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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6.09.01
  • 1113
사법부의 뒤쳐진 환경관

자연보호를 ‘추상적 사유’로 지난 6월 19일 서울고법 특별8부(재판장 김경일 부장판사)는 가야산 일대 48만평의 부지에 골프장건설을 추진하던 (주)가야개발이 국가를 상대로 낸 체육시설업 사업계획 승인취소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화체육부가 국민정서와 자연보호 등 법이 규정하지 않은 사유('추상적'사유)를 들어 승인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 이후 가야개발측은 그동안 중단했던 골프장공사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각계인사 1백 10명이 '가야산국립공원내 해인골프장 전면 백지화를 위한 1백 10인 선언'을 통해 국립공원내 골프장 건설을 허용한 사법부의 결정을 비난하고 나서는 등 반대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가야산 골프장건설은 고령군민들의 식수원을 농약으로 오염시키고, 국립공원인 가야산의 생태계를 파괴하며, 풍향의 변화와 독성농약 등으로 해인사에 보관중인 팔만대장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고령군민, 환경단체, 해인사승려들이 강한 반대를 해왔던 것이다. 둘째, 이번 판결은 자치단체들이 세수확보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추진중인 골프장건설사업을 더욱 부추겨 생태계의 심각한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이번 판결은 국립공원을 보존하려는 국민적 합의와 시대흐름에 조응하려는 행정의 노력을 외면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대규모 산림파괴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골프장 건설 등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자연공원법 개정안 시행령이 7월 1일부터 발효된 만큼, 이번 판결은 이러한 개정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몇몇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한 지역의 식생이 파괴되고 5백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가야산이 황폐화되는 것이 어떻게 '추상적'사유에 불과한 것인지, 과도한 농약사용으로 인한 식수와 농업용수의 오염 또한 '추상적'인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국민의 환경권·행복추구권의 보호과 국립공원의 보존이라는 지상명제를 무시한 반환경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6공때에 골프장건설허가를 마구잡이로 남발함으로 인해 일어난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법부가 형식적 법해석에 매몰되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원전반대시위 주도에 이례적 실형선고

또한 지난 7월 19일 광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신정식 부장판사)는 영광 원전 5,6호기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다 한국전력에 의해 고발당한 영광핵발전소 추방협의회 의장 박재완 신부(34) 등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와 원자력법위반죄를 적용해 이례적으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이 판결은 원전이 4개나 있는 영광에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발전소에서 나오는 열폐수로 인해 서해안 생태계가 파괴되고 방사능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환경단체와 천주교계의 주장을 외면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환경권과 생명권을 보장받으려는 주민환경운동의 정당성을 무시한 것이다. 특히 검찰이 불구속기소한 박재완신부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것은 천주교를 비롯한 시민·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물론 박신부 등의 주장의 정당성이 그 행위와 형사법적 구성요건 해당성과 다른 처벌조건을 조각할 정도의 것이 되지 못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형의 선고 결과를 놓고 보면 그러한 사정이 양형에 오히려 거꾸로 작용한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여성·노동·환경문제와 관련된 재판은 법관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결론이 좌우될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사법부의 보수적인 접근은 사회의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외국의 사례나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전인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환경·핵문제에 대한 보수적 접근방식은 후세로부터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임을 사법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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