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0-08-04   2271

[판결비평] ‘광우병촛불’ 12년 법정투쟁, 집회시위 기본권의 경지 개척하다

이명박 정부 시기 최대의 촛불집회였던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기억하시지요? 이명박 정부는 시위의 열기에 놀라 2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하고,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뒤로는 촛불집회를 주최하고 실무를 지원한 단체와 개인들에게 5억 원 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집회 일부 참가자의 일탈로 발생한 경찰장비 파손 등에 대해 주최자에게 거액의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정부 비판을 입막음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법원은?2013년 1심과 2016년 2심에서 연이어 원고(대한민국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고, 지난 7월 9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했습니다. 집회 표현의 자유를 막는 정부의 괴롭힘 소송에 경종을 울린 것입니다. 광우병 촛불집회 주최단체 중 하나였던 한국진보연대의 박석운 상임공동대표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략적 봉쇄소송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176번째 이야기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촛불집회 주최 측 상대 손해배상소송 패소판결

대법원 제3부 2016다39125

재판장 노태악 대법관, 주심 민유숙 대법관, 김재형 · 이동원 대법관

박석운 /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전세금 안 뺏기게 되었네요.” 

17명에 달하는 광우병 촛불 손배사건 피고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피고의 일원이었던 필자의 명의로 된 연립주택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자산이 거의 없는 한국진보연대의 경우는 강제집행을 당해도 집행불능 상태가 되겠지만, 회관이 있는 참여연대의 경우는 자칫 회관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광우병 촛불에 대한 국가(대한민국)의 손해배상청구가 대법원에서 청구기각으로 확정 판결됐다. 2008년 ‘광우병위험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항쟁'(아래 “광우병 촛불”이라 함) 당시 경찰(대한민국)이 촛불집회로 인해 경찰장비 등이 파손됐고 또 의경들이 다쳤다면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관련 간부들을 상대로 무려 5억1천여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였는데, 지난 7월 9일 대법원 민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 2016다39125)에서 원고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1심(2013.10.31. 선고 서울중앙지법 2008가합74845, 윤종구 부장판사, 서전교 판사, 백지예 판사)에서도 청구기각, 2심(2016.8.19.선고 서울고법 2013나72574, 김상환 부장판사, 이영창 판사, 조찬령 판사)에서도 항소 기각된 후 이번에 대법원에서도 상고 기각됐는데, 소 제기 이후 12년 만에 비로소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공모 또는 고의를 원인으로 한 손배청구에 관하여는… 피고들이 집회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행위에 직접 가담하였거나 폭력 시위자를 지휘하였다”라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또 “피고들이 폭력시위자와 공모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도 증거가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 “과실에 의한 방조를 원인으로 한 손배청구에 관하여는, 피고들의 집회 시위의 주최행위와 일부 시위자의 일탈 행위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인 ‘참가자 또는 개별 폭력행위와 피고들과의 관련성’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고”, “원고(경찰)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이 사건 집회 시위를 주최하고 진행한 행위와 폭력행위 사이, 또는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결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경찰(국가)의 상고를 기각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판결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시기(이명박근혜 시절)에 소신 있게 판결했던 재판부들과 이런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심초사 밤새워가며 애써주신 김남근 변호사와 서선영 변호사 등 17명의 변호인단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전략적 봉쇄소송의 대표 사례인 ‘광우병 촛불’ 

이번 판결로 사법부는 집회 시위 관련 기본권보장과 관련해 또 다른 경지를 개척하게 됐다. 광우병 촛불 직후 진행되었던 형사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위헌제청을 통해 일률적인 야간집회 금지와 야간시위금지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이끌어 냈고, 또 집회 시위 과정에서 도로에 대한 전면적·배타적 점거의 경우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되지만 도로를 부분적으로 점거하는 집회·시위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또 당시 이른바 “보수적” 법률단체 등이 공개적으로 모집한 인근 상인들 100여 명이 촛불 시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2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법원에서 정교하고 촘촘한 법리로 청구 기각한 판례도 나왔다. 이제 광우병  촛불 관련하여 해결되지 않은 실정법적 측면의 “외상값”은, 광우병촛불과 관련해 아직도 집행유예 기간에 처해 있는 필자와 주제준 위원장 및 2MB탄핵범국본의 백은종 대표 등의 사면복권 문제만 남은 셈이다.

