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6-02-13   2341

[좌담회-판결비평] 참여연대 시민의신문 공동기획 “공익제보자 보복조치 정당화”

내부고발자 두 번 죽인 사법부-‘사회통념’ 이유로 보복성 인사조치에 면죄부

지난달 9일 수원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동하, 김증남·정다주 판사, 2004나20224)는 공공기관의 인사권자가 내부 공익제보자에게 부패방지법 등을 위반면서 보복적 목적으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인사조치라는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인사상 불이익 처분으로 인해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당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1천만원을 판결한 1심 재판부의 판결(2003가단14560, 2004.10.26 선고)을 뒤집은 것이다.

2심 재판부의 주된 논거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인사조치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가 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이 판결이야말로 사회적 통념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통념이란 무엇인가. 법원은 과연 사회통념을 어떤 식으로 확인한 것일까. 사회통념이라는 이유로 퇴행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은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것일까. 판사의 가치관이나 상식 등 재량으로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는 것일까.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여섯 번째 주제로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성 인사조치에 대한 2심 판결’로 정했다. /편집자주

● 일시: 2월 8일 오후 3시

● 장소: 참여연대 2층 강당

● 사회자: 이재명 참여연대 투명사회국장

● 참석자:

김원인 국가청렴위원회 보호보상과장

김창준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장

김태진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선임연구원

△이재명: 김봉구씨는 2003년 5월에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과 함께 공익제보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에 대해 안산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부터는 원상회복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적 제재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당시는 공익제보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 김창준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장해당 기관장이나 자치단체장에게 단순한 징계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간접적인 압력수단으로 민사상 불이익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2심 재판부의 판결은 그런 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판결의 쟁점과 문제점을 얘기해보자.

핵심 쟁점 피해 간 판결

△김창준: 이 사건의 핵심은 결국 부패방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민사상 불이익 조치를 했고 과태료를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사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1심에서는 속칭 ‘좌천’에 대해 민사책임을 인정했다. 2심 법원도 안산시장이 부패방지법을 위반해 신분상 불이익을 줬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좌천’을 당할 경우 심리적 부담이 얼마나 큰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그럼에도 민사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내부제보자가 소속 담당직원과 마찰을 일으키고 상급자에게도 대드는 등 직원 융화에 문제가 있다는 안산시장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하나는 다면평가에서 내부제보자가 안산시청에서 제일 낮은 점수를 받은 것에 근거한 인사조치이기 때문에 인사권자의 재량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재판부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핵심 쟁점을 피해가고 다면평가나 조직간 융화 같은 형식적 사유를 강조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인사조치의 정당성을 다투는 소송이기 때문에 내부고발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있어야 했는데 그게 없었다. 상급자가 지시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면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동료들은 상급자 눈치를 보게 되니까 내부고발자를 곱게 볼 수 없고 당연히 다면평가에서 낮은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 김태진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선임연구원김태진: 내가 일하는 산업기술평가원(산기평)은 산업자원부에서 만든 정부출연기관으로 산자부의 국가기술연구개발비를 집행하고 평가하는 기관이다. 나와 동료 몇 명은 김봉구씨와 비슷한 시기에 공익제보를 했다. 방만한 예산집행 등을 문제제기했다가 2003년 해고당했고 2004년에 중앙노동위원회와 민사소송을 통해 11월에야 복직할 수 있었다.

내부고발자가 조직에서 인정받기란 정말 어렵다. 심정적으로 우리를 지지했던 동료나 후배들까지 다 징계를 당했다. 솔직히 오늘이라도 그만두고 싶다. 끊임없이 악선전이 나온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해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산자부는 산기평의 예산과 인사권, 근무조건 등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데 2003년 4월 직위해제 당하기 직전부터 산자부에서 직접적으로 우리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를 해고했던 당사자들은 불법해고와 부당노동행위로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받았다. 항의하고 문제있다고 따지면 카메라로 찍어서 다른 사안으로 징계를 먹인다. 항의하다 몸싸움한 것을 폭행으로 고발해서 약식명령으로 150만원 벌금 나온 적도 있다. 정식재판 청구하니 올해 5월 초에 선고유예 나왔다.

‘다면평가’ 근거 있나

△김원인: 법원의 판단은 존중한다. 하지만 부패방지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으니까 사려깊은 판결을 기대한다. 내부고발자를 용기있고 결단력 있는 사람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사회에서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보통 내부고발자가 신고한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고 다른 것으로 문제삼아 보복성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와 관련된 것으로 문제삼으면 부패방지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가만히 기다렸다가 꼬투리를 잡으면 그걸 문제삼는 것이다.

▲ 김원인 국가청렴위원회 보호보상과장앞으로 국가청렴위는 원상회복에 소요된 변호사 비용, 치료비, 입원비, 수술비 등 모든 비용을 보상해주도록 하려 한다. 보통 조직 내부에서 문제제기하면 청렴위에 신고하기도 전에 징계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그런 경우라도 보호장치를 마련하려고 한다.

