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공수처 2022-05-05   723

[논평] ‘수사’ 없는 공수처의 고발사주 수사 결과

‘수사’ 없는 공수처의 고발사주 수사 결과 

고발장 작성자조차 특정 못하고 ‘윗선’은 소환도 못해
‘수사’ 없는 결론, 공수처 설립 취지를 훼손
재발 방지를 위해 대검의 정보기능 폐지해야

어제(5/4) 공수처(처장 김진욱)가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수사 착수 8개월만에 손준성 검사(전 수사정보정책관)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작 핵심 혐의라던 직권남용 혐의는 불기소하면서, 고발장을 전달한 김웅 의원의 경우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니라며 검찰에 이첩하였다. 함께 입건되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는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연이은 체포 및 구속영장 기각, 압수수색 절차상의 하자 등으로 수사 능력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이미 관련자의 제보 등과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인 손준성 검사가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 외에는 ‘고발사주’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에 사실상 실패했다. 

고발사주 의혹은 검찰총장의 직접 지시를 받는 현직 고위 검사가 총선 직전에 여권 유명 인사를 표적으로 한 고발장을 야당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사건이다.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전달하였다는 문제의 고발장에는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 당선자와 배우자 김건희 씨, 그리고 최측근인 한동훈 후보자가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적시돼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총선 후인 그 해 8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거의 동일한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한 바 있다. 제기된 의혹 내용은 검찰이 정치적 행위자로 나서서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중대한 헌법 위반의 혐의이다. 

공수처는 몇 달 동안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중대한 의혹에 대해 새롭게 밝혀낸 것이 거의 없다. 고발장의 실제 작성자를 특정하지도 못했고, 당시 검찰총장으로 손준성 검사의 직속상관이었던 윤석열 당선자나 한동훈 후보자의 연루 의혹은 ‘수사’까지 가보지도 못했다. 그 결과, 직권남용죄에 관하여 윤석열 당선자와 한동훈 후보자,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등 다른 피의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받았다. 공수처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과 “공모하여” 고발장을 작성, 전달한 사실은 있으나 이것이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손 검사를 불기소하였고, 손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죄 부분을 불기소하는 이상,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관련 혐의들은 모두 불기소”한다고 하고 있다. 

이처럼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과 관련된 모든 사태의 핵심적 인물을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으로 판단하면서 윤석열 당선자 등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소환조차 없이, 기존에 밝혀진 사실로부터 무혐의를 ‘추론’하고 있다. 이는 ‘수사’가 아닌 ‘추론’에 따른 결론이며, 이 결론에 따라 다른 피의자들을 소환하지도 않고 사건을 종결하였다. 그런데,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은 대검찰청의 정보수집 업무를 총괄하는 직무 특성상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고까지 불리는 자리이다. 그런 직책에 있던 손준성 검사가 총장 등의 묵인이나 지시 없이 당시 야당에 고발을 사주하는 중대한 선거관여범죄를 단독으로 저질렀다는 것이다. 게다가  ‘윗선’은 굳이 소환도 안 하면서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에 덧붙인 ‘추론’만으로 무혐의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별히 독립적인 조직을 통해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기소를 하라는 설립 취지에 비추어보면, 이처럼 ‘‘윗선’에 대해 이 정도의 ‘추론’만으로 무혐의를 확정한 것은 그 설립취지를 무색케 한다. 부실하고 무기력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공수처의 수사결과에 따라 향후 재판을 통해 손준성 검사가 유죄판결을 받을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공수처의 충실한 보완수사와 공소유지를 촉구한다. 물론, 이미 확인된 검사와 야당 정치인이 ‘공모하여’ 고발장을 이용하여 정치인 수사를 개시하고 이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 효과를 창출하려고 했던 것만으로도 이미 심각한 반헌법적 사태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시 손준성 검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는 점에도 드러나듯, 대검의 정보기능이 그 토대가 되었다. 고발사주 사건에 대해 적어도 관리감독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로서는 국정의 책임자로서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대검찰청의 정보수집 기능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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