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기타(jw) 1997-01-30   903

노동관계법,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에 대한 시민헌법재판 결정에 대한 보도협조 요청

보도자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국가안전기획부법 중 개정법률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하여 1997. 1. 30 오후 2시 서울지방변호사회관 대강당에서 있었던 시민헌법재판에서는 청구인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 개정법률들이 위헌임을 판결하였다.

 이법률들이 위헌임을 판결하게 된 이유로는

  가. 청구인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인적격 여부를 볼 때, 복수노조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위 법 시행일로부터 3년간 복수노조의 합법화를 유예시키고 있다.   합법화 여부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청구인 김갑을이 합법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할수 있는지 여부 및 그를 통한 노동기본권의 향유여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따라서 청구인은 이 재판을 통해 이사건 개정법률 등의 위헌여부를 판단 할 청구인 적격이 있다고 인정된다. 

  나. 위헌심판제청과 관련된 재판의 전제성을 볼 때 이사건 위헌제청 결정을 한 ‘다’지방법원은 재판의 전제성과 관련하여 “피의자들의 위 각 행위들은 위헌법률에 의하여 신청인과 같은 근로자계층이나 신청인이 소속된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위 위헌법률의 제정과 시행이라는 위헌적인 행위에 대한 헌법수호행위의 일환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정당성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위 각법률들의 위헌여부는 이 사건 업무방해죄 내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등의 성립여부 및 신청인의 구속여부의 판단에 직접적인 전제가 된다고 하겠다”고 하여 전제성을 인정하고 있는 바, 이 견해가 명백히 잘못 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사건 개정법률들의 위헌여부는 이사건 제청법원이 제청한 사건의 심리와 관련하여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
  또 이사건 개정법률들에 대한 청구인 등 근로자들의 쟁의행위를 바로 자신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더욱 약화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강력한 의사표시로 본다면, 그것을 단순히 현행노동법상의 절차를 무시한 불법적인 파업으로만 볼 수는 없고, 불법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복종’의 자세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불법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복종’의 수단으로 선택한 파업과 시위 등이 과연 금지 또는 처벌의 대상이 되느냐에 따라 ‘다’지방법원에 계류중인 사건의 재판 주문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위 법원의 위헌제청은 모두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할것이다.

  다. 국회의 입법절차에 대한 헌법재판의 가부를 살펴 볼 때,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사한다는 규정의 취지는 법률 내용의 위헌여부 뿐 아니라 그 법률이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적법한 입법절차에 의해서 제정된 것인지 등의 형식적인 심사권도 함께 갖는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입법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형식적인 심사권을 갖는 것은 결코 3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고 오히려 3권분립의 원칙이 요구하는 견제 기능의 불가피한 수단이다.  따라서 국회가 의사진행에 관한 절차를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말은 헌법정신에 맞도록 국회법을 자율적으로 제정할 수 있고 국회법의 테두리내에서 의사진행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뜻이다. 국회법에 어긋나는 의사진행을 하는 것은 국회의 자율권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사건 개정법률 등의 절차는 당연히 당재판부의 심사대상이 된다.