△김태진: 공공기관에서 다면평가를 도입한지는 몇 년 안된다. 다면평가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내부고발자가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동료들이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동료 직원들도 직간접으로 불이익을 당한다. 어쨌든 해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공익제보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료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면평가 점수를 갖고 조직에서 문제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내부고발자는 사용자와 대립각이 생기기 마련이고 인사권은 사용자에게 있는 상황에서 인사평가가 왜곡될 여지는 너무나 크다.

△이재명: 재판부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이라는 논리도 근거가 너무 애매모호한 것 같다.

△김창준: 법원에서 정말로 김씨에 대한 좌천인사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싶었다면 출발점이 되는 예산낭비부터 검토했어야 했다. 예산낭비가 정말 있었다면 설사 불협화음이 있고 다면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 하더라도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 점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미리 정해놓고 판결하기 위해 복선을 깔아놓은 것이라 본다.

감사원도 못 믿겠다”

▲ 이재명 참여연대 투명사회국장△이재명: 몇 년 사이에 공익제보자 보호관련 법제도 개선은 많이 이뤄졌다. 앞으로는 오늘 우리가 다루는 판결같은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김창준: 이 사건은 많이 아쉽다. 불행한 일이다. 김씨는 부방위를 찾기 전에 감사원에 문제제기했는데 감사원에서 자신을 찾아와 얘길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감사원에서 안산시장 봐준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감사원이 제기능 했더라면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김태진: 개인적으로 감사원에 고발하고 싶지 않다. 감사원이 조사한다고 하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부터 든다. 내가 문제를 제기하면 항상 ‘증거’를 얘기한다. 그게 있으면 검찰로 가지 왜 감사원에 가겠느냐. 문제제기 하면 10개월 쯤 지나서 문제 있지만 증거가 없다는 게 감사원 답변이었다. 내부고발은 오랜 직장경험에서 숙련된 감이나 느낌에서 시작한다. 구체적인 비리 증거를 갖고 시작하진 않는다. 그것이 부방위나 감사원으로 가면 ‘문제는 있으나 제도개선으로 유인했다’ 식으로 나와 버린다. 결과적으로 면죄부가 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내부고발자를 죽일 때 쓰는 방법이 ‘봐라 증거가 없지 않느냐’이다.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진행과정을 재판부가 봐야 한다. 단순히 1500만원 받고 못 받고가 아니다. 차라리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답답하다.

공익제보에서 ‘명퇴’까지-김봉구씨 사건이란

문제가 된 김봉구씨(안산시청 시설공사과 계장) 인사조치의 발단은 1997년 당시 은 송진섭 안산시장과 안산시 소속 공무원들이 38억원에 달하는 설계비를 불필요하게 낭비했고 그 과정에 업체와 결탁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설계비 38억원은 안산시장의 역점사업인 안산시 종합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한 건축사무소와 체결한 용역계약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기본설계비(13억원)와 실시설계비(38억원) 중 후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김씨는 당시 IMF 상황이고 행정자치부의 투융자 심사도 제대로 받지 않은 단계이므로 실시설계를 미루자고 제안했지만 상급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감사원에 법률질의를 통해 배상책임 없이 실시설계를 중단할 수 있다는 자문을 얻어 상급자에게 제시했지만 송 시장은 김씨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김씨를 상수도사업소로 전보조치하고 실시설계를 재개했다. 김씨는 2000년 12월 감사원 정기감사 때 종합운동장 건립문제를 감사원에 제보했고 다시 2001년 5월에는 지역시민단체와 YTN에 제보했다. 재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2002년 4월 2일 안산시에 업무담당자 5명에 대한 주의 촉구를 요구했다. 이를 미흡하다고 생각한 김씨는 다시 2002년 4월 9일 참여연대와 함께 안산시장, 부시장, 건설교통국장, 시설공사과장 4명이 업체와 결탁한 비리의혹이 있다며 부패혐의대상자로 부패방지위원회(현 국가청렴위원회)에 신고했다.

2001년 12월 4일부터 본청 허가민원과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송 시장이 2002년 지자체선거에서 민선 3기 시장으로 재취임한 이후인 2002년 11월 1일 안산시 반원동사무소 주무로 전보됐다. 부방위는 2003년 3월 4일 김씨에 대한 전보인사가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이라고 판단해 30일 이내에 원상회복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를 하도록 요구하기로 의결해 3월 5일 안산시에 통보했다. 부방위는 2003년 4월 23일 정당한 사유없이 위원회의 요구에 따르지 않은 안산시장에게 부패방지법 제53조 1항에 의거해 과태료 500만원 부과처분을 했다. 안산시장은 행정소송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30년 10개월간 공무원으로 일한 김씨는 지난 1월 5일 명예퇴직했다. 그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조직에서 있어봐야 진급도 안 것이고 조직에 있어야 할 이유도 더 이상 없다”며 “공무원으로서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사진 양계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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