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검찰의 사건처리를 요청한다

일부 보수진영의 ‘강 교수 사건’에 대한 비이성적 태도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을 드러낸 것

– 강교수 주장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구속수사나 사법처리는 무리한 주장

한 달여 전부터 시작된 이른바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와 보수 언론매체들의 비이성적인 태도가 어제(12일) 있었던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불구속수사지휘로 더 극심해지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일부 보수진영과 검찰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필수요건인 국민의 기본권, 특히 사상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도외시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해 참여연대의 기본입장은 다음과 같다.

참여연대는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강정구 교수의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바도 없고 동의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또한 그의 주장이 옳고 그르냐 여부를 떠나 사상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과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에 따랐을 때, 강 교수의 주장은 결코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즉 그의 주장은 사회적, 정치적 토론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를 사법처리의 대상으로 올려두고 처벌하라고 하는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대한 전면적 부정에 다름 아니다. 물론 국민의 기본권도 법률에 근거하여 제한할 수 있으며, 국가보안법이 제한의 근거가 된다고 일부 보수진영은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이든, 이적표현물 제작배포죄이든 국가안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할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 교수의 주장은 비록 그 내용이 북한을 찬양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을 지 몰라도, 그러한 주장만으로 국가안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지 한 대학교수의 단편적인 견해이며 그것도 사회적 공감도 크게 얻지 못하는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참여연대는 일부 보수진영의 비이성적이면서 반민주적인 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진영은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기본이념을 망각하고 마녀사냥식으로 강 교수에 대한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해 국가보안법 폐지논쟁이 있었을 때 한나라당의 주장과 비교해보아도 이는 모순적인 태도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상 북한에 대한 찬양 및 고무행위는 적극적인 선전, 선동에 한해 처벌하되 단순한 찬양이나 동조행위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참여연대는 적극적인 선전선동행위를 넘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이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한나라당의 당시 주장대로만 보더라도 북한을 적극적으로 찬양 고무하는 행위도 아닌 강 교수의 주장을 처벌대상으로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들의 주장은 그들이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형사피의자의 인신구속의 경우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명백할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강 교수의 경우는 이미 세 차례나 경찰의 소환조사에 응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 인멸할 증거도 없고 도주의 우려도 없음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적인 구속수사를 강변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사건 피의자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인권을 깡그리 무시하고 무조건 신체적 자유부터 억압하여 심리적 고통을 주어야 한다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인권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비이성적인 주장을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이 몰아붙이기식으로 하는 것은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어렵게 하는 것이라 본다.

또한 참여연대는 어제(12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천 법무부장관이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밝힌 것에 대해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벌이고 있는 정치공세는 별다른 명분이 없음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는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제8조에 따라 공개적으로 진행되었다. 1986년에 이 조항이 도입되기 전은 물론이거니와 도입된 후에도 과거 청와대나 정치권력자들은 비공식적이고 음성적인 방식으로 검찰권 행사에 개입해왔다. 이처럼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음성적 개입과 압력행사야말로 검찰권 독립을 저해하는 중대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천 장관이 현 법률에 따라 서면을 통해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수사지휘를 한 것과 과거 음성적 방식으로 진행된 정권차원의 수사개입을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본다.

더구나 천 장관의 수사지휘라는 것이 수사를 하라거나 혹은 중단하라는 식의 수사범위나 내용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기보다는 인신구속에 있어서 인권보장의 원칙에 맞게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라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러한 내용이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천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는 법적인 잣대에 충실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검찰이 강 교수를 구속하여 수사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구속요건을 정해둔 형사소송법을 검찰 스스로 위반하는 것인 만큼, 불구속 수사지휘는 내용적으로 합당하다. 그리고 이를 검찰의 독립성 훼손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이 오히려 이 문제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비화시키는 것이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참여연대는 공안검사를 비롯한 검찰이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의 조문과 법정신에 충실하게 이성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길 요청한다. 검찰이 구속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적용대상도 아닌 이번 사건에 대해 구속수사를 강행하고 기소한다면, 이는 공안부를 중심으로 검찰의 수뇌부가 구시대적인 국가보안법 적용의 관행에 여전히 갇혀있다는 것만을 보여줄 뿐이다.

또한 강 교수의 경우보다 훨씬 더 위험스러운 주장을 펼쳐 내란선동혐의를 받았던 조갑제씨나 김용서 교수 사건 때에도 검찰은 불구속 수사와 무혐의처분을 했음을 검찰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과 단체들의 비이성적 태도에 휩쓸려 법률과 절차에도 위배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강교수에 대한 구속수사와 사법처리를 검찰이 강행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끝.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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