  라. 이사건 개정법률 등의 위헌 여부를 살펴 볼 때
     (1) 입법절차의 위헌여부
       헌법 제50조는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국민주권 주의와 대의민주제를 근본규범으로 하는 현대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회의 정책결정 내지 입법과정을 주권자 앞에 상세히 공개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실현시킴으로써, 입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위 규정에 위배되는 국회의 입법절차는 어떤 명분으로도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국회 본회의의 경우 국회법 제72조 단서가 규정하는 의장의 협의절차가 없었다. 또한 국회법 제76조제3항의 해석상 ‘본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면서, 의원 각자에게 최소한 일시만은 통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통지 또한 전혀 없었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사건 본회의는 위 국회법규정에 명백히 위반 되어 무효이고, 동시에 헌법 제50조위반이다.
   나아가 현대의 헌법국가에서는 통치권행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통치권이 악용․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입법권의 행사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절차적인 통제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국회법에서 정하는 회의에 관한 여러 규정도 바로 그런 통제장치에 속한다.  따라서 이 통제장치를 무시한 입법은 결코 합헌적인 입법일수 없다.  이상에서 이사건 개정법률들의 입법절차는 헌법에 위반됨이 명백하다.
    (2) 내용상 문제점
     내용상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첨부하는 시민헌법재판소 결정문을 참고하기 바람.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사건 개정법률들은 그 입법절차가 모두 헌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쟁의행위나 시위 등에 대한 법적평가는 위헌제청신청을 한 ‘다’법원의 소관사항이나, 그것이 다른 법에 의하여 특별히 저촉되지 않는 한 이사건 개정법률들의 무효화를 위한 노동기본권의 행사나 의사표현의 자유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여져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개정법률들이 위헌인 이상 이사건 개정법률들의 효력은 발생되지 않으며, 이제부터 논의를 새로 시작하여야 한다.   그 과정은 물론 쉽지는 않으며 상당한 인내와 오랜기간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지 모른다.   그 협의의 단초는 물론 무효화된 이사건 개정법률들을 의결한 여당과 논의의 성숙에 실패한 정부가 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목적이 아니고, 과정과 절차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둔다면, 우리 모두 다같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그 일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1997.        1.        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영도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공동대표  김중배 김창국

시민헌법재판소       

결정

사    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국가안전기획부법 중
            개정법률 등에 대한 헌법소원

청 구 인   1. 김    갑    을
           2. 이    병    정
           대리인 변호사  박 성 호, 김 선 수

위 법률 등의 합헌을 주장하는 이해관계인들
           대리인 변호사  안 영 도, 조 상 희

                                 주        문
  1996. 12. 31. 공포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법률 제5244호), 근로기준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245호), 노동위원회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246호),  노사협의회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247호) 및 국가안전기획부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252호)은 각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1996.12.26. 06:00경 제182회 임시국회의 제1차 본회의가 국회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의 지정을 받은 국회부의장 오세응의 사회로 열렸다. 신한국당 소속의원 154명이 모인 회의에서 국회부의장 오세응이 주문기재 각 개정법률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가를 묻고 만장일치로 이의 없음을 확인한 다음 위 법률들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이 법률들은 국회의장 김수한에 의하여 정부로 이송되어 국무회의는 그 공포안을 가결하였으며, 같은 달 31. 대통령 김영삼은 이사건 개정 법률들을 공포하였다.

  나. 청구인 김갑을은 민주노총 소속인 ‘가’회사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1997. 1. 5.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위 개정법률들이 헌법에 위반되었음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다. ‘나’ 회사는 청구인 이병정이 조합원으로 있는 동회사의 노동조합을 상대로, 동조합이 이사건 개정 법률들의 국회통과절차가 위헌이라고 하여 그 무효를 주장하며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이유로 ‘다’지방법원에 쟁의행위금지가처분신청을 하였고, 위 쟁의행위에 참가한 청구인 이병정을 고소하여 검찰은 업무방해등 죄로 위 청구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다’지방법원은 위 법률들의 위헌여부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의 적법성 및 청구인의 구속여부등을 판단하는데 전제가 된다고 보고 1997.1.15 그 위헌여부에 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결정을 하였다.

2. 이 사건 개정 법률들이 위헌이라는 주장의 요지
  가. 1996.12.26.의 새벽회의는 국회본회의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

  이사건 개정법률들에 대한 국회의결시 신한국당 소속의원들에게만 본회의가 있음을 알리고 새정치 국민회의등 다른 정당소속의원들과 무소속의원들에게 회의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아니함으로써 회의의결에서 배제시킨 것은 복수정당제에 의한 의회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본회의 의결에 관한 국회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행위이자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나. 노동관계법 개정법률에 의해 근로의 권리와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
    청구인들은 이사건 노동관계법개정법률에 따라 시행될 정리해고제로 인하여 언제 어떤 상황을 만나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갖게 되었으며, 변형근로제를 도입하여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   또 상급단체 복수노조허용을 3년간 유예하고, 모든 노동쟁의에 중재절차를 강제하며, 대체근로제를 도입하여 노동쟁의의 실효성을 감소시키는 등 근로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저해하였다.

