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6-01   1221

[05호] 국가보안법에 대한 사법부의 또 하나의 견제

지난 5월 22일 서울지방법원 형사3단독 박시환 판사는 미화 1만4천 달러를 가지고 인천항에서 중국행 선박에 몰래 타고 북한으로 가려다 울산 항에서 적발되어 구속된 북한 망명자 김형덕 피고인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잠입탈출)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죄를 적용하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잠입탈출죄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탈출로 인해 구체적 위험성이 존재할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 동안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정당한 범위'의 해석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의 변정수 재판관은, '이는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한정할 수 있는 아무런 기준도 없는 매우 애매모호하고 추상적 개념이고 그 결과 범죄구성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똑같은 행위일지라도 사람에 따라 차별 대우할 수 있는 것이어서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반대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결정 1993. 7. 29. 92헌바48)

그런데 이번 판결은 국가보안법 적용에 '구체적 위험성'의 요건을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국가보안법 적용의 남용에 제동을 건 셈이다. 통일로 가는 길에 많은 국민을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위협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가능한 한 통일논의와 남북의 접촉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판결의 의미는 적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북한 대학생과 공동사업을 벌이자는 내용의 팩시밀리를 주고받다가 구속기소되었다가 1심에서 보안법 부분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사법 감시} 제3호. 31쪽 "대북 단순통신 국가보안법 적용안된다"기사 참고)이 2심에서는 다시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이 적용됨으로써 그 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온 국가보안법의 '자의적 해석'이 실제로 증명되는 역설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단순히 북한과 팩시밀리를 주고 받은 것만으로 국가보안법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함으로써 국가보안법 처벌규정에 대한 명쾌하고도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