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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결정
  • 2021.01.29
  • 1051

낮에는 재판하고, 밤에는 정보보고? 그 판사님의 이중 생활!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법 '안'에 있는 사람과 법 '밖'에 있는 사람도 과연 평등할까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는 법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헌법 위반 사태였습니다. 사법농단이 세상에 알려진 지 벌써 4년이 다 되어가지만, 법관탄핵과 법원개혁은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사퇴임하는 판사들이 늘면서 탄핵대상자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에 깊이 관여한 전·현직 법관들의 형사재판은 장기화되면서, 기소된 지 2년이 다되도록 1심조차 완료되지 못했고, 그나마 선고된 사건조차 번번이 무죄판결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법관이 법관에 대해 내린 이 무죄판결은 과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참여연대는 '광장에 나온 판결 - 사법농단 특집' 연재를 통해 법원 무죄판결 법리의 문제점을 짚어보려 합니다. 

 

두 번째 판결비평으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 수석부장이던 신광렬 부장판사와 영장전담 법관이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서로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상황 등을 유출한 혐의가 있는지에 대해 세 판사 모두 1심 무죄를 선고받은 판결을 다루었습니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집필했습니다.

 

판결비평 사법농단 특집 ① 사법농단과 직권남용,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 법관의 독립성 / 김성돈

판결비평 사법농단 특집 ② 그들 스스로 무너뜨린 법관의 독립성 / 오동석

판결비평 사법농단 특집 ③ 서부법원, 이상 없다? / 한상희
판결비평 사법농단 특집 ④ 유독 '전관'피고인 유해용에게만 친절한 재판 / 이근우

 

광장에 나온 판결 : 186번째 이야기

그들 스스로 무너뜨린 법관의 독립성

'법원 대상 검찰수사 무마 및 수사기밀 유출' 신광렬 · 성창호 · 조의연 1심 무죄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 2019고합188, 유영근(재판장) · 신동주 · 배인영 판사

[판결문 보기 / 다운로드]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년 2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판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 수석부장이던 신광렬 부장판사와 영장전담 법관이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서로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상황 등을 유출하기로 공모했는지가 문제인 사건이다.

 

영장전담 판사를 ‘보호’하기 위한 공모와 법관독립원칙 위배    

 

법원은 다른 국가기관과의 관계에서 독립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법관의 독립이다. 법원 내부에서 대법원장 등이 개별 재판에 개입함으로써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영장전담 판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형사 수석부장이 영장 발부 관련 사실관계와 경위 그리고 처리결과와 그 이유까지 보고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형사 수석부장이 영장전담 판사를 어떻게 보호한다는 말인가 하는 의심이다. 영장전담 판사는 스스로 독립적인 법관이 아닌 존재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장을 전담할 수 없다는 치명적 모순의 결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형사 수석부장 정도의 지위나 경력 있는 법관이 영장 업무를 전담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도 든다. 

 

재판부는 세 사람 사이의 공모 관계를 부정했는데, 결론인즉 영장 문제는 영장전담 판사 혼자 감당할 수 없어 ‘공동으로 영장 발부 문제를 꾀하고 의논’(공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법원이 영장 발부와 관련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 조직의 꼭대기에서 조직적 대응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대법원장이다. 재판부의 논리는 재판에서는 물론 사법행정조직에서도 위계적 관계를 회피해야 한다는 법원의 기본적인 조직원리조차 부정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법관이 재판 관련해서 비판은 물론 비난과 공격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관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기관인 법관의 결정을 비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동안 법원의 영장 발부 또는 기각 결정 사안에서 시민의 법적 감각과 거리가 있었던 사안이 꽤 많았다. 그것은 때로는 판사의 법적 판단과 시민의 상식적 판단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거리의 문제다. 다만, 그것은 법관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수인해야 하는 몫이다. 때로는 판사의 법적 판단이 형식논리에 빠져 있거나 유사한 사건임에도 대상자의 사회적 신분에 따라 전혀 다르게 결론을 내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른바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력자의 경우 범죄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할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구속의 필요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과 재판의 결과에서 어떤 문제가 있지 않은지 법관 스스로 성찰할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관의 판결과 결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논증을 통해 시민사회와 사회적 대화를 함으로써 법적 판단과 상식적 판단의 거리에 대한 상호이해를 증진해서 풀 문제다. 

 

재판부는 다양한 반응과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영장전담 판사를 보호하고, 외부의 반응에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와 경위를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안에 따라서는 영장 담당 판사로부터 처리결과와 그 이유까지 보고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장전담 판사가 형사 수석부장에게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영장 재판 기록 등 검찰 수사 내용을 보고한 것은 정당한 직무상 행위로서 범죄 공모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결론을 내기 위해서 보고의 필요성이 아니라 보고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그 처리결과와 이유까지 보고대상에 포함하는 무리수를 뒀다. 법원의 영장 발부가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영장전담 판사는 영장을 전담하는 판사가 아니라 형사 수석부장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한다는 기이한 결과다. 법관의 독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보호’를 위해서라는 근거는 본국과 식민지 관계 또는 왕조에서 수렴청정의 대리 정치를 떠올리게 한다.

 

더욱이 재판부는 ‘보고’의 본질을 실토했다. 영장전담 판사에게 ‘사실관계와 경위’는 물론 ‘처리결과와 그 이유’까지 보고하게 한 것이다. 결과와 이유의 보고는 영장전담 판사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보고다. 영장전담 판사에 대해 위헌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것이거나 영장전담 판사 스스로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거나 또는 둘 다 해당하는 것이다. 