  다. 국가안전기획부법 중 개정법률에 의해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다는 주장
    이사건 국가안전기획부법 중 개정법률에 따라 국가안전기획부는 새로이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동조죄와 제10조 불고지죄에 관한 수사권을 갖게되었다.  그런데 국가안전기획부는 비밀정보기관으로서 과거의 기본권 침해의 예로보나 그 속성상 권한 남용의 우려가 크고, 위 국가보안법상의 고무, 찬양죄 등은 규정이 추상적이어서 위헌의 소지가 있는 바, 그 죄에 대한 수사권을 공개수사기관이 아닌 국가안전기회부에 부여하여 수사권을 크게 확대시킴으로써 청구인은 일반국민이자 노동조합원으로서 일상활동에서 국가안전기획부의 감시를 의식해야 하고 자칫 연행되거나 구금될 것을 우려하여 말조심을 해야 하는 등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약받음으로써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

3. 판단
  가. 청구인 김갑을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인적격 여부

    (1) 이사건 개정법률들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에 앞서 민주노총 소속 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이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한 김갑을이 이사건 재판을 청구할 권리보호의 이익을 가지고 있는지 본다. 
 당 재판부에 현저한 사실로 민주노총은 산하에 상당한 수의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합법적인 노동조합연합체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고, 이사건 법률들의 개정 이전까지 여러 방법으로 합법화를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 사건 개정법률 중 특히 복수노조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위 법 시행일로부터 3년간 복수노조의 합법화를 유예시키고 있다.   합법화 여부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청구인 김갑을이 합법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할수 있는지 여부 및 그를 통한 노동기본권의 향유여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밖에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사건 노동관계 개정법률은 집단적 또는 개별적인 노사관계에 있어서 근로자의 근로조건 및 노동조합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임이 명백하다.
 그리고 국가안전기획부법의 경우 그 법 집행의 대상이 전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고 법령의 위헌여부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하는 경우 그 공포․시행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인 바, 이사건 국가안전기획부법 개정법률은 1996. 12. 31. 공포되어 시행중이다. 따라서 청구인은 언제라도 위 개정법률에 따른 법적용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예컨대 군전역자가 군법무관 임용법의 위헌을 다투는 경우와 같이 그 자체로 사건관련성이 없음이 명백하지 아니한 이상, 청구인 김갑을은 위에서 본 헌법소원 제기기간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사건 국가안전기획부법 개정법률의 위헌여부를 구할 권리보호이익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청구인 김갑을은 이사건 개정법률 모두의 위헌여부에 대한 심판을 구할 청구인 적격이 있다.