한편, 2심 판결문에는 소송의 이익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 등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의견을 억압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SLAPP, Strategic Lawsuit Aganinst Public Participation)’의 부당성이 설시되어 있다. 즉, “집회·시위 주최자가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모인 집회·시위 과정에서 일부 소수 참가자의 일탈 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폭력 시위자뿐만 아니라 집회·시위 주최자에 대해서까지 손해배상책임을 확대한다면, 집회·시위 주최자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안게 된다. 

이로 인해 사회정치 현상에 대한 불만을 느끼는 소수집단은 집회·시위를 주최하는데 큰 부담을 갖게 되고, 종국적으로 소수집단의 구성원은 집단적 의견표명을 통해 공론의 장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이는 자기 책임의 원칙에 반하여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관련 법리를 설시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른바 ‘소송의 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에서조차 이미 31개 주와 컬럼비아특별구에서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는 법률(Anti-SLAPP법)이 제정되어 있고 그 외에도 캐나다와 호주 등의 나라에서도 전략적 봉쇄소송이 제한되는 입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찰 등 권력기관들이 앞장서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하고 있었다는 점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실이다. 

광우병 촛불에 대해 5억 1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이번에 청구 기각되었던 사례 외에도,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총 34억 5천만 원의 구상금을 청구하였다가 법원의 조정안을 정부가 수용하여 종결된 사례도 있다. 또 백남기 농민의 사망까지 불러왔던 민중총궐기 집회 건으로 3억 8천여만 원을 손배청구했다가 작년 7월 법원의 화해 권고에 따라 종결된 사례도 있다.   

그에 반해 쌍용차 사례에 대한 경찰의 대처방식은 이상하리만치 매우 집요하다.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중형으로 형사처벌 받은 것도 모자라 경찰은 16억 6천만 원의 손배청구를 강행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2018년 5월 경찰개혁위원회는 ‘집회 시위 관련 손해 발생 시 국가 원고 소송제기 기준’을 마련해 이를 경찰청에 권고하면서, 쌍용차 사건 등 이미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화해하거나 취하할 것을 권고했지만, 아직도 경찰 측은 화해나 취하를 하지 않고 있다. 경찰개혁위가 권고한 기준에 의하면,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과 충돌해 피해를 입었더라도 그 피해가 통상적인 수준이라면 원칙적으로 국가의 예산으로 처리하고, 손해배상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피해 양상이 예외적으로 크다고 하더라도 집회 시위라는 공공의 법질서 영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해 경찰관의 신체나 경찰 장비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친 개인 당사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소송을 청구하도록 하는 한편, 집회 관리 책임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해 집회 시위 과정에서 일어난 손해를 집회 주최 측에 과도하게 묻는 소송도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한 만큼 쌍용차 사례처럼 경찰이나 국가기관이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다른 나라 사례와 같이 입법적으로 해결돼야 마땅하다.    

관련해 법무부에서도 작년 3월 전략적 봉쇄소송이 해당 소송의 승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라면서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는 정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또 개선안 마련을 위해 한국민사소송학회와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은 지 벌써 1년 5개월이 경과된 현재까지도 정부 입법안은 오리무중 상태에 있다. 

전략적 봉쇄소송의 대표적 사례인 이번 광우병 촛불 손해배상 청구기각 대법원판결을 계기로, 이른바 ‘입막음용 소송’, ‘괴롭힘 소송’으로 불리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는 법률이 한시바삐 제정되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쌍용차 노조에 대한 손배소송과 같이 지난 적폐 정권 시절에 제소되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략적 봉쇄소송들도 신속하게 화해 또는 취하되기를 촉구한다. 

필자 주) 광우병 촛불 사건 1심 판결문에 적시되어 있는 당시 경찰의 부상 피해 내용을 몇 가지만 열거해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재판부도 한심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1) 구보로 이동하던 중 도로에 세워져 있던 기둥에 오른쪽 다리를 부딪침(연번7 사례)

 2) 수송 버스로 이동 중 차도와 인도 사이에 있는 울타리를 넘으려다 앞으로 넘어짐(연번8 사례) 

 3) 방패를 챙겨 나가려다 너무 세게 방패를 잡아당겨 자신의 방패에 맞음(연번21 사례)

 4) 이동 중에 인도와 차도 경계 부근에서 발을 헛디뎌 접질림(연번314 사례)

 5) 경력 버스에서 하차하던 중 왼쪽 가슴이 방패에 부딪침(연번315 사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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