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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6.09.01
  • 1480
한국 공무원임을 주장하는 이상기씨
한국 공무원임을 주장하는 이상기씨

말 수가 적지만 사법제자리놓기시민모임의 궂은 일에는 늘 한 몫을 담당하는 이상기씨.

늘 어두운 표정이다. 사법제자리놓기시민모임 회원 중에 얼굴이 밝은 사람이 드물기도 하지만 이상기씨의 검은 얼굴은 불안하다기 보다 뭔가 몰두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육군 대위로 전역하여 83년부터 국방부에서 군무원으로 일해오던 이상기 씨는 92년 ‘직권면직인사 명령통보’도 없이 ‘처분사유설명서’만으로 해고당했다. 이것이 이상기씨의 길고긴 법정투쟁의 시작지점이었다.

이상기씨는 82년에 국방부의 군무원신규공개채용 시험에 합격하여 국방부에 5급 행정군무사무관(후에 조사정보 군무사무관으로 직군 변경됨)으로 임용되었는데 주한미측 정보기관에서 합동근무를 수행하였다. 이처럼 외국기관 근무를 위해서는 휴직조치를 한 후 외국기관과 다시 고용계약을 맺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씨는 휴직원을 제출하지도 않았으며 휴직처분통보를 발급받지 못했으며 미측과 고용계약을 맺지도 않은 채 주한미측 정보기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해고당한 것이다.

한국공무원인가, 미국측 고용원인가?

근무 초기부터 군사기밀을 이유로 이례적인 요구를 해 온 국방부는 3년마다 ‘사직원’양식을 배포하여 ‘사직사유’란에 ‘휴직기간만료’로 기입하게 하거나 임의로 날인하였으며 ‘휴직연장지원서’ 등을 임의로 작성하였다. 또한 “공무원 퇴직금 및 연금 계산을 1월1일부터 기산하며 이전의 퇴직금은 문제삼지 않는다”는 ‘퇴직금 수령 및 확약서’를 3년마다 작성하게 하였다. 또한 국방부는 매년 말 한달치 봉급분을 소위 퇴직금이라고 은행 온라인에 불입해왔다.

국방부는 이씨를 비롯한 그의 동료들의 보수를 미측 자금으로 지급했다고 하고 있으나, ‘보수’가 아니라 미측의 사례비로서 ‘수당’ 또는 ‘혜택금’이었고, 또한 소송 계류 중에 밝혀진 사실은 이씨의 인사명령 기안문에는 자의로 휴직처분을 하고, 휴직자에게 해서는 안되는 파견명령을 했는가 하면, 그 인사명령 시행문에는 그에게 파견명령만 했다고 하며, 이럴 경우 보수부담은 한국정부이므로, 한국정부의 재정을 금원으로 보수를 지급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미측은 국방부와 체결했다는 소위 ‘특수번역 및 전사지원·협정’상에, 미측은 합동근무를 통해 자신들도 돕고 있는 군무원에 대한 사례비로서 “수당 및 혜택금을 주기로 한다”라는 조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 재정을 금원으로 한 급료명칭을 “수당 및 혜택금”으로 미측에 의해 표명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퇴직금과 연금의 수급권도 박탈당해

소송 과정에서 국방부는 이상기씨 등이 사실상 미측 군무원이라 주장하였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여러 가지 서류를 작성,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씨는 국방부에서 일간 신문에 모집공고한 공개채용에 정식으로 합격하였고 국방부가 발급한 정규군무원 신분증과 재직증명을 가지고 근무하여 왔다.

사직에 대한 권유와 이의 불복으로 이상기 씨는 직권면직처분을 받은 것 뿐만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정당하게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과 연금의 수급권도 박탈당하였고 이에 대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씨와 그의 동료들이 진행하고 있는 소송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군 내부의 문제일뿐더러 군사기밀을 다루는 사람들과 연관된 문제이기에 문제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용어의 어려움과 복잡하게 얽힌 사실관계로 인해 어느 지점에서부터 출발을 해야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좀처럼 내리기 힘들다.

이씨와 그의 동료 정재명씨는 일반인도 아니고 국방부를 상대로 이런 복잡한 소송을 손수 서류를 작성하고 법전과 자료를 뒤져가며 수년동안 진행하고 있다. 직권면직처분에 대한 소송, 정원무배정 및 정부조직법 관련 연금수급권 소급회복사건, 국방부 군무원인사소청심사결정에 대한 사건, 휴직군무원파견명령 및 연금법상 재직기관 관련 연금수급권 소급회복을 위한 무효확인 소송, 국방부 관련자의 위증에 대한 건 등 수많은 행정, 민사, 형사사건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방부와의 싸움에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고등법원에서 만난 이상기씨는 그날도 재판기일을 혼돈하여 변론기일지정신청을 내야만 했다. 법원식당에서 고등검찰청에서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졌다고 기뻐하는 회원을 만나 함께 기뻐해 주는 이상기씨. 이씨의 국방부와의 끝없는 싸움의 끝은 어디인지, 그리고 그가 빼앗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기자의 마음은 착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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