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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참여재판
  • 2013.11.19
  • 1565

국민참여재판과 법률가 역할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f48ec868fd093c1e06e602cea74b79f0.jpg최근 국민적 관심이 쏠린 몇몇 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잇달아 무죄 평결이 내려진 후 한국 사회 일각에서 국민참여재판 제도 자체를 문제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비록 수년간의 입법적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이의가 제기된 이상 차제에 국민참여재판의 본뜻에 관하여 확실한 공감대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주지하듯 국민참여재판은 법관 및 검찰 인사의 민주화와 함께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다. 지금껏 법률가가 독점해오던 사법적 판단 권한의 일부를 시민 대표인 배심원들이 행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국민참여재판은 흔히 법률적 전문성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법률가의 직무를 대체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고, 나아가 그로 인해 선입견이나 집단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위험한’ 제도로 단정되기도 한다. 지금 한국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비판론은 정확하게 바로 이 점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국민참여재판의 제도적 본질을 통찰하지 못한 인상주의적 편견일 뿐이다. 핵심을 말하면,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시민들이 법률가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법률가에게 실질적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의 성패는 절차 진행에 참여하는 법률가들이 이처럼 강화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은 법리와 증거의 두 측면에서 유죄 평결을 받아내기에 합당한 소송수행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제 수사만 잘하고 공판은 못하는 검사는 반쪽 검사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국민참여재판은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부터 증거법상의 세세한 규칙을 준수하고 이를 철저히 감독하는 검사를 전제한다. 절차상의 잘못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통 큰’ 검사는 국민참여재판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참여재판은 판사(재판장)에게도 공정한 절차진행의 대임을 부여한다. 검찰과 변호인이 수시로 제기하는 각종 이의에 대하여 적시에 판단을 내리면서도 재판 진행 과정에서 배심원들이 부당한 정보나 영향력에 노출되는 것을 결단코 막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참여재판에서 판사는 더는 판결로 실체적 정의를 말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재판 진행을 통해 절차적으로 정의를 실현해가는 존재가 된다.



국민참여재판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변호인이다. 이는 대형 법률회사(로펌)의 기업변호사가 각광을 받으면서 페이퍼워크를 변호사의 본업인 양 전제하는 요사이의 경향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참여재판은 변호사직의 본령이 공동체의 다수에 의하여 범죄자로 지목받은 시민의 편에 서서 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임을 드러낸다. 특히 이를 위하여 검찰의 주장을 탄핵하고, 판사의 절차진행을 감시하며, 시민의 대표인 배심원을 정의의 이름으로 설득하는 과정 일체는 변호인을 민주적 담론정치의 꽃으로 만드는 핵심 기제다.



검찰과 판사와 변호인이 이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배심원들은 비로소 평결을 통해 실체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예전에 어느 배우가 시상식장에서 했던 말을 빌리면, 좋은 법률가들이 밥상을 차려 놓은 이상 배심원들은 그냥 잘 먹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판사의 판결에 대해 비판이 있을 수 있듯이, 배심원의 평결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국민참여재판 제도 자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무리한 입론이다. 먼저 관련된 법률가들이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는 시민을 대표하여 배심원직을 수행한 분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 이 글은 2013년 11월 19일 한겨레 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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