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7-06-12   2205

[15회 판결비평] “사법부여, 부끄러운 판결을 멈추어라!”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무효 대법원 판결 토론회 열어

‘상지대 판결은 사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대법관들의 한판 싸움’

‘사법부 감시와 견제의 중요성 일깨워 준 판결’

“난감하다. 아니 난처하다. 내가 그동안 법률을 잘못 알고 있었단 말인가? 사법연수원에서 2년 공부하고 지금은 그래도 명색이 변호사로 밥벌어 먹고 살고 있는데, 법을 몰라도 이렇게 몰랐단 말인가?”

금속노조 법률원 정현우 변호사가 이번 상지대 대법원 판결문을 대하고 든 첫 느낌이었다고 한다. 도저히 변호사인 자신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에 혹시 그동안 법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는 얘기다.

박병섭 상지대 법대 교수도, 참여연대의 제15회 판결비평 “광장에 나온 판결2007-3”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상지대 대법 판결은 “법리적으로도 억지로 점철되어 있어서 상식적으로 최고법원의 판결이라고 보기에는 그 수준이 실망스럽다”고 표현했다.

오죽하면,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상지대 판결문을 읽고 “북한의 유훈통치‘가 생각난다고 하였겠는가?

대법원의 상지대 판결이 나오자 민변, 전국교수단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학의 공공성을 무시한 보수적 판결이라는 비판 성명을 내었고 또 사건의 진원지인 상지대의 학생들과 교수들은 판결을 비판하는 거리 촛불 집회를 여는 등 그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판결에 대한 시민사회의 열린토론을 유도하고 더 나은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판결비평 사업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 ‘문제적 판결’에 대해 지난 5월 31일 네 편의 비평글을 모은 [판결비평] “광장에 나온 판결 2007-3”을 발표하였다. 이에 앞서 웹사이트에 과연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일반인들은 납득할 수 있는지 의견을 묻는 “내가 판사라면”을 진행하였다. 또 인터넷한겨레 필통에 리플토론도 진행하였다.

참여연대는 지난 해 3월에도 이 상지대 문제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비평한 바 있다.

학내 분규의 원인을 제공하고 공금횡령과 부정입학 등을 저질러 도저히 교육이라는 이념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위를 한 종전이사들이 과연 학교를 정상화시키는 데 관여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인터넷 한겨레필통의 리플토론에 글을 남긴 아이디 ‘바오밥나무’는 “그들에게 학교가 되돌아간다면 다시 비리로 점철될 것이 뻔합니다. 학교는 사유재산이기 이전에 공공재입니다. 사립재단쪽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또한 아이디 ‘labour’도 “법은 상식에 기초해야 하겠죠. 횡령한 학생교비조차 환원하지 않는 구재단이 학교에 대해 무슨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하였다.

일반적인 법상식에도 어긋난다는 시민들의 비판에 직면한 대법원의 이 ‘문제적’ 판결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면 어떨까?

지난 6월 7일(목) 오후 2시부터 서울 정동에 있는 프란치스코교육회관 대강의실에서는 전국교수단체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상지학원비상대책위원회와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 “상지대 판결을 통해 보는 사법개혁의 과제- 사법부여, 부끄러운 판결을 멈추어라!“가 열렸다. 이는 상지대 판결의 법리적 측면의 문제점에서부터 변호사 선임과 수임료 등 사법커넥션의 문제 및 사법개혁의 과제라는 측면까지 판결의 문제점들과 그 의미를 꼼꼼히 살펴보는 자리였다.

