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4-01   2628

[04호] 재소자 외부진료비용 국가부담, 왜 전두환씨에게만 적용하나

1천명당 1명의 의사, 재소자 의료실태 개선 시급

지난 3월 4일 법무부는 73일간 입원해 있던 전두환씨의 병원비 7백여만원(특실입원비 5백47만5천원 포함)을 전액 부담키로 하고, 이에 대해 "수형자 치료는 포괄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라는 행형법 취지에 따라 병원비를 부담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재 재소자의 외부진료비용을 항상 국가에서 부담한 것은 아니었다. 실례로 95년 8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된 박용길 장로(78)는 허혈성 심장질환, 심근경색, 당뇨병 때문에 그해 9월과 10월 두차례 삼성의료원에 입원했었는데, 당시 법무부는 박장로의 병원치료비 9백여만원을 "미결수이기 때문에 자비부담해야 된다"며 전액 자비부담케 한 바 있고, 또한 95년 10월 광주 교도소에 수감된 임신 8개월의 임산부 고애순씨에 대해서는 96년 1월 최초검진을 허용하면서 3만8천원의 초음파 검사비를 자비부담케 했다.

따라서 이같은 법무부의 결정이 알려지자마자 민가협은 성명을 발표하고 "법무부의 '수형자 치료는 국가부담'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동안 모든 재소자 및 양심수와 비교해서 유독 전두환씨에게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법무부의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재소자에 따라 국가의 법집행이 일관되지 못한 것이 법집행의 형평성 시비를 낳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관련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하고 있다.

재소자 치료비용 원칙이 없어

현행 행형법 등에는 재소자 치료비용을 국고부담할 것인지 재소자가 자변(자기부담)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일선 교정기관에서는 중증 환자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교도소에서 의료비용을 부담하고 그렇지 않은 환자의 경우엔 자비부담을 요구하는 형편이다. 부족한 예산에 재소자들에겐 의료보험마저 적용되지 않고 있어 아예 외부진료를 꺼리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의료비용을 자비부담할 것인가 국가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보다 시급한 문제는 재소자에게 의료혜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1994년 6월 30일 전국 교정시설에 확보된 의료전문 인력수는 의사 59명, 약사 3명으로 구속자 1,000명당 의사 1명 정도로 나타났다. 1993년의 경우 시설내 사망자가 총 34명으로 질병 26명, 자살 6명, 재소자 간 폭행으로 인한 사망이 2명으로 나타나 적어도 30여명의 사람들에게 자유형이 결국 생명형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형벌은 건강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 나라 행형시설에는 의료인력(의사, 간호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재소자가 적기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외부병원에서의 진료도 교도소장의 자유재량에 맡겨지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한인섭 교수(서울대 법학과)는 "우리 형벌의 자유형은 자유를 박탈하고 강제적 노역을 부과하는 형벌이며 신체적 고통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형벌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면서 "재소자가 심신의 이상이나 질병을 호소할 때 행형당국은 가장 적합한 의료적 검진, 진료수단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재소자들에겐 소내 병원시설에서의 진료청구권을 보장하고 소내 시설로 감당하기 곤란한 질병일 경우에는 사회내 치료시설로 이송해 진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재소자의 인권과 처우]라는 글에서 지적하고 있다.

재소자에게도 전문의료혜택이 필요

유엔경제사회이사회에서 결의한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 제22조를 보면, "어느 정도 정신의학 지식을 가진 자격있는 의사를 1명 두어야 하며 전문의사를 치료를 요하는 질병을 가진 피구금자는 전문시설 또는 일반병원에 이송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고, 유럽형사시설규칙 제26조에도 "최소한 1명 이상의 일반의를 배치할 것과 전문의의 의료처치가 필요한 환자는 전문행형시설 또는 일반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재소자 의료문제와 관련해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상근의사의 확보와 외부병원 진료권의 실질적 보장이라 볼 수 있다.

외부병원 진료와 관련, 지난 94년 감사원보고서에서 제시된 박찬운 변호사의 재소자 의료실태와 개정방안은, 첫째 교정시설 내부에 의료전문 교도소를 설치함으로써 중증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보장해 줄 것, 둘째 의료전문교도소가 설치되기 전까지는 잠정적으로 교정시설 근처의 국공립 병원 내에 재소자 전문시설을 따로 마련할 것, 세째 재소자에게 의료보험혜택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줄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인권하루소식 이창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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