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04-06-30   1570

정부는 왜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자초하는가

부방위 산하의 기소권 없는 고비처, 결코 제 역할 기대할 수 없다

1. 어제(29일) 열린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회의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 고비처)를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 산하 외청으로 두고,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제시한 고비처안은 ‘제도화된 사직동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초 고비처 설립의 취지와 의의는 사장된 채, 검찰 조직의 반발을 무마하는 선에서 적당하게 타협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정부안에 대해, 고비처를 독립된 국가기구로 설립하고, 기소권을 부여해 실질적 역할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참여연대로서는 몹시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과연 이렇게 해서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과 부패 추방이 가능할 지 의심스럽다.

2. 고비처 설립 논의의 출발은, 고위공직자의 비리 사건 수사에 대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신설할 고비처는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된다. 그 동안의 검찰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권과 집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하고, 외부의 영향력 행사도 철저히 차단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비록 외청이라고는 하나 고비처가 대통령 산하인 부방위에 소속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불식시키기는커녕 도리어 시비를 부채질하는 꼴이다. 또한 부방위와 고비처는 현재 법무부와 검찰과의 관계의 닮은꼴이라는 점에서 조직원리에 있어서는 물론 이고 경험상으로도 독립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성호 부방위 사무처장은 언론을 통해, 고비처를 독립된 기구로 설립하지 못하는 이유로 “3권의 어느 부에도 속하지 않을 경우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지 않나 하는 논란이 있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과연 독립기구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방송위원회에 대해 동일한 논란이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고비처를 특정 권력기관에서 자의적으로 운용할 목적이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차원에서라도 고비처는 완전 독립된 기구로 설립되어야 한다.

3.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안은 어떻게든 검찰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여실하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본말이 전도된 것에 다름 아니다.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의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논의하고 있는 것이 고비처인데 과연 독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지 않고 어떻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기소권이 부여되지 않는 한 검찰에 의한 통제와 간섭이 불가피하며, 이는 검찰에의 종속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고비처는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검찰로부터의 독립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비처에 대한 기소권 부여는 고비처 설립의 취지와 활동 목적에 맞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비판여론이 제기되는 것은 고비처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한다는 전제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지 독립기구인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때문이 아님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4. 권력핵심부와 그 친인척을 포함해서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부정에 대한 수사와 처벌 수위 등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사회적 동의는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 이제 정부가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합의를 어떻게 실현시켜 낼 것인지에 대해 많은 눈과 귀가 쏠려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두고 정치권의 공세를 자초하고 검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실효성이 의심스런 사정기관을 또 하나 만드는 것에 그쳐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바라는 고비처의 위상과 역할이 무엇인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갖추어져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재고해야 할 것이다.

사법감시센터

jwe200406300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