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2-06-27   1657

[판결비평] 노동자의 기본권 행사도 처벌하는 나라

노동자의 기본권 행사 처벌하는 나라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노조가 단순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처벌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 청구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4(합헌) 대 5(위헌)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합헌 의견보다 위헌 의견이 다수임에도,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에는 결국 달하지 못했습니다. 2011년 헌법소원 이후 10년 만의 결정입니다. 국가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여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재의 결정은 정말 문제가 없을까요? 해당 결정을 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 윤수빈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18번째 이야기

 

단순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현행 형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재 결정에 대한 판결비평 

헌법재판소 2012헌바66  

 

윤수빈 변호사

윤수빈 변호사 / 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

 

노동자는 자신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본권이라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필요한 권리이기에, 그 기본권의 행사가 다른 사람에게 다소의 불편이나 부담을 준다고 하더라도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가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을 행사하여 다름 없이 처우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타인에게 다소의 불편이 되더라도 그의 불편이 우리의 평등권을 훼손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헌법상의 기본권에는 우열이 없다. 따라서 단체행동권도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행사가 사용자에게 부담이 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고 사용자는 이를 수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2012헌바66 결정은 노동자들이 어떠한 폭력적 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단지 소극적으로 휴일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한 행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우리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합법적인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처벌은 유서깊은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수단이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하여 법 개정이나 다른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합법적인 파업에 대한 형사 처벌이 계속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매우 유감스러운 마음으로, △우선 이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며 이것을 과연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2012헌바66 합헌 의견이 갖는 문제점을 살펴본다.

 

이것이 왜 범죄인가?

 

H자동차 공장 협력업체(하청업체) 직원들은 2010. 3.경 18명의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2010. 3. 13. 토요일 08:00부터 2010. 3. 14. 일요일 08:00까지 휴일근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 

 

헌법은 노동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하여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데, 노동조건의 유지는 계속 일함을 전제로 한다. 고용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안해진 상황에서 그에 관하여 노동자들이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별안간 회사의 사정으로 해고하겠다고 통보받아 당장의 고용과 생계가 불안해진 직원들이 느꼈을 막막함을 본다. 시간외 초과 근로에 해당하는 휴일에 단 하루, 어떠한 폭력적 행위 없이 단순히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한 것을 범죄라고 할 수 있을까? 헌법에 위반됨은 차치하고 우리의 상식과 정의에 비추어도 수긍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단순한 노무거부 방식의 파업이 범죄라는 것은,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으로, 이에 해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과거 국가와 자본은 이 위력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노동조합의 모든 파업이 업무방해죄로 의율될 수 있다고 보면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다가, 2011년에 이르러서야 그 범위를 제한했다. 단순히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이번 2012헌바66 결정에서 합헌이라는 입장은 위 법리를 전제로 한다. 즉 아주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위와 같은 경우에 한정해서 업무방해죄로 의율하는 것은 단체행동권 행사에 심대한 위축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헌바66 결정의 문제점 1 – 단체행동권과 쟁의행위 구분의 필요성

 

단체행동권은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집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본권이므로 여기에는 다양한 집단적 행동이 포함된다. 여러 가지 집단적 행동의 방식 가운데 하나가 노동조합법상의 쟁의행위이고, 그 여러 쟁의행위 가운데 하나가 파업이다(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는 노동자가 하는 쟁의행위를 ‘파업, 태업 기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번 결정은 과거 대법원이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을 제한해석한 판결(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을 전제로 심사에 나아갔다. 그런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이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해석한 것은 ‘파업’에 관한 것이었다. 2012헌바66 결정의 합헌 의견은 하위개념인 노동조합법상의 쟁의행위에 대한 개념 정의를 이용하여 상위개념인 헌법상 단체행동권 개념을 정의하면서, 단순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체계적으로 부당하다. 

 

헌법재판관 5인의 위헌의견은 이에 대하여 분명하게 지적한다.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말하는 ‘근로조건의 향상’이란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뿐만 아니라 근로조건과 관련된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도 포함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쟁의행위의 대상 또는 목적이 사용자에게 처분권한이 있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인 경우에만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로서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앞서 본 근로3권의 헌법적 보장 취지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 사회발전과 함께 계속 증가하면서 근로조건의 결정구조가 중층화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의 개념을 사용자의 처분권한을 전제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과 연계하여 파악할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는 노동조합법상 조정‧중재대상 및 규율대상으로서의 쟁의행위의 개념을 정의한 것으로서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보다는 좁은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 제33조 제1항은 단체행동권과 관련하여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으로’ 행사할 것을 정할 뿐 개별적 법률유보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한데, 노동조합법의 정의규정으로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법률로써 헌법상 기본권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2012헌바66 결정의 문제점 2 – 채무불이행에 대한 처벌, 강제 노동

 

단순한 노무제공의 거부는 본질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가 약속한 근로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하는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민주국가에서 채권-채무 관계에서 발생하는 채무불이행에 손해배상책임 등의 민사 책임 외에 형사처벌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노동조합법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함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개별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빼곡히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와 별개로 단순파업에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려거든 형사처벌을 각오하라는 의미가 된다. 고쳐말하면 형사처벌 받지 않기 위하여는 합법적 쟁의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무 제공을 멈춰선 안된다는 것으로, 사실상 국가권력이 노무제공을 강제하는 것이다.

 

평등권, 교육받을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주장하면서 형사처벌을 각오해야한다면 그것이 민주국가일까? 헌법재판관 5인의 위헌의견은 이에 대하여도 지적하고 있다.

 

“단체행동권의 제한을 위반한 경우 과해지는 불이익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소극적 형태의 단순파업에 있어서 노동조합법상의 규정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어떠한 유형력도 수반하지 않는 단순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를 형벌의 위하로 강제하는 것이고,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 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도 존재한다.”

 

나아가 이번 결정에서 전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의 경위로 거슬러가면 당사자들은 휴일근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 즉 사안은 근로계약상 채무가 없는 시간외근로 거부를 형사처벌하는 방식으로 초과근로를 강제한 것으로, 그 위헌성이 더욱 강화된다. 이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에도 반한다.

 

마치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하기 위하여는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이 위헌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012헌바66결정은 위헌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여 합헌으로 결정되었으나, 헌법재판관 5인이 단순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처벌이 우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즉 정족수를 갖추지 못하였을뿐이지, 법에 관하여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법원에서 사실상 이와 같은 업무방해죄 의율이 위헌이라고 본 것이므로 의의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5인 위헌의견이 단체행동권이 자유권적 기본권의 본질을 갖는다고 확인한 점, 단체행동권이 쟁의행위보다 포괄적인 상위개념인 점, 단체행동권 행사에 단체교섭 등이 개념필수적으로 연동되는 것은 아니란 점을 처음으로 명시하였다는 부분은 주목할만 하다. 이와 같은 시각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속적으로 자영업 형태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모든 쟁의행위를 금지하여서는 안된다는 권고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앞으로도 계속 노동자의 단순 노무제공 거부가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에, 노동기본권의 행사가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 예상되어 유감스럽다. 2012헌바66 결정이 10년이라는 장고 끝에 나왔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한 이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자신의 생각을 원하는 때 말하고 싶은 만큼 숨김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권력자들이 한 시답잖은 말에도 너나없이 확성기를 대주는 반면, 글자 그대로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생존의 목소리는 그 아무리 애닲아도 시선 하나 얻기가 어렵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내 목소리 하나가 작다면 여럿이 함께 외치자”며 노동조합으로 모여 연대했다. 이번 결정은 그렇게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려거든 형사처벌받을 것을 감수하라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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