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미분류 1999-02-01   2662

대전 이종기변호사사건 수사결과 발표, 국민은 납득할 수 없다

1999년 2월 1일

1. 대전 이종기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종기 변호사로부터 사건 소개료를 받았던 검찰직원 몇 명이 구속되었고 가장 관심이 주목되었던 금품수수 판검사에 대해서는 관행적인 떡값이었다는 이유로 사표수리나 자체징계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오늘 발표된 수사결과는 기본적으로 사법처리의 형평성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납득을 얻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2. 이번 사법처리에 있어서 검찰의 조치는 형평성에 위반된 것임은 물론 기소독점권을 남용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일반 검찰직원의 사건소개료 수수는 뇌물이고 검사의 경우는 관행적인 떡값수수라는 검찰의 판단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또한 판·검사 30여명이 금품수수나 향응을 접대받은 사실이 관행적인 명절떡값, 전별금 등이었다는 이유로 단순한 의원면직 또는 징계처리를 하고 만다는 것은 검찰의 독점적인 기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검찰은 정치인에 대해서조차 포괄적인 뇌물죄라는 말까지 만들어가면서 사법적인 처벌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판·검사의 금품·향응수수에 대해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법처리하지 않은 것을 수긍할 사람은 없다. 같은 지역의 변호사로부터 금품향응을 수수한다는 것은 그 당시, 특정사건에 대한 직무관련성은 없다고 해도 언젠가 그 변호사의 사건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하기가 오히려 쉽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검찰이 해당검사를 무혐의처리한 것은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제 집안문제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아전인수격으로 적용한 결과이다. 검찰 스스로 관행적인 떡값 수수는 사법처리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만들어 냈으므로 이제 공무원의 뇌물 수수를 제대로 응징하기 어렵게 되었다.

3. 이미 이번 수사에 대해서 국민들은 축소·은폐의혹을 제기해왔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희생양 만들기’ 운운하는 문제제기가 제기되어 수사전반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이다. 어차피 검사에 의해 동료검사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뻔한 일이었다. 조속한 시일내에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여 그에 따라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재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야당은 특별검사제를 주창한 바 있고 국민회의 역시 과거 야당시절부터 주장해 온 바였다. 여당이 결단한다면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이번 대전 법조비리가 광범위하게 만연된 법조비리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법조비리 재발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독립적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해서 여기에서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 혹은 사정기관의 부정비리를 전담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검 산하에 비리조사처를 신설해서 향후 비리수사를 전담토록 한다’는 법무부의 입장이 알려지고 있으나 대검 감찰부나 중부부의 간판만 바꾸는 것으로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이미 참여연대에서 주장해 왔던 대로 독립적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고 특별검사로 하여금 고위공직자나 사정기관의 비리를 수사하도록 하는 방법만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길이다.

4.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했고, 이번을 계기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사과가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고 검찰이 제자리를 찿도록 하기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조치들이 잇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당장 이번 이종기변호사사건 자체가 이토록 미온적으로 처리되면서 앞으로 잘해보겠다는 발언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보다 민주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검찰내부에서도 제기되었던 바와 같이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고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한 제반 검찰개혁방안이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상명하복제 폐지, 제정신청제도 확대, 변호인 수사입회권 보장, 검찰심사회제도 도입, 검찰인사제도의 객관성보장,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등 그동안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검찰개혁 방안이 즉각 실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늘 검찰총장의 사과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데 급급한 태도를 버리고 국민적 요구를 경청하여 수용하는 현명한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사법감시센터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