  나. 위헌심판제청과 관련된 재판의 전제성

    법원에 재판이 계류중인 사건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이 이루어진 때에는 문제가 되고 있는 당해 법률에 대한 위헌여부의 판단이 법원에 계류중인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와같은 재판의 전제성이 결여된 때에는 헌법재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각하 되어야 할 것인바, 이사건 위헌제청신청에서 ‘재판의 전제성’을 충족하고 있는지 본다.
   우선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법원이 위헌여부 심판을 제청한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을 충족하였는지의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청법원의 견해를 존중하여 그 전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이다. (96.1.25. 95헌가5 등). 그리고 재판의 전제성에 대한 판단자료가 없다 할지라도, 제청법원의 견해가 명백히 잘못되었다는 정황이 보이지 않는 한 제청법원의 판단에는 적법성이 인정된다(95.11.30. 94헌가2).
   이사건 위헌제청 결정을 한 ‘다’지방법원은 재판의 전제성과 관련하여 “피의자들의 위 각 행위들은 위헌법률에 의하여 신청인과 같은 근로자계층이나 신청인이 소속된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위 위헌법률의 제정과 시행이라는 위헌적인 행위에 대한 헌법수호행위의 일환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정당성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위 각법률들의 위헌여부는 이 사건 업무방해죄 내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등의 성립여부 및 신청인의 구속여부의 판단에 직접적인 전제가 된다고 하겠다”고 하여 전제성을 인정하고 있는 바, 이 견해가 명백히 잘못 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사건 개정법률들의 위헌여부는 이사건 제청법원이 제청한 사건의 심리와 관련하여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
  또 이사건 개정법률들에 대한 청구인 등 근로자들의 쟁의행위를 바로 자신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더욱 약화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강력한 의사표시로 본다면, 그것을 단순히 현행노동법상의 절차를 무시한 불법적인 파업으로만 볼 수는 없고, 불법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복종’의 자세로 평가할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에서 불법권력에대한 ‘비판적인 복종’의 자세는 민주국민의 권리이고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법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복종’의 수단으로 선택한 파업과 시위 등이 과연 금지 또는 처벌의 대상이 되느냐에 따라 ‘다’지방법원에 계류중인 사건의 재판 주문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위 법원의 위헌제청은 모두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할것이다.

  다. 국회의 입법절차에 대한 헌법재판의 가부

     (1) 헌법 제1조는 제1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주권주의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대의정치제도를 채택하고,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 평화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의회제도를 두고 있다. 만일 어떠한 집단이 의회제도를 실력으로 부인한다면 이는 헌법질서에 대한 침해행위가 된다.
     한편 헌법 제40조의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규정과 국회의 구성에 관한 제41조, 의결정족수에 관한 제49조, 의사공개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제50조 등은 의회주의를 이루는 기본원칙으로서, 국민대표의 원리, 공개와 이성적 토론의 원리, 다수결의 원리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입법권이 국회에 속한다는 의미는 ‘헌법이 규정하는 입법절차에 따라 심의․의결하고 대통령이 서명․공포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정립하는 권한이 원칙적으로 국회에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자, 국회가 위헌법률를 제정할 권한은 없다는 의미에서, 그 법률이 실질적으로 헌법에 합치하여야 한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 때 헌법에 합치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그 내용상 민주성, 명확성, 합리성, 평등성, 일반성, 추상성 등을 갖춰야 한다는 요건 외에 절차상 헌법과 입법절차를 규정한 법률에 합치하여야 한다는 요건도 포함한다.

    (2)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으로서 법률의 위헌여부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같은 민주적 의회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사한다는 규정의 취지는 법률 내용의 위헌여부 뿐 아니라 그 법률이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적법한 입법절차에 의해서 제정된 것인지 등의 형식적인 심사권도 함께 갖는다고 보아야 하며, 이것은 우리보다 앞서 헌법재판제도를 두고 있는 외국의 여러 예에서 이미 다툼없이 확립된 제도이다.   비유하자면 형식적인 심사권을 배제한 실질적인 심사는 마치 신임장도 제시하지 않은 외국인과 외교교섭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입법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형식적인 심사권을 갖는 것은 결코 3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고 오히려 3권분립의 원칙이 요구하는 견제 기능의 불가피한 수단이다.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을 위헌으로 결정해서 무효로 만드는 위헌심사제도를 채택한 헌법질서에서 3권분립의 원칙은 ‘분리’ 못지않게 ‘견제’쪽에도 무게 중심이 들어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회의 의사자율권은 존중해야 하지만 그 의사자율권은 의사절차에 관한 법률의 테두리를 지켰을 때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가 법률로 정한 의사규칙을 스스로 무시하는 불법의 자율까지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회가 의사진행에 관한 절차를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말은 헌법정신에 맞도록 국회법을 자율적으로 제정할 수 있고 국회법의 테두리내에서 의사진행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다는 뜻이다.  국회법에 따른 개정없이 국회법에 어긋나는 의사진행을 하는 것은 국회의 자율권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그것에의 위반여부를 가리는 일은 결코 국회자율권의 침해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사건 개정법률 등의 절차는 당연히 당재판부의 심사대상이 된다.

