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7-11-26   1468

[제20회 판결비평 좌담회] 공금 단란주점 접대가 사회통념이라고?

<시민사회신문-참여연대> 법정 밖에서 본 판결

이번달 <시민사회신문-참여연대> 법정 밖에서 본 판결 비평 대상은 업무추진비로 단란주점 접대와 양주 및 외제 화장품을 동료 의원들에게 선물한 구의회 의장과 부의장의 예산낭비를 지적한 성북구 주민들의 주민소송을 ‘허물은 인정되지만 사회통념상 위법하다 할 수 없다’고 한 지난달 17일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김용찬·김태건·송민경 판사)의 판결이다. 판결비평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처음엔 헛웃음을 지으며 토론에 나섰다가 씁쓸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주민소송제 도입 첫 사례였지만 결과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근본부터 흔들었기 때문이다.좌담회는 11월 7일(수) 저녁8시부터 참여연대 3층 강당에서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최돈익 함께하는 시민행동 법률지원단 변호사, 최인욱 함께하는 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 박창완 성북구 주민이 참석하였다. /편집자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건국대 법학교수)=우선 사건의 개요부터 들어보자. 지역에서 주민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다.

▲박창완 주민소송 제기 성북구 주민=민주노동당 성북구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역에서 예산감시활동을 해왔다. 지역에 민주노동당 구의원이 한명도 없다보니 예산관련 정보공개청구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부터 주민소송을 염두 해 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흥주점에는 갔는데 증명서류는 없다, 영수증만 있고 내역은 기재가 안됐다는 등의 처리 절차가 매우 부실했다. 이를 파다보니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주민소송까지 가게 됐다. 결과는 사회통념을 앞에 내세운 ‘위법 안함’ 이었다.

-한상희=정확히 말하자면 성북구 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업무추진비로 지역주민과 25차례 정도 단란주점과 노래방 접대를 하고, 평균 접대마다 25만원 정도를 소요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선물건이 있다. 양주와 외제화장품 등을 동료 의원들과 직원들에게 주기 위해 750만원을 사용했다는 것인데.

주민격려차 단란주점·노래방?

▲박창완=시간대를 보면 거의 저녁 11시 이후다. 늦은 경우 새벽 3시까지 이어진다. 그 시간대에 공적 업무를 했다는 주장이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물비용의 경우 1천만원까지도 잡을 수 있었지만 750만원으로 고소장에 썼다. 개인적으로 직장생활을 근 20여년간 해왔다. 일반적인 조직이나 기업도 ‘선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체계가 있다. 적어도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어느 한도의 금액으로 처리했다는 기안이다. 그러나 대상, 목적 모두 애매하다. ‘의정에 적극 참여한 주민 격려’가 그나마 나온 이유다. 제시한 영수증도 사후 보완의 흔적이 뚜렷했다.

-한상희=호주여행건도 있다.

▲박창완=5박6일 동안 호주를 방문해 시청청사 방문과 주의원 면담 정도의 ‘공무’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관광도 견문을 넓힌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지만 보고서를 보면 기가 막힌다.

-한상희=천천히 들어보기로 하자. 일단 지방자치 도입 이후 각종 폐해와 민주화의 진척에 따라 주민감사, 주민소환, 주민소송제 등이 도입됐다. 이 과정 역시 간략하게 이야기한다면.

▲최돈익 함께하는시민행동 법률지원단 변호사=지난 95년부터 사실상 지방자치제가 시행됐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게 사실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통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비등했다. 주민소송제가 도입된 배경이다. 이 사건은 그 첫 적용 사례다. 주목되는 소송이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지자체 예산낭비의 고질적 행태들이 관광성 외유와 업무추진비에서 나온다. 또 초과근무수당, 여비 나눠먹기 등도 지적된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일반 국민은 용납 못하지만 ‘그 세계’ 사람들만 관행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병폐를 법의 판결로 바로 잡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다. 향후 지침이 될 만한 기준이 세워지길 바랐지만 도리어 법원은 병폐를 일반국민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당연한 ‘통념’으로 만들어 버렸다.

중앙정부도도 자체 기준을 세워 증빙서류 제대로 갖추기나, 유흥업소 사용이 안되는 클린카드 등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조치들이 이번 판결로 과도하게 여겨질 수도 있게 됐다.

▲박창완=판결 후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우리의 주장이 다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균형있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판결 이후 주민들의 분노도 대단했다. 다시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한상희=판결문의 논법은 간단하다. 단란주점 가서 주민들과 ‘만남의 기회’를 가진 것은 그 차체로 ‘허물이 없다 할 수 없지만’, ‘사회통념상 괜찮다’는 것이다. 법원이 말하는 ‘허물이 없다 할 수 없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판결 후 뒷통수 맞은 기분”

▲최인욱=허물이 있다는 판단은 지출행위가 부당하냐 일텐데 결국 허물이 있지만 사회통념을 꺼내며 뒤집은 것 자체에서 나름대로 고민은 했을 것 같다. 사회통념이 뭔가. 합리적 이성을 가진 일반인이 공유하고 인정하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여론조사라도 해보자. 과연 이 판결을 수긍할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문제가 있는 판결이다.

