 신한국당 후보의 부정사실을 폭로했고, 그 댓가로 신한국당측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상태이며 바로 그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한편 전용원의원 또한 선거운동원이 돈봉투를 돌리던 현장에서 적발.구속되어 검찰에서 인지사건으로 조사중이었다. 난 순간적으로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임선옥씨가 무고라니 그것도 곧 기소할 것이라니 그렇다면, 이미 전용원의원에 대해서는 무혐의 확증을 갖고 있다는 말인가' 나는 "충분히 상의했고 임선옥씨도 동의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검사는 다시한 번 "임선옥은 명예훼손으로 고발되어 곧 기소될 것"이고 "고발이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다소 위협적인 말을 한후 계장에게 "임선옥이에게 전화해서 확인해보라"고 했다.

나는 그순간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무고라는 검사의 표현이 단지 실수일까, 혹시 검사는 이사건을 더이상 조사할 뜻이 없다는 것일까, 또한 나는 죄인도 아니고, 고발인으로 온 것인데 왜 이렇게 위압적인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아무리 피의자라지만 "임선옥이"라고 함부로 불러도 되는 건지'. 위압적이기는 임선옥씨에게 전화를 거는 직원의 태도도 마찬가지 였다. 고발장의 내용이 사실이고 동의하는 것인지 묻는 말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중간중간에 나온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나중에 다른말 하지 말라" 등의 언사는 내가 듣기에도 위협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물며 양심선언을 했고 그로인해 고발된 임선옥씨의 처지에서는 어떠했겠는가. 그뒤로도 1층 민원실과 3층 검사실을 몇차례 오르내린 끝에 고발을 접수시켰고, 놔두고 돌아가라는 것을 사양하고 나는 접수증까지 받고서야 의정부 지청을 나왔다.

평소 나는 검찰에 대해 분명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내 선입견의 실체는 그동안 외부로부터 형성된 '정치적인 것'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경험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검찰 문제점을 훨씬더 가까이서 보게된 계기였다. 검찰은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막막한 벽이며 무서운 권위이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만약 임선옥씨와 같은 평범한 개인으로, 그것도 피의자로 간 것이었다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박원석(참여연대 정책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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