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22-01-28   1010

[논평] 재판 개입에 면죄부 부여 판결, 납득하기 어려워

재판개입 면죄부 부여한 판결 납득하기 어려워

재판 개입에 면죄부 부여 판결, 납득하기 어려워  

이민걸·이규진 유죄에도 ‘통진당 소송’ 재판 개입에 면죄부

법원행정처,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폐지 등 법원개혁 미룰 수 없어

 

어제(1/27), 2심 법원이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이민걸(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현 변호사)· 이규진(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현 변호사) 전 판사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다(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최수환 · 최성보 · 정현미 부장판사, 2021노546). 사법농단 관여 판사에 대한 최소한의 유죄 판단이 유지되었지만, 정작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 개입이라는 핵심 혐의는 무죄로 뒤집으며 형량을 크게 낮추었다. 사법행정권은 남용해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그것이 재판 개입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법행정상의 잘못은 있을 수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재판이 영향을 받아 잘못되는 일은 없다는 법원 무오류론을 전제하지 않는 한, 이해되기 어려운 결론이다. 사법행정권을 가진 상위직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관여하여 특정 결론을 유도하거나 판결문을 바꾸는 행위는 위헌적이며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이다. 이는 법률까지 거론하지 않아도 이해될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대법원은 상식에 반하는 재판결과가 나오고 사법행정권을 가진 판사가 해당 법관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더라도 그럴 권한이 없으므로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재판 개입은 없었음을 천명함으로써, 사법농단으로 땅에 떨어진 재판의 권위를 지켜내려는 몸부림이 어찌보면 눈물겹기까지하다. 이를 위해 법원은 사법농단에 대한 반성,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보다는 직권남용죄 법리에 매달렸다. 그 논리를 통해 도달한 결론, 즉 유사한 사법행정상의 행태가 재판 외적으로 판사에게 미치면 잘못이지만 재판 담당 판사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없어서 잘못이 아니라는 기묘한 결론은 우리를 당혹케 한다.

대법원은 재판 외적 영향력 행사는 위법하다고 보았다. 이민걸 전 판사와 이규진 전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해 법원행정처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들의 모임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을 공격하기 위해 중복가입 해소 조치를 시행하는 등의 행위가 법관들의 학술적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이규진 전 판사가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정보를 수집한 것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법관과 법관직무의 독립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재판 자체에 대하여 영향력을 미친 것이라는 점은 끝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직 확인소송 재판부에게 청구기각결정을 권고하도록 지시하고, 헌재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재판부의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을 단순위헌 취지 위헌제청으로 바꾸도록 지시하는 등 재판부의 판결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행위가 있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민걸·이규진의 재판 개입 행위가 단순 조언이나 지적을 넘어 사건 처리 시기를 정해주고 결론을 바꾸는 등 구체적인 수준이어서 재판의 본질을 침해하며, 이같은 행위가 피고인의 직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2심은 재판권 독립의 본질 침해 여부에 대한 고민 없이 ‘사법행정권자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권한 남용이 성립할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

이번 2심 재판에서도 통진당 사건의 재판부 배당 조작 행위 등을 직접 실행한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수원지법 성남지원 원로법관), 방창현 당시 전주지법 부장판사(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유지되었다. 이로써,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김명수 대법원에서 면죄부를 받은 사례가 또 다시 늘어났다. 이미 지난 해 12월 30일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이 무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기소된 전현직 사법농단 관여 판사 14명 중 5명(유해용, 이태종,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안타까운 것은 그간 사법농단에 대한 법원의 진지한 자정노력이나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자정도, 반성도 없는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회는 더이상 법원개혁을 위한 입법적 책무를  손놓고 있어선 안 된다.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사법농단의 온상이었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 심의의결 권한을 가진 합의제 사법행정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법원 내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재판 개입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사법농단이 법원은 셀프 면죄부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그 입법적 책무를 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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