  라. 이사건 개정법률 등의 위헌 여부

     (1) 입법절차의 위헌여부

        이사건 개정법률들이 1996. 12. 26. 새벽 6시 신한국당 의원들만이 참석한 본회의 의결로 처리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이 절차가 헌법에 위반 되는지 살펴본다.

       헌법 제50조는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국민주권 주의와 대의민주제를 근본규범으로 하는 현대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회의 정책결정 내지 입법과정을 주권자 앞에 상세히 공개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실현시킴으로써, 입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위 규정에 위배되는 국회의 입법절차는 어떤 명분으로도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 받을 수 없다. 

      이와같은 의사공개의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의회제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국회법이 제정되어 있다.   즉 국회법은 헌법 제50조가 규정하는 의사공개의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사건 본회의의 의결과 관련하여 국회법 제72조는 “본회의는 오후 2시(토요일은 오전10시)에 개의한다. 다만 의장은 각 원내교섭단체와 협의하여 그 개의일시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6조 제3항은 “의장은 특히 긴급을 요한다고 인정할 때에는 회의의 일시만을 의원에게 통지하고 개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입법취지는 첫째, 특정시간을 규정함으로써 의원들에게 장차 본회의가 열릴 시간을 고지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미와 둘째, 본회의에서 심의하고 의결하는데 원칙적으로 어느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 셋째, 원내교섭단체와 협의를 거쳐 개의일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되 예외적인 경우로 함으로써, 강압과 사술에 의한 참여배제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국회 본회의의 경우 신한국당 수석부총무가 회의가 끝난 후인 6시10분경 새정치국민회의 수석부총무에게, 6시15분경 자유민주연합 원내총무에게 회의가 있었음을 통보하였을 뿐 국회법 제72조 단서가 규정하는 의장의 협의절차가 없었다. 또한 국회법 제76조제3항의 해석상 ‘본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면서, 의원 각자에게 최소한 일시만은 통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통지 또한 전혀 없었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사건 본회의는 위 국회법규정에 명백히 위반 되어 무효이고, 동시에 헌법 제50조위반이다.

   아울러 우리 헌법은 입법권을 국회에 속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국회가 다수와 소수세력으로 구성되는 회의체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한 정당만의 의원총회가 국회기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복수정당제 보장규정과 의정활동에서의 소수의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의 여러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풀이한다면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다.
   나아가 현대의 헌법국가에서는 통치권행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통치권이 악용․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입법권의 행사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절차적인 통제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국회법에서 정하는 회의에 관한 여러 규정도 바로 그런 통제장치에 속한다.  따라서 이 통제장치를 무시한 입법은 결코 합헌적인 입법일수 없다.  이상에서 이사건 개정법률들의 입법절차는 헌법에 위반됨이 명백하다.

    (2) 내용상 문제점

      위에서 본 바와같이 이사건 개정법률들은 입법절차가 헌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나아가 당재판부에 현출된 자료에 의하면 위 법률들의 내용 자체에도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 노동관계 개정법률들의 경우

     이사건 노동관계 개정법률들은 현행 노동관계법들에 비하여 대체로 개별적 노사관계에서 근로조건을 저하시키고 있고, 집단적 노사관계에서도 노동조합의 지위를 현저히 약화시키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우선 개정된 법률들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조약들, 즉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및 국제노동기구 헌장에 위반되는 것으로 관련 국제기구들에 의하여 지적되어 왔으며,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심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 스스로 국민과 국제사회에 한 약속과도 어긋나는 노동기본권 제한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기본권에 관하여도 1980년대 후반부터 끊임없이 합법화 논의가 있어 있으나, 이번의 개정법률들에는 전혀 반영이 되어 있지 아니하고, 모든 선진각국의 입법례에서 오래전부터 제도화 되어 온 복수노조인정 문제도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없이 3년 또는 5년간 유예시키고 있다.  