 

법관마저 정보활동을 하는 감시국가체제에서 법관과 법원의 독립성 침해

 

법관과 법원의 독립성은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의 견제와 법적․민주적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법원의 독립성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다. 

 

재판부는 법원행정처 보고서 내용 가운데 수사 관련 의혹을 활용해서 언론의 관심을 검찰 쪽으로 돌리고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전후의 경위나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해당 내용은 단기간 검토했을 뿐이고 실제 실행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검찰 수사를 저지하려는 목적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고, 일부 과격한 표현은 임종헌 전 차장이 불러준 문구와 표현을 그대로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임 전 차장이 증인으로 나와 실행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말한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법원은 재판에서 피고인의 행위 목적과 그 실행가능성 판단에서 그 행위의 중대성과 정황 등을 고려하여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서는 너무 충실하게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했다. 법관의 독립은 헌법이 법원의 존재 이유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기본원칙임에도 그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법관의 독립에 대한 훼손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헌정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잠재력을 가진 위헌적인 국가범죄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 헌법의 반대편에 서서 조직의 일원으로서 조직원을 감싼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각종 보고서의 작성 자체가 중대한 문제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상고법원 등 현안에 대한 청와대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재판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직권을 남용해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실질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없고, 각종 보고서 중 상당수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모으는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위법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 자체다. 언론 등을 참고하여 보고서를 작성했다고는 하지만, 법관은 정보활동을 할 까닭이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여론의 동향을 탐지하는 것 자체가 재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행위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청와대․국가정보원․소관행정부처를 동원하여 노조파괴 공작(고용노동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교육부) 등 헌정질서파괴범죄를 저질렀다. 정책 홍보를 빌미 삼아 전문가 등을 섭외하여 언론 기고 활동을 하기도 했다(서울중앙지법 2020. 2. 7. 2017공합1008 병합; 참세상 2020. 5. 12.와 6. 1. 참조). 국가가 시민사회의 영역에 개입하고 조작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전체주의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일반행정기관의 정보활동도 위헌적인데, 법관의 정보활동이 가지는 위헌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기관의 직무 활동은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하고, 국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을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거나 합리적인 공개 토론을 통해 타협해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국가권력 안에 도사리고 있는 헌정질서파괴범죄의 위험성

 

형법 제91조는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적 기관을 강압함으로써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국헌문란을 정의한다. 국헌문란은 내란죄의 구성요소로서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말하는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구성한다. 다만, 내란죄의 경우 폭동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어서 폭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등의 12․12 군사반란 사건(대법원 1997. 4. 17. 96도3376)에서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어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그 사실이 그 자체로서 폭동의 내용으로서 협박행위라고 해석했다. 전국 확대는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라고 판단했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는 헌정질서파괴범죄다. 법관의 독립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법원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인권침해의 구제와 사법적 정의 실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기본권은 권력과 타협한 법관과 법원의 입맛에 따라 재단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이 개입한 ‘사법 농단’은  재판을 통해 전국적인 규모에서 국민을 협박하는 일이었다. 

헌법 제103조에 따라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한다. 헌법의 기본원칙을 선언함과 동시에 법관 개인에게는 헌법적 책무를 지운 것이기도 하다. 그 책무를 지킬 수 있게 헌법 제106조는 법관이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때만 파면될 수 있고 징계로는 파면․해임되지 않는 신분상 ‘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특권이 특권이 아니게 만드는 것은 그만큼 엄중한 책무와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과 공직자는 다르다. 공직자의 지위와 권한 그리고 헌법적 책무에 비례하여 엄중하게 법적․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사인(私人)으로서 대통령과 국가기관으로서 대통령을 구별했다. 적법절차 원칙은 국가기관이 국민에 대하여 공권력을 행사할 때 준수해야 하는 법적 원칙이므로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에서 헌법을 수호하는 탄핵소추 절차에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법관이 재판정에 서는 경우 사인(私人)으로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와 직권을 행사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그 범죄의 본질이 다르다. 법관의 직무 관련 범죄 행위는 재판 과정에서는 물론 그 처벌의 결과에서도 헌법의 신분상 특권에 상응하는 엄중한 부담과 책임 그리고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면, 법률의 해석보다 헌법의 해석을 우선해야 한다. 법률은 헌법에 합치하도록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다른 것을 다르게 처우하지 않고 같게 처우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 

 

부정의(不正義)한 일이 정의를 구현함을 목표로 하는 법원에서 일어났다면, 정의 그 자체를 형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의 그 어떤 범죄보다도 엄중한 헌법적 책임에 터 잡아 형법적 죄를 물어야 한다. 법관이 동료 법관과 자신이 속한 법원조직에 대해서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재판하지 못한다면, 법관과 법원의 독립성을 각인하지 못했음을 자백하는 일이다. 국민은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에 따라 법관을 재판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재판기구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 

 

헌법은 권력분립원칙에 따라 국가기구를 조직하는데, 그것은 국가적 통일성을 전제로 하여 국가 안에서 권한과 업무를 배치하는 문제다. 국가는 하나의 조직이다. 국가의 폭력과 범죄가 기본적으로 조직범죄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모든 공직자와 모든 국가기관은 국가의 이름으로 권력을 행사할 때마다 매 순간 주권자 국민의 준엄한 심판대에 서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권력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공소시효가 절대 없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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