-한상희=조금 자유롭게 이야기 해보자. 단란주점은 식사 후 2차의 자리였다. 접대장소가 단란주점이라지만 규모도 작고 밀폐도 안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 접대행위가 업무관련 1차 모임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의심스럽기만 하다. 2차 가지 말자고 캠페인 벌인 여성가족부는 이걸 어떻게 볼까.

▲최돈익=직무관련성이 있는 업무추진비의 재량권이 너무 넓다. 사실상 다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행자 본인이 판단에 맡긴다. 재량권 축소가 필요하다. 또 하나, 법원의 태도다. 실제 구체적 확인 노력도 없이 당사자 진술 등에 의존해 주관적 판단을 한 모습이 너무 뚜렷이 나타난다.

-한상희=외유성 관광 부분도 다시 이야기 해 보자. 업무시찰이나 협의 등을 이유로 지자체 의원들이 함께 사실상 관광을 하고 이 비용은 공금으로 충당하는 문제가 다른 곳도 심각하다.

▲박창완=다시 나의 회사 경험을 비춰보면 그렇다. 관광성 출장을 가더라도 사전섭외나 방문목적, 방문단체와의 논의 사항 등이 준비돼야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예 모든 사전준비를 여행사에 맡긴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보고서를 보면 ‘호텔 식사를 맛있게 했다,’, ‘어디서 관람을 했다’ 등 그야말로 관광을 하고 왔다. 재밌는 것은 보고서를 누가 작성했는지 몰라도 의원끼리 싸움한 것까지 기록한 게 있다. ‘호텔 수영장에서 일부 의원이 동료 의원을 장난삼아 밀쳐 빠트리게 한 것이 발단이 돼 객실까지 와서 싸움을 벌이고, 이를 말리느라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쓰레기 처리장을 방문키로 했는데 제대로 연락이 안돼 정문만 보고 돌아 왔다’는 내용도 있다. 그밖에 보고서에는 인터넷 검색만 해도 나오는 호주 오페라 하우스 개요 등을 연수 결과로 제시했다.

-한상희=이 정도 되면 횡령에 가까운데.

▲박창완=주민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함부로 쓴 것이니 횡령당했다는 기분이다.

▲최돈익=이걸 보고서라고 내는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감시, 견제를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광을 하고 왔더라도 안한 것처럼 꾸밀 수도 있을텐데 전혀 그런 모습조차 안 보인다.

▲박창완=주민들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 더 큰 권력인 국회는 언론의 감시라도 있는데 구의회는 다른 당 의원끼리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다. 사실 공천 못받으면 다른 당 가서 구의원 되는 같은 동네 형님, 동생 사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한상희=법원도 견문을 넓혔다고 인정한다. 이정도 견문이면 이미 갖추고 의정을 수행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연수내용이 시청 1시간 방문, 가로수 및 해수욕장 관리 관찰, 교통 및 신호체계 관찰 등 인데.

▲최인욱=그러고 보니 성북구에 해수욕장이 있나? 왜 해수욕장 관리를 살펴보러 갔을까. 관광이 전체 일정의 10분의 1만 되도 문제로 삼아야 할 법원이 견문 넓히기란 포인트만 짚었다. 사실 많은 지자체 의원들이 해외연수 예산을 미리 짜놓고 연례적으로 간다. 아무 목적없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매년 견문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을까.

▲박창완=문제가 지적되는 와중에서 해외연수는 4차례 더 있었다.

-한상희=방만한, 거의 횡령성 예산 운영에 대해 법원이 어느 정도 잣대를 그어줬어야 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최돈익=앞서 말한 것처럼 상당히 기대를 건 소송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일단 행정법원의 1심 판결은 나왔다. 상급심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사법부라도 가치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다시 한번 변화를 기대해 본다.

▲박창완=우선 이후 상급법원 항소심에서 주민들의 감정을 헤아려 제대로 된 판결이 나와야 한다. 또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해외연수 규제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행자부 지침이라도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정치자금법 상에는 업무추진비의 용처에 상대방 주민번호와 전화번호까지 기록하게 돼 있지 않은가.

▲최인욱=주민소송의 방식도 제고돼야 한다. 힘없는 주민들이 주민소송을 끌고 가기엔 너무나 힘들다. 게다가 이런 판결이 나오니 결국 제기할 때마다 잘못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위축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해외연수 규제 조례라도

-한상희=공익소송에서 원고 패소시 법원이 소송비용을 적절히 분산시키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사익소송과 같은 조건에서 적용하려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성북구가 전국에서 최초로 제기한 주민소송의 결과는 이렇게 아름답지 못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내용은 지방행정이 주민 감시 하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소송은 이를 담보하는 유효한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이마저 희화화시켰다. 앞으로 계속되는 소송과정을 통해 상급심에서 잘못이 교정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전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재환 (시민사회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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