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은 검찰의 일그러진 자화상

직업윤리도 법치주의 이념도 상실한 한심한 검찰, 정치권은 철저한 검찰개혁 서둘러야

1. 검사의 직업윤리는 무엇인가? 검찰 불신의 끝은 어디인가? 이용호 사건에 이어 터진 검사와 진정인의 유착이 드러난 이른바 ‘녹취록 파동’은 우리 검찰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법치주의의 이념은커녕 기본적인 직업윤리도 갖지 못한 검사의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할말을 잃게 한다. 검찰의 일그러진 모습에 국민들은 아예 눈과 귀를 닫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젠 검찰이 ‘착하게 살자’라는 자정결의대회라도 열어야 하지 않을까?

2. 녹취록의 내용은 일일이 거론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수사담당 검사가 진정인과 술자리를 같이 하고, 수사의 내용과 방향을 상의하고, 심지어 일상적으로 돈 거래가 있어 왔다는 대목에서 ‘해도 너무 한다’는 절망감뿐이다. 이는 직업윤리나 도덕성을 떠나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 할 수 없는 범법행위이다. 사건 처리과정의 불법, 비리 역시 똑같은 위법행위이다. 이런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것은 그동안 검사비리 등의 문제를 엄벌하지 않은 관행 때문이다. ‘옷만 벗으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처벌의 실효성도 없는 사표수리로는 결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3. 두말할 필요 없다. 당장 녹취록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가리는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유착과 편파수사의 의혹은 말할 것도 없고 뇌물수수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검찰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다시 한번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촉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검찰이 동료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일하는 곳인지, 그리고 검찰권은 정권과 자신의 친분관계에 따라 적용을 달리하는 굽은 잣대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4. 더욱 충격적인 것은 몇몇 검사들의 한심한 검사관이다. 승진의 유혹 앞에 검사의 소신은 사라지고, 친분과 유착관계 앞에 자신을 벗어 던지는 검사의 모습을 국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은 이런 검사관을 갖는 검사의 모습이 한두명에 국한되어 있는 미꾸라지의 물흐림일 뿐이라고 당당하게 항변할 수 있을 것인가. 검찰 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을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 꼿꼿이 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최소한의 항변정도는 제기해야 올바른 검사의 모습이 아닐까. 검사가 정치권 인사의 눈치나 보고 선배 법조인의 전화 한통화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검찰 스스로 검찰개혁을 얘기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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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번 사건은 검찰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과 이에 쩔쩔매는 검찰 간부들의 태도,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사의 수사검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력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반면에 검찰 스스로, 그리고 정치권이 왜 그동안 검찰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는지가 역설적으로 드러났다. 이제는 검찰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역시 검찰개혁을 늦추거나 회피할 더 이상의 변명거리는 없어 보인다. 검찰에 대한 근본적인 내·외과적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그 몫은 이제 정치권으로 옮겨왔다. 상명하복 규정을 비롯한 검사동일체 원칙을 아예 폐기하고, 검찰인사 등에 외부의 입김을 차단함으로써 검찰인사의 독립성을 보장할 검찰인사위원회 위상강화 및 외부개방,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실시 등을 시급하게 제도화해야 한다. 특별검사제를 상설화하고 검찰 기소권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도 충분히 도입해야 한다.

6. 우려할만한 것은 정치권이 이미 합의된 검찰개혁 논의 일정마저도 정치공방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위기를 불러 온 절반의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또한 검찰개혁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검찰개혁 논의를 조속하게 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개적인 토론의 장도 마련해야 한다.

7. 참여연대는 정치권의 검찰개혁 논의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이미 검찰청법 개정안 등을 입법청원한 바 있으며, 계속해서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검찰개혁 10대과제 서명 추진, 전문가 대상 여론조사 결과발표, 검찰개혁 토론회 등을 추진할 것이며, 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검찰개혁 의견서 등을 발표할 것이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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