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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개혁
  • 2021.05.18
  • 624

공수처 수사의 전형(典型)을 세워라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 참여연대 공동대표)

 

예열은 끝났다. 이제 달리기 시작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선정한 제1호 사건을 두고 말이 많다.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 "기소권도 없는 사건이라 검찰과의 갈등이 우려된다", "예상했던 검사비리 사건을 택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는 책임성을 보였어야 했다" 등등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러려고 20여 년간 공수처 설립을 주장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입법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던 여당 의원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부패범죄나 권력형 비리 같은 거악에 속하지도 않고, 기소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서 실망스럽다. 왜 하필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별 채용 의혹사건일까. 장고 끝에 악수라더니 조금은 자신감 없는 결정처럼 비친다.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비겁함도 보인다. 어쨌든 공수처의 위상에 걸맞은 사건이 아님은 부정할 수 없다.

 

<사진출처 : 공수처 홈페이지 https://cio.go.kr/>
 

결정을 내린 이상 어쩔 수 없다. 부정적 시각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수사로 실망과 한숨을 희망으로 바꾸면 된다. 공제 1호로 택한 이유를 공수처다운 수사로 보여줘야 한다. 첫발을 내딛는 만큼 공수처 수사의 전형을 만들어 가야 한다. 결과가 아니라, 결론에 이르는 수사절차와 방법 말이다. 검찰의 특수수사처럼 유죄를 전제로 수사해서는 안 된다. 죄가 안 되거나 혐의 없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해도 된다. 그것이 정당한 수사의 결론이라고 판단했다면 말이다. 교과서에는 있지만, 검찰청 안에서는 잊히는 검사의 객관의무를 다하면서 공익의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 피의자의 주장도 들어주고,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가 나오면 애써 무시하지 않는 수사여야 한다. 그것이 공수처가 검찰청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검찰청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는 길이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그렇다고 기소와 유죄만 보고 달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치, 언론과 여론으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말라는 뜻이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진실과 정의를 찾아 달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터널시야여서는 안 된다. 유죄와 기소라는 터널 끝만 바라보면 수사오류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시야 협착의 유죄 편향에 갇히면 전방위 압수수색, 어떻게든 기소하고야 마는 먼지털기식 수사, 알권리라는 언론과 여론의 압박에 밀려 피의사실을 유출하고 중계식으로 보도자료를 내는 수사, 자백을 받아내 조서를 꾸미는 수사, 구속으로 겁주는 수사, 포토라인에 세우고 망신 주는 수사, 표적 수사, 타건 압박 수사 등 검찰 특수수사의 잘못된 관행을 따르게 될 것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경고와 간절한 요청이 공수처의 설립 기반이다.

 

공수처가 하면 이제 공수처 수사의 관행이 된다. 첫 사건에서 공수처 수사의 초석을 다지고,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 공수처의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 그저 검찰의 수사 관행을 답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왜 검찰의 권한을 떼어내 자신들이 받았는지를 늘 깊이 새겨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압력도 견뎌내고, 상명하복이라는 내부로부터의 간섭도 사라져야 한다.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수사, 형사사법의 효율성이 아니라 적법절차를 지키는 수사, 독립성과 중립성을 견지하는 수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헌법이 교과서가 되는 수사,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공수처다운 수사의 전형이다.

 

본 칼럼은 2021.05.17 법률신문에 기고된 것입니다.

출처 : 법률신문 https://bit.ly/2RrkRk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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