이번 판결을 “사학비리 근절과 사학개혁의 사회적 요구를 무시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는 박거용 교수노조 학문정책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되어 오후 2시부터 5시 넘어서까지 장장 세 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첫 번째 주제 ‘상지대 판결을 통해 본 사법부’의 발제를 맡은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대법원이 특정한 이해관계를 대변하거나 혹은 스스로의 권력을 대변함으로써 법을 남용·오용하는 사례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며, 지금까지 사법감시의 주요 활동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법치를 세우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사법권력 즉, “대법원에 대한 국민적 감시와 견제”의 중요성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였다. 이어 지정토론에 나선 송기춘 전북대 교수는, 대법원장을 최고 정점으로 하는 법원의 고질적 서열 문화와 관료화가 법관의 사고와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결국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호를 해야 할 법관들이 모두 천편일률적인 판결을 반복하거나 국민의 법상식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하는 재판까지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주제 ‘사법커넥션’의 발제를 맡은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이른바 ‘전문성’을 방패삼아 그 영향력에 비해 시민의 감시와 비판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사법권력은 독점성와 폐쇄성의 문제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상지대 판결을 계기로 사법개혁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뒤이어 지정토론자인 홍성학 주명대 교수는, “민법상 이미 법인을 위해 출연한 돈은 이미 개인의 것이 아니다, 사학법에도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이런 것을 무시하였다, 사회가 점점 부패와 사법권력이 연관되어 가고 있는데, 단순히 사법부를 감시만 해서는 될까 싶다”며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법관 선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토론을 맺었다.

법리적 측면에서 이번 판결을 살펴본 김명연 교수노조 교권쟁의 실장은 다수의견을 제시한 8명의 대법관은,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을 학교법인 나아가 이사들의 기본권으로 왜곡“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사학의 자유는 헌법 제36조 제6항의 제도적 보장에 따른 입법자의 입법에 의하여 이정된 법률상의 권리이지 헌법상의 기본권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설립취지의 인적 영속성 보장이 학교법인제도의 본질이라고 하는 것은 법인제도에 대한 법리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번 사건의 변호인으로 참여한 김재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대법관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에서 그는 특히 대법원의 전원 합의체 구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소수의견의 경우는, 명확하게 대법관 개개인의 이름을 밝히지만, 다수의견의 경우 주심의 의견에 나머지는 그냥 묻혀가는 셈이므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이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수의견의 대법관들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도록 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 주제 발제자 김제완 고려대 교수는, 우리가 이번 사건을 대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사립학교는 재단적 성격과 사단적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구 사립학교법에 학교 정상화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없다고 법적 규정의 취지를 무시하고 상지대의 상황을 뒤로 되돌린 다수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는 상지대 판결은 전관예우의 문제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필요성에 대한 많은 과제를 남겼는데, 전관예우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이익의 충돌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관예우 즉 이익의 충돌의 문제는 “실제로 그로 인해 이익을 보았느냐에 초점을 두지 않‘고, ”형식적으로 일정한 관계에 있으면 실제로 부당한 이익을 보았느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부 개혁을 위해 중요한 대법원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에 찬성한다고 밝힌 김 교수는 다만 대법관 및 고등법원 상고부 판사의 임명에 관한 민주적 통제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번 상지대 판결은 다수 대 소수 의견이 8대 5로 나뉘었지만 실제로는 ‘한 표 차로 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의 재판 실무상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의 입장을 따르게 되어 있는데, 다수의견을 낸 7명의 대법관들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세 명의 대법관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 단 한명이라도 사립학교법에 대해 깊이 고민하였더라면 6대 6이 되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되면 이용훈 대법원장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앞으로 5명의 진보적 법관이 있으니 더욱 잘 해 나가야 한다며 발제를 마쳤다.

마지막 지정 토론자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의 정현우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법관들도 계급, 계층적 이해관계나 개인적 경험의 투사에 의하여 일정한 당파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이며 “이념적 다양성의 확보, 사회적 다양성의 반영, 충원구조의 다원화, 진보적ㆍ개혁적 소신, 법률적 식견 및 전문성 확보, 도덕성 및 청렴성“라는 인선기준을 제시한 시민사회단체의 대법관 인선기준은 여전히 핵심적인 인선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말로 토론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세 시간 넘게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상지대 학교 학생, 교수 등 관련자들과 교수노조 회원들이 다수 방청했다.

이지은 (사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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