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ㆍ정치적 중립 의지 찾아볼 수 없는 검찰인사

최교일ㆍ최재경 등 TKㆍ고려대 출신의 정치검사 중용
공안 강화ㆍ친MB 보은인사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전락시켜

어제(16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52명에 대한 인사가 발표되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 스스로가 인사청문회 내내 강조한 ‘검찰개혁’과 ‘정치적 중립’은 입에 발린 거짓말이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이해에 따라 무리하거나 부실한 수사로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러온 검사들에게 그 책임을 묻기는커녕 이들을 핵심요직에 앉혔다.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 그리고 청와대는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만 골라 쓰는 ‘보은인사’를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검찰을 더욱 노골적인 ‘정권의 수호자’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최교일ㆍ최재경ㆍ국민수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ㆍ대검 중앙수사부장ㆍ법무부 검찰국장에 각각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보은인사’ 사례다. 정권의 정치적 이해에 부합하는 무리한 수사나 부실한 수사로 문제가 된 고위 검사들이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핵심요직에 앉게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는 최교일 검찰국장은 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정연주 전 KBS 사장과 광우병 프로그램을 만든 MBC PD수첩 제작진을 각각 기소할 당시 지휘책임자 중 한 명이다. 정 전 사장은 결국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PD수첩 제작진에게도 1ㆍ2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러나 2009년 8월 이후 지난 2년 동안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아왔다.


대검 중수부장에 임명된 최재경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BBK 사건을 수사해 이명박 대통령을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이후 이 정부 들어 대검 수사기획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낼 당시 이명박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 불법비자금 사건,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천신일 회장에 대한 수사 등을 지휘했다. 그러나 이 두 사건 모두 대표적인 부실 수사 사례로 이 정권과 이해관계가 얽힌 탓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대표적 시민운동가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 대한 수사에서는 알선수재 혐의까지 덧붙여 수차례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되었을 뿐 아니라, 대다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재경 검사는 이 정부의 검찰 인사 때마다 기수까지 뛰어넘으며 승승장구해 왔다.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국민수 청주지검장은 2008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 대한 수사를 비롯해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 등을 지휘했다. 사노련 수사와 기소과정에서 무리한 수사로 구속영장이 연거푸 기각되고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2008년 7월 서울교육감 선거 자금에 대한 수사 때는 당시 공정택 당선자 수사와는 달리 낙선한 주경복 후보 측에 대해 편파적으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핵심요직과 승진자의 상당수가 이명박 대통령과는 지연과 학연으로 이어진 대구경북(TK) 또는 고려대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의 핵심 중 핵심인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노환균ㆍ한상대 검사장에 이어 세 차례 연속으로 고려대 출신이 임명되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최교일 검찰국장도 경북 영주 출신으로 고려대 출신이며, 대검 중수부장에 발탁된 최재경 부원장도 경남 산청이 고향이다. 그 밖에 법무부 차관으로 승진하는 길태기 서울남부지검장과 함께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김해수 대구지검 1차장과 문무일 부산지검 1차장도 고려대 출신이다.


이 정부 들어 줄곧 법무ㆍ검찰의 핵심요직을 대구경북 또는 고려대 출신들이 장악해 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중수부장과 같은 핵심요직을 대구경북 또는 고려대 출신의 검사들이 차지했다. 대통령과는 학연과 지연으로 맺어져 믿을 수 있는 인사들만 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권재진 범부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이 중요하게 생각한다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는 멀고도 먼 인사다.


권재진 법무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 내내 ‘검찰개혁’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취임하자마자 개념조차 모호한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공안정국 조성의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이번에 친MB 보은인사까지 단행함으로써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권의 이익에 충실한 검찰이 되겠노라 자임하였다. 이러고도 검찰개혁과 정치적 중립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믿어달라는 것은 낯 두꺼운 행태이다. 참여연대는 권재진 법무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에 대해 도덕성 뿐 아니라 검찰개혁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지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임명에 반대한 바 있다. 이번 검찰 인사는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검찰이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정권의 수호자’이길 자처한다면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적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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