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1-07-25   4351

[2011/07/20 국민참여재판 방청기①] 국민참여재판, 부정적 선입관이 사라지다



이 글은 2011년 7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합의26부) 서관 417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참여연대 인턴(8기) 여러분의 방청기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함께해요 국민참여재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배심제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배심원이 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지켜본 방청자들의 경험을 통해 여러분도 함께 배심원단이 되는 간접체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방청기를 보내주신 이정훈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정훈 (참여연대 인턴 8기)

국민참여재판 방청을 하기 전에는…
 
국민참여재판이란 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사회탐구 선택과목으로 법과 사회를 배웠을 때였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사법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배심원 제도를 도입했고 재판에서 배심원의 역할은 단지 자신의 의견 제시에만 그치고 판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배웠다.
 
사실 실제로 법원에는 처음 가보는지라 무척 긴장되었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다. 재판에 방청하러가기 전날에 담당 간사님께 살인사건으로 인한 재판이라는 말을 들어 잔뜩 긴장한 상태로 법원으로 갔다. 그리고, 법정에 들어가기전 긴 복도에서부터 이 사건을 방청하러 온 로스쿨학생, 그림자배심원, 일반배심원들이 움집해 있어 법원으로 오면서 느낀 긴장된 마음은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리고, 법정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본 재판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의 기대도 되었다.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면서…
 
원래는 11시부터 재판 시작이라고 했지만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선정이 늦어져 1시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됬다. 처음에 배심원단(10명)이 입장했고 그 후 검사(2명) ㅡ> 판사(3명) ㅡ> 피고인 순으로 입장했다. 검사 두 명중 한 명의 여검사가 있었고, 판사는 부장판사와 옆에 배석하는 젊은 판사가 두 명있었는데 한 분은 여자 판사였다. 여자 판사와, 검사의 모습을 실제로 보고 진심으로 멋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판사가 배심원단에게 재판의 원칙에 대한 설명을 하고 배심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신중히 경청해줄 것을 당부했다.
 
본 사건은 30년 지기의 친구를 칼로 33회 찔러 죽인 살인사건이고 망인이 된 피해자 유씨와 피고인 이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고 한다. 검찰 측과 변호인단은 33회 칼로 찔러죽인 것은 잔혹한 살해방법이었다고 입장을 같이 했지만, 계획적 범행이었는지 우발적 범행이었는지, 그리고 피해자 유씨가 피고인 이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는지 하는 것이 사건의 쟁점이 되었다.
 
이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피고인의 감형을 위해 여러 주장을 펼쳤지만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논리적이지는 않았고, 변호인단이 주장하는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 유씨로 부터 지속적으로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4명의 증인은 괴롭힘을 받은 모습을 본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단 1명의 증인만이 괴롭힘을 받은 것 같다고 추정하는 진술했다.
 
피고인의 부인이 증인으로 나와서 남편인 피고인이 망인 유씨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지속적으로 아들과 부인을 위협했다고 이야기했지만, 부인이 주장한 여러 정황을 뒷받침할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고, 판사는 부인의 주장이 조금 의구심이 들어 계속 부인에게 말을 조금씩 바꿔가며 여러 차례 질문했을 때 부인이 당황하며 횡설수설하다. 결국에는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증언을 마쳤다.
 
재판이 진행 되는 내내 유가족들은 방청석에서 흐느끼며 울었고, 감정에 복받쳐 죄수복을 입고 있는 피고인에게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질러 판사에게 두 차례 정도 퇴장 명령을 당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밤 7시 30분부터 다시 시작된 재판에는 살해영상을 담은 CCTV와 사채부검 사진과 부검소견을 보았고 실제 살해에 쓰인 칼을 증거물로 봤다. 이 자료를 보기전 판사는 CCTV와 사진이 잔인하기 때문에 임산부와 미성년자 그리고 심신이 미약하고 건강이 좋지 않다면 보지 말기를 당부했다.
 
살해영상은 실제로 너무나 참혹했고 잔인했다. 나는 실제 살해영상을 보는 내내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한 10시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고 나는 귀가를 했다. 함께 인턴하는 1명의 학생이 남아서 재판을 끝까지 지켜봤는데 새벽 2시쯤 되어 선고가 이뤄졌고, 검사는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판사 역시 생명의 존엄성과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여러 증거를 참고했을 때 망인이 된 피해자 유씨가 폭력을 유발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며 무기징역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국민참여 배심원단들의 최소 23년 ~ 최대 30년 징역의 의견을 수렴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고 한다.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후…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후에는 처음에 가졌던 부정적인 선입관이 사라졌다. 아무리 배심원의 의견이 판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해도 7명의 배심원들이 재판장과 함께 양형에 관해 토의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배심원이 참여하는 점들을 봤을 때 판사가 배심원의 의견을 전적으로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배심원들의 평결은 조금이라도 판사의 평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법원에서는 배심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검사와 변호사가 자신의 주장을 PPT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다소 딱딱하고 엄숙한 곳이라고만 알고 있던 법정에서 PPT를 사용하여 재판관과 배심원단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니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권위적인 기관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려는 법원의 작은 노력으로 나는 해석했다.
 
실제로 재판을 본적은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었고 책에서만 보던 배심원제도를 직접 본 느낌은 재판을 좀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결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재판관과 검사, 변호사, 피고인, 증인 등 그 모두가 재판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정에 호소하는 증언과 행동을 해서 조금은 가식적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이 실제로 참여하는 배심원제도와 방청제도를 통해 판사의 오판을 방지하고 좀 더 평등하고 공정한 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배심원단을 선정하면서 선발인원이 현재에는 만 20세 부터인데 한 사람의 인생을 크게 좌우할 문제라면 여러 사회적 경험을 하신 분, 연륜이 있으신 분들이 우선 선발되야 하지 않나 라는 개인적인 소견을 밝힌다. 실제로 오늘 재판에서 나보다 어려보이는 20대의 남자가 한명 있었는데 재판이 장시간 이어지니 피곤해하고 집중력이 흐려져 지쳐하는 모습을 봤다.
 
비록 법학을 전공하는 법학도는 아니지만 나에게 이번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좋은 기회였다. 실제로 형사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았고 법원의 분위기도 알게 되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선입관을 깨주고 앞으로도 옳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소중한 깨우침을 준 참여연대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런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사법 활동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
 
본 재판을 방청한 후 정말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휘감았고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유가족은 물론이고 자신의 가족과 자기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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