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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5.12.11
  • 2162
참여연대는 불법적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정치자금을 조성.사용한 6공 정권의 부정비리를 수사를 통해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하여 범인을 은닉하고 직무를 유기한 검찰 관련자들을 지난 10월 24일 서울지방검찰청에 다음과 같이 고발하였다.

피고발인

박종철 전 검찰총장

김도언 전 검찰총장

송종의 전 대검차장

김영수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이원성 전 대검 중수부장



1. 고발취지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헌법은 제1조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검찰권 역시 최종적으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이 조항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즉, 검찰권의 정당한 행사는 국민의 뜻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며, 국민의 의사에 반한 검찰권의 행사는 그 존립근거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나라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기소독점주의를 선택하여 검찰에 기소권을 독점시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러 법령이 그러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보장하고 그에 따른 검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며 그 예우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마땅히 이러한 법령이 정하는 취지에 따라 공정하고도 엄정한 검찰권을 추상과 같이 행사함으로써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불의와 부패를 처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검찰은 이러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여 정치권력과 절연하여 엄정한 검찰권을 세우기는커녕 정치권력의 의지에 복속시키고 말았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우리는 그러한 예를 수없이 열거할 수 있을 터이지만 그러한 가운데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 이르러 그 극단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과 94년의 정치자금 내사,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 4천억 비자금 발설경위 수사에서 검찰은 이미 불법적 비자금의 실체를 알려주는 계좌를 확인하였음에도 이를 은폐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박계동 의원에 의해 비자금의 실체가 폭로되어서야 마지못해 빙산의 일각이나마 밝혀지게 되었으나 아직 검찰의 진상규명의지가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우리는 검찰이 부정과 부패를 발본하는 중추이기는커녕 부정과 부패의 장본인들을 보호하는 집단이 되어버린 모습에 참으로 분노와 절망의 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당한 검찰권 행사의무를 방기하여, 비자금의 실체를 은폐함으로써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조성한 범법자들의 범죄행위를 은폐한 피고발인들을 고발함으로써, 차후 국민의 의사에 의한 정당한 검찰권의 정립과 공권력의 행사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2. 범죄 사실

(1)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와 관련한 피고발인들의 직무유기 및 범인은닉

1993년 당시 동화은행장 안영모 씨의 커미션 수수비리 사건으로 시작하여 정치권의 뇌물조성 문제로까지 확대, 김종인 의원이 구속되고 이용만 전 재무장관이 기소중지된 동화은행 비자금 수사당시 담당검사였던 함승희 변호사는 비자금 관련 계좌를 찾아내서 물증을 확보하였지만 검찰수뇌부의 외압으로 인하여 수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수사대상에 오른 이원조, 이용만, 김종인 씨에 대한 수뢰혐의를 동화은행 이외의 다른 은행으로 확대하려 하자 4월 28일 박종철 당시 검찰총장은 "동화은행 이외의 내사나 수사중인 은행은 없으며 계획도 없다" 고 밝혔으며, 김영수 청와대 민정수석도 같은 말을 했다. 그후 이원조, 이용만씨의 출국방치의혹 속에 김도언 대검차장은 "물증이 없어 소환이 어렵다"고 밝혔고, 김영수 청와대민정수석 역시 이날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박계동 의원은 1995년 10월 19일 제177회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수 씨의 비자금 은폐 지시와 송종의 서울지검장의 압력으로 비자금 실체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형법 제122조에 의해서 처벌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발인들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조성한 정치자금법 위반 및 형법상 뇌물죄의 범죄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에 대한 수사 및 기소의 검찰권 행사의무를 의도적으로 유기함으로써 직무유기의 범죄를 행하였을 뿐 아니라 노태우, 이현우, 이원조, 이용만 등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자에 대한 검찰수사를 방해함으로써 범인은닉, 도피케하여 형법 제151조 1항의 범인은닉죄범하였다.

(2) 1994년 정치자금 내사와 관련한 피고발인들의 직무유기 및 범인은닉

대검 중수부는 1994년 2∼5월 노태우 전대통령의 6공 비자금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동화은행사건 수사당시의 단서를 토대로 본격내사작업을 거쳐 재벌기업의 비자금에서 이현우씨가 관리하던 청와대 정치자금 계좌로 거액이 드나든 흔적을 발견했으며, 이를 근거로 재벌기업의 경영진 30여명을 극비리에 소환조사하여 구체적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언론매체에 보도되었다. (조선일보 1995년 10월 23일자)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과 1994년 비자금 내사를 통해서 피고발인들은 수백억원대 가-차명계좌 보유사실을 거듭 확인하고도 내사사실 자체를 전면부인하고 사건을 은폐함으로써 당시 수사결과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으며, 1994년 2∼5월 검찰의 수뇌부인 피고발인 당시 김도언 검찰총장, 송종의 대검차장은 직무유기 및 범인은닉의 죄책을 면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3) 1995년 8월 서석재 장관 발언에 대한 해명수사와 관련한 직무유기

지난 95년 8월의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의 "전직 대통령 4천억 비자금설"에 대해서 해명성 수사로 일관한 검찰은 시정의 소문에 불과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당시 이원성 대검 중수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나가리"라며 서석재 장관의 폭로내용을 해프닝으로 몰았다. 서석재 전 장관은 박계동 의원처럼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여권의 핵심인사로서 최초로 비자금 의혹을 언급한 점에서 주목의 가치가 있었으며, 이미 상당한 증거자료를 수집한 검찰의 입장에서 이를 단순한 일과성 해프닝으로 결론지은 것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조성에 대한 은폐 및 검찰권 행사를 방기한 직무유기라 하겠다.

3. 결 론

"성역 없는 사정"은 문민정부 초기의 대표적 구호였다. 그러나,우리는 성역 없는 사정이 문자 그대로 구호로만 그쳐 왔던 저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러한 성역에 대한 비호가 검찰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벌기업의 상납, 무기도입을 둘러싼 커미션, 증시부양책, 각종인허가 사업에 대한 반대급부 등으로 조성된 수천억에 이른다는 비자금의 실체를 바라보면서 고발인들은 분노의 심정을 넘어서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벌어진 수많은 부정과 비리를 국민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으며 불행히도 그 짐작이 틀린 경험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국민의 의사에 의해 출범된 이른바 문민정부 하에서도 검찰권의 엄정한 행사는 난망하였으며, 박계동 의원의 물증제시에 의해 떠밀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비자금 사건 수사에 대해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독립되고 공정한 검찰의 존재 없이는 어떠한 부정과 비리도 영원히 추방되기 어렵다고 본다. 추상같은 검찰권의 존재야말로 부정과 부패를 막는 방파제요, 사회정의를 담보하는 망루이다. 오늘날 정치권력과 거대자본에 예속된 검찰의 모습에서 우리는 사회정의의 실종과 국민들의 정의감의 붕괴를 잃고 있다. 독립된 검찰권의 회복이야말로 우리 시대 민주화와 개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고발인들은 범법행위에 대한 수사와 공소제기의 의무를 방기하고 비자금의 실체에 대한 은폐에 급급함으로써 검찰권의 독립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피고발인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고발하는 바이며, 본 고발건의 뿌리가 된 6공 비자금 실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도 없다는 말을 되새기며, 본 고발건의 처리에 대해 주목할 것이다.

서울지방검찰청 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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