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6-01   1426

[05호] 사법제자리놓기시민모임 회원순례 1

"멧돼지 사건"의 김형국씨

"멧돼지의 특성: 야생동물 중 멧돼지 고기는 특유의 향취와 감미가 있는 육질로서 장수 무병의 약효가 있는 식품으로 한국국민의 기호에 맞음."

경남 양산에서 '태양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국씨. 그의 농장에 써붙인 호객용 선전문이다. 한 때 1천마리의 맷돼지를 키우며 알차게 농장을 꾸리던 이 분이 사법제자리놓기시민모임의 회원이 된 사연도 바로 맷돼지 때문이다. 사법제자리놓기시민모임이 창립된 지난 3월 21일 이후 그는 거의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양산에서 서울까지 천리길을 마다않고 차를 몰고 달려오는 김형국씨. 태양농원의 멧돼지 고기 때문인지 양산의 맑은 정취때문인지 56세의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그는 각종 모임과 회의, 경조사에 거르지 않고 참석하는 가장 열정적인 회원이다. 무슨 사연이 그토록 깊길래, 무슨 한이 그토록 맺혔길래 그로 하여금 이런 정열을 가지게 만들었을까.

지난 91년부터 가격이 훨씬 싼 집돼지를 맷돼지라고 속여 파는 전문사기꾼들을 만나 검찰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던 김형국씨는 이제는 멧돼지 사기꾼들 뿐 아니라 검찰에 의한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사법제자리놓기시민모임을 찾았다고 한다. 김형국씨의 첫 검찰 경험은 91년 10월의 일이었다. 멧돼지를 사육하는 농민들에게 계약금만 지불하고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등 온갖 방법으로 선량한 농민들을 기망하는 최모씨를 사기죄로 양산경찰서에 고소하였으나 2년만에 수원지검에서 무혐의 처리가 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억울해 할 겨를도 없이 오히려 최모씨가 계약금 반환소송과 위약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변호사도 없이 자신의 법률적 무지와 상대의 허위증언으로 인해 적반하장으로 이 소송에 패소하고 말았다고 한다.

사기꾼들은 김씨와 같은 멧돼지 사육농민들로부터 적은 숫자의 멧돼지를 산 다음 일반 양돈업자로부터 집돼지를 사서 도축하여 섞어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 멧돼지사육자협회에서 최씨등과 식품회사를 고소했으나 어떻게 된 샘인지 식품회사들은 불기소처분, 최씨는 집행유예의 가벼운 처벌로 사건이 종결되어 버렸다고 한다. 진 소송의 재심을 내려고 해도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더구나 민사소송을 하려고 해도 사기전과 30범인 전문사기꾼이 자기 소유의 재산을 가질 리 만무하였다. 오히려 김형국씨는 상대방으로부터 무고, 명예훼손, 폭력, 방화 등의 혐의로 연고지도 아닌 서울지검에 고소를 당해 만 3년 2개월만에 서울지검을 시작으로 수원지검 4번, 성남지청 4번, 울산지청 4번 등 무려 13회의 핑퐁수사 끝에 울산지청에서 명예훼손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그후 꼭 같은 사건으로 수원지검에서 다시 한 번 기소유예를 당하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검찰의 처분이 있어 이에 불복하여 많은 기관에 수없이 진정과 탄원을 내기도 하였다.

[대한민국 검찰의 부정비리 및 검찰의 부패사건] 1,2권을 만들어 낸 그는 검찰이 부정비리자를 비호하기 보다는 억울한 국민을 편드는 날이 오기를 누구보다도 희망하는 사람이다. 이어지는 고소와 피고소로 아직도 뇌물공여의사표시죄로 성남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씨는 이제는 어려운 법률용어가 입에 밸 정도로 '법률전문가'가 되어 있다. 그냥 포기하고 말라던 가족들과 멧돼지 사육 농민들도 이제는 그의 뜻을 이해하고 격려해 준다고 한다. 그 많던 맷돼지가 그의 기나긴 법정투쟁 때문에 이제 몇십마리로 줄어버렸다. 그 빈 농장을 돌아보면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으면 하는 생각도 한다는 김씨는 그러나 자신의 피해 하나가 아니라 억울한 사람이 이 땅에서 없어지도록 하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해 온 자신을 후회는 않는다고 말한다.

회원순례한 취재를 요청받고 "나 보다도 더 어렵고 훌륭한 회원들이 많은데 왜 내가 먼저이냐"고 오히려 미안스러워하는 순진한 얼굴의 농부 김형국씨의 검찰행이 언제 끝나게 될는지. 그의 불행이 끝나는 날은 바로 검찰이 바로 서는 날이자 일반시민들이 멧돼지 고기를 진짜 멧돼지로 믿고 먹을 수 있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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