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2008-10-02   3392

‘솜방망이’ ‘고무줄’ 양형 관행은 이제 그만


국민여론에 반하는 뇌물 / 배임횡령 / 성폭력 범죄의 감형사유 백태
오늘 토론에서 나온 개선방안, 양형위원회의 적극적 검토 기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와
<뇌물/배임횡령/성폭력 범죄, 바람직한 양형판단 기준을 말한다>토론회 공동 개최



  참여연대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0월 2일(목) 오후 2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뇌물/배임횡령/성폭력 범죄, 바람직한 양형판단 기준을 말한다>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최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판결에 편차가 있거나 국민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많은 대표적인 6개 범죄(뇌물, 배임횡령, 성폭력, 무고, 살인, 강도)를 특정하여 양형요소 정리 논의를 진행 중이며 10월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그동안 지속적으로 반부패 운동과 기업감시운동, 성폭력근절 운동을 전개하였던 참여연대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특히 뇌물과 배임 횡령, 성폭력 범죄에 주목하여 양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해야 할 양형요소들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판결문 입수 분석해보니 비합리적 감형사유 온존

   참여연대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뇌물죄와 성폭력범죄에 대한 다수의 판결문을 입수하여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해당 범죄들은 엄히 판결해야 하는 가중처벌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비합리적 감형사유들이 온존한 것으로 드러났다.(자세한 내용은 별첨자료 및 자료집 참고)
   뇌물죄의 경우, 감형사유가 기록된 19명의 판결문 중 흔히 비판받는 “사회발전에 힘써온 점” 등이 거론된 판결문은 42.1%인 8건이며, 이 중 훈장을 받은 점을 참작한다든지, 더 이상 공직에 몸담지 못하게 된 상황을 참작한다든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감형사유들도 있었다.
   ‘휠체어 변호’로 상징되는 대기업 오너들의 배임 횡령죄의 경우에도 2007년 7월 발간된 경제개혁연대의 <화이트칼라 범죄 판결의 양형 사유 분석 리포트>에 의하면 ‘사회공헌/경제발전에 기여’라는 가장 국민들에게 지탄받고 있는 감형사유가 전체 조사건수의 31.4%에 달하며, 재산 및 경영권, 직위 상실 등을 감안한다는 감형사유도 28.8%나 차지하였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에도 가장 지탄받아야 할 범죄로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듯하지만, 여전히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과 편견이 감형사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조사에 의하면 성폭력 범죄를 ‘욕정을 못이겨’ 발생한 우발적 사건으로 해석하고, 가해자의 음주상태 등을 감형사유로 제시하는가 하면, 피해자의 직업, 성력(性歷), 가해자와의 친소관계, 범행장소 등 피해자 유발비난 요소가 감형사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뇌물죄, 가중처벌 대상인데도 정작 판결은  솜방망이


   처음 뇌물죄에 대한 발제에 나선 장유식 변호사는 법률로만 보면 뇌물죄는 가중처벌 대상으로 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 있어서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의 관대한 수준에서 정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특히 뇌물죄의 높은 집행유예 선고율을 관대한 양형의 증거로서 제시하였는데, 1996년 이후 현재까지 선고된 뇌물죄의 