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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개혁
  • 2013.08.29
  • 1434

경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보학 교수당리당략에 막혀 아무 성과 없이 끝난 국회의 ‘국정원 국정조사’는 입법부가 행정권의 전횡을 적절히 견제하지 못하는 이 땅의 고장난 민주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이 화두가 되어 있지만 필자는 이 대목에서 경찰 개혁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의 투표권 행사에 더 큰 영향을 끼친 기관은 실제 여론조작을 한 국정원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투표를 불과 3일 앞둔 작년 12월16일 밤 11시,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작업 정황이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그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경찰의 중간수사결과(이 결과는 올 4월18일의 최종수사결과 발표에서는 뒤집혔다) 발표로 야당은 졸지에 근거 없는 정치공세를 일삼고 무고한 여성의 인권을 짓밟은 파렴치한 집단으로 내몰렸다. 절묘한 시점에 이루어진 부정확한 수사결과 발표가 여론의 흐름과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이다. 경찰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서울경찰청은 극적인 순간에 경찰의 존재감을 과시하기는 했지만 순식간에 전체 경찰조직과 13만 경찰관을 정쟁의 소용돌이와 비판의 십자포화 속으로 끌어들이고 말았다.

 

비록 국정조사에서 서울청 디지털분석팀 직원들은 양심에 따른 공정한 수사를 했다고 항변했지만 군대 못지않은 상명하복의 경직된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경찰 내 문화와 그들이 서울청장의 직접 통제를 받는 직할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주장을 믿기는 어렵다. 또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분석팀의 수사와 수서경찰서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개입한 바 없다고 항변했지만 이 또한 믿기 어렵다. 윗선의 방침대로 분석팀의 수사결과가 도출되었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데다, 상식적으로 대선을 목전에 둔 예민한 시점에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간수사결과의 부정확한 발표를 일개 경찰서장이 단독 결심하여 실행했다고 믿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저서 <우리가 모른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라는 책 제목이 매우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직권남용과 선거개입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앞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겠지만 문제는 향후에도 이러한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1992년 초원복집 사건으로 대선에 관여했던 박일룡 전 부산경찰청장은 이후 경찰청장과 국정원 차장으로 영전하는 영광을 누림으로써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정치권에 줄을 대는 소위 ‘정치 경찰’(‘정치 검사’에 빗대어)을 지향하는 후배들에게 귀감으로 남아 있다. 결정적일 때 일신의 영달을 위해 국민과 전 경찰조직원의 기대를 배신하고 정치권에 줄을 서는 ‘정치 경찰’을 정리하지 않고는 국민의 편에 선 국민의 경찰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을 개혁해야만 한다.

 

우선 현직 중에서 경찰청장을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하는 현 제도하에서는 집권(유망)세력의 눈치만을 보는 ‘정치 경찰’의 출현을 방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찰청장직을 개방하고 임명 절차에 외부 인사의 참여를 보장하여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수 있는 소신 있는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경찰 수사의 내부적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수사는 내·외부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그 결과에 대해 수사팀이 책임을 지도록 할 때 가장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치안감 이상의 청장(본청과 지방청)은 수사에 관여하거나 수사를 지휘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중앙집권적 경찰조직과 정보·보안경찰의 개혁도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 검찰 개혁 못지않게 경찰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개혁도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이 글은 2013년 08월 29일 한겨레 "[시론] 경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에 기고된 글입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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