      이밖에 노동기본권을 크게 제약한 독소 조항으로 알려진 제3자 개입금지 규정과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금지가 사실상 여전히 존치되어 있다.  그리고 노조 전임자의 급여지급 금지, 쟁의기간중의 대체근로 허용조항 등으로 인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은 극단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여지고,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는 고용불안과 삶의 질저하 문제를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킬 우려가 있다.

    (나) 국가안전기획부법의 경우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한 앞서의 범죄와 관련한 수사권 인정은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헌법 제12조 1항 및 3항에 따르면,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및 구속을 받지 않는다. 이때 적법한 절차란 실체법 및 절차법 모두에서 적정한 내용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더욱이 국가안전기획부법 개정법률은 국가보안법 제7조 및 제10조의 범죄에 대하여 국가안전기획부가 수사권을 가지게 하였는데 이 조항들은 사상과 표현, 집회와 결사, 그리고 양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조항들로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고, 또 헌법재판소에서도 국가보안법 제7조와 관련하여 여러 번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 조항들의 위반여부가 문제된 수사과정에서는 특히 형사절차상의 기본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그리고 형사절차를 지배하는 헌법의 대원칙은 수사의 투명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안전기획부는 기본적으로 국가안보를 위한 비밀정보기관으로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그 설치와 조직, 인원과 예산, 활동 등의 모든 면에서 비밀주의가 지배하고 있어 그 기관의 수사대상이 되는 피의자나 가족들에 대한 투명성은 보장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하여 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그 사실만으로도 일반적 신체의 자유에 중대한 침해를 받을 뿐 아니라 다른 일반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사람들에 비하여 차별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관을 범죄의 수사기관으로 지정하고 그 직무를 부여하는 문제는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안전과 관련한 비밀정보기관에 대한 수사권 부여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아주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수사기관인 검사와 사법경찰관리 이외에 따로 비밀정보기관인 국가안전기획부에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수사권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국가안보가 위험하게 된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그럴 경우에도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충분한 사전예방 및 사후구제수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법률은 이 모든 요건을 결한 채 기본권침해의 위험성만을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다.

4.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사건 개정법률들은 그 입법절차가 모두 헌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쟁의행위나 시위 등에 대한 법적평가는 위헌제청신청을 한 ‘다’법원의 소관사항이나, 그것이 다른 법에 의하여 특별히 저촉되지 않는 한 이사건 개정법률들의 무효화를 위한 노동기본권의 행사나 의사표현의 자유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여져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국민모두가 다 아는 바와같이 이사건 개정법률들은 그 내용이 중대한 사회적 과제를 안고 있어서 그 동안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 가운데 노동계, 재계, 학계, 정부등 사이에 계속된 논의와 토론을 거쳐왔다.
   만일 이 논의가 제대로 열매를 맺어 모두가 합의한 방향으로 이루어 졌더라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실로 커다란 진보의 발걸음을 내디디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기대는 이사건 법률들의 개정으로 물거품으로 돌아갔으며, 그 이후의 사회혼란과 갈등은 우리 모두가 목격하고 있는 바와 같다.
   이 사건 개정법률들이 위헌인 이상 이사건 개정법률들의 효력은 발생되지 않으며, 이제부터 논의를 새로 시작하여야 한다.   그 과정은 물론 쉽지는 않으며 상당한 인내와 오랜기간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지 모른다.   그 협의의 단초는 물론 무효화된 이사건 개정법률들을 의결한 여당과 논의의 성숙에 실패한 정부가 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목적이 아니고, 과정과 절차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둔다면, 우리 모두 다같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그 일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1997.        1.        30.

                                               재판관   유  현  석

                                               재판관   이  효  재

                                               재판관   임  재  경

                                               재판관   허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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