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6-01   1973

[05호] 노인복시 시혜가 아닌 권리

대법원, 노령수당지급제외처분취소청구소송 파기환송

참여연대는, 지난 1994년 12월 23일 이기남씨(67세, 서울 관악구 신림6동)를 원고로, 생활보호대상자 중 70세 이상 노인에게만 노령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보건복지부 장관 지침이 상위법인 노인복지법 제13조 및 시행령 제17조의 65세 규정을 위반한 것이므로, 위법한 지침에 근거하여 내려진 이기남씨의 노령수당지급 신청 기각 결정을 취소할 것을 청구하였다.

95년 5월 4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재판부(제2특별부 재판장 유지담, 판사 이성보, 지대운)는 원고측의 주장인 위임입법의 한계는 "소득수준 등을 참작한 일정소득이하의 대상자의 선정기준에 관한 것"이라는 주장을 배척하고 "소득수준" 등의 해석은 "국가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지급대상자의 최저 연령도 65세보다 높여 지급대상자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석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해 96년 4월 12일 대법원은 정부예산의 필요로 전면적인 노령수당제도가 시행되기 전의 과도기적인 제한은 "대상자 선정기준(선별주의)"과 "지급수준"을 변경.시행할 수 있도록 위임규정을 두어 이에 의해 해결할 수 있도록 법률상 보장하고 있으므로, 법령상 연령기준까지 상향조정할 필요를 예정하지 않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원심의 이 부분 해석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이 판결은 생활보호대상자 노인 뿐만 아니라 노인복지 서비스 전반에 걸친 국가의 급여제도에 대한 현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임의규정으로 되어있는 노인복지법 빛 생활보호법 등의 법령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행 사회복지 제도의 법과 시행령, 사업지침 간에 나타나고 있는 괴리와 모순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는 판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인지대까지 부담해 가며 이 사건의 소송대리를 맡아 고생해 가면서 승소를 이끌어 낸 이찬진 변호사를 만나 소송의 경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 어떻게 소송을 제기하게 됐는지 ?

▶ 이 소송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국민생활최저선확보운동'의 출범과 함께 제출한 공익소송의 하나였다. 노인복지법 제13조 조항 해당 시행령에 따르면 이기남 할아버지는 노령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청구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노령수당 지급 신청을 했는데, 구청은 지급 대상자가 아니라면서 접수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이것은 일종의 처분으로서 행정소송법상의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고 행정심판을 거쳐 노령수당 지급 제외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의 재판 과정은 ? 그리고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보는지 ?

▶ 첫째로 고등법원 재판에서 문제가 된 것은 이기남 할아버지가 당사자 자격을 가지고 있느냐, 즉 노령수당 지급 청구권을 가지고 있느냐에 관한 문제였다. 이에 대해 피고측인 구청은 노령수당 지급은 시혜적인 것으로 지급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노인복지법을 볼 때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당사자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당사자가 실질적인 노령수당 수급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본안 판단이 시작됐다. 통상 각종 행정청의 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권리관계에 관한 처분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노령수당 지급을 권리의무에 관한 처분으로 인정한 것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

두번째로는 65세 이상 70세까지의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인 권리가 있는지가 다퉈졌다. 법은 65세 이상이라는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는데, 노인복지 사업지침은 70세 이상에게만 주도록 축소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문리해석의 문제가 등장했다. 원고측은 이렇게 주장했다. "법률 뿐 아니라 시행령은 65세 이상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소득수준 등을 참작해 지급 대상과 요건을 정한다고 하고 있는데, 연령상의 제한은 65세 이상이고, 하위 규범이 그것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 따라서 노인복지 사업지침이 70세 이상으로 정한 것은 무효다. 그리고 노인복지 사업지침이 생활보호대상자에게만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겠다. 현행법상 다툴 수 없다. 그런데 이기남 할아버지는 거택보호대상자로서 생활보호대상자이다. 따라서 요건은 65세 이상 생활보호대상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노령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고등법원 재판부는 문리해석을 조금 넘어 위임 범위를 확대 해석했다. '소득수준 등'을 참작하라는 규정은 예산 수요나 여러가지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연령까지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문리해석상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었다. 소득수준 '등'이라는 것은 소득수준과 상응하는 기타 사항이기 때문에 65세 이상이라는 법률상의 큰 틀을 하위규범에서는 '등' 하나 가지고 제한할 수 없다. 국어 교과서를 해석하는 양 조금 우습게 됐다.

★ 조금 우습게 됐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

▶ 노령수당의 성격이 무엇인지,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것인지, 노령수당제도가 사회복지제도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왜 필요한 것인지, 시혜가 아닌 법률상의 권리로써 인정되어야 하는 것인지 등이 쟁점으로 부각됐어야 했다. 그러한 부분에 관해서 우리나라 행정소송의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소송제도가 조금 유연하지 못하다. 주로 법률문제에 관해서만 다루기 때문에, 사회복지 관련 소송으로써 사회복지에 관한 입론을 세우고, 그것이 사법 판결에 반영되어 사회복지 분야에 관한 하나의 법이론으로써 정착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번 재판에서도 아쉬운 점이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 판결로 인해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한 65세 이상 70세까지 노령수당을 지급해야만 하는 정책적인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사실이다.

★ 현재 이번 소송과 같은 공익소송의 법적 접근을 하는 데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

▶ 작년 말 법무부에서 집단소송 제도 법안을 상정했는데 아직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발표된 것만 봤는데 제조물 책임, 즉 주로 소비자 문제를 다루고 있고, 사회복지 문제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실 대표소송 제도 등이 제일 필요한 데는 사회복지 분야인 것 같다. 한 사람이 다퉈 받는 이익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판결의 효력을 일반적인 효력으로까지 인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한 제도가 있으면 판결이 곧바로 법령 개폐까지 이뤄낸다. 영미법계는 판례법 체계니까 당연히 그렇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시행령까지는 위법하다고 결정되면 그것은 곧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므로 굉징히 힘이 있다. 현재에는 민사, 형사, 행정, 가사로 구분하기 어려운 중간 영역이 굉징히 많다. 그러한 형태의 사회문제, 집단적인 사회문제를 처리할 집단소송 법제, 사법 제도틀이 구축되어야 한다. 사회복지 부분에서는 반드시 필요하고, 영미법계에서는 그러한 소송이 차지하는 비율도 꽤 높다.(20~30%) 공익소송이 활성화되려면, 현행 제도의 한계, 개별적 처리 과정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집단적인 관점에서의 사법적 해결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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