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2006-07-12   2853

안타깝기 그지없는 대법관의 퇴임사

법원과 판결은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사법부에 대한 애정으로 ‘퇴임후 변호사 개업’은 하지말아야

1. 지난 10일 강신욱 대법관을 포함한 5명의 대법관이 퇴임식을 가진데 이어, 어제(11일) 이홍훈 대법관을 포함한 5명의 신임 대법관의 취임식이 열렸다. 대법원이 국민의 기본권 옹호와 사회적 약자 보호 등에 더욱 충실하기를 국민들과 함께 촉구해왔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신임 대법관들이 이같은 기대에 부응해주길 당부한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신임 대법관들의 충실한 역할을 기대하기에 앞서, 퇴임 대법관을 대표하여 강신욱 전 대법관이 낭독한 퇴임사에서 시민사회의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과 토론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드러내었던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물론 강 전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보여준 시각은 강 전 대법관만의 시각이 아니라 일부 다른 대법관들과 보수 언론매체의 시각이기도 하여, 사법부의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참여연대는 이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2. 강 전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말했다시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대법원의 판결중 디딤돌 판결과 걸림돌 판결을 선정한 바 있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과 토론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또한 판결성향을 분석하면서 특정 판결과 그 판결을 내린 법관을 진보적 또는 보수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강 전 대법관은 “판결에 대해 진보니 보수니, 걸림돌이니 디딤돌이니하며 승복하지 않고 원색적이고 과격한 언동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하며 이는 “사법권의 독립을 저해하는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3. 판결을 분석, 비판하고, 또 민주주의와 인권보호 확장 등에 기여한 판결인지 아닌지를 시민사회에서 토론하고 또 선정하는 것을 어떻게 사법권 독립침해 현상이라고 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을 사회적 비판과 감시의 장에서 동떨어져 있는 ‘손댈 수 없는 성역’으로 이해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까 싶다.

사법권의 독립은 ‘재판하는 법관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으로, 탄핵사유가 없는 한 신분을 보장하는 것과 함께 재판사무에 부당한 압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을 지키는 길이다. 그런데 판결 결과를 두고 토론하고 비판하는 것이 어찌 재판사무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신분보장을 침해하는 것인가? 특정 판결을 비판하고 ‘걸림돌’로 분류한다고 해서, 판결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닌 만큼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사법권 독립침해’를 운운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사법부의 성역화’로 이해하고 있기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법관이나 변호사, 법학자 등 법률전문가 집단에서 행하고 있는 판례평석은 판례를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고 있을 뿐, 판결 자체를 비판하거나 그 판결을 내린 법관의 논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에는 자못 소홀해 왔다. 이에 앞으로 로스쿨같은 교육기관에서 가장 먼저 활성화해야 하는 것이 판례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요청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법원 판결의 법적 효력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판결이 항상 무오류, 무결점인 것은 아니다. 기존 판결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토론이 없다면 법원과 법관들의 발전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퇴임 대법관들과 보수 언론이 그동안 보여왔던 편협한 시각은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법의 발전을 가로막기때문이다.

4. 아울러 법원의 판결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것에 대한 강 전 대법관을 비롯한 보수 언론의 시각도 잘못되기는 마찬가지이다. 판결중에 기존의 질서와 판례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과 지평을 개척하는 판결, 즉 진보적인 판결과 그렇지 않은 보수적인 판결이 존재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이렇게 판결이나 법관의 성향을 진보와 보수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외국의 학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법사회학자나 헌법학자에 의하여 이러한 식의 구분에 의한 판례분석을 한 논문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객관적 사실을 두고서 법원의 판결 사례들을 진보와 보수로 평가하는 것을 ‘패가르기’ 식으로 폄하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법원이 기본적으로 사회의 변화보다 앞서 나갈 수는 없지만, 사회변화의 정도에 맞추어 적절히 진보해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법관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5. 임기중 많은 재판업무로 수고를 다했을 대법관들이 퇴임하는 순간까지 시민사회의 비판과 토론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퇴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퇴임 대법관들이 사법권의 독립을 지키고자 하는 즉, 사법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더욱 안타깝다.

퇴임 대법관들이 정녕 사법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법관의 독립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하다면, 그들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퇴임 후에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전관의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일이다. 퇴임 대법관들의 퇴임 후 변호사 개업 여부는 사법부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가늠해 볼 한 가지 잣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를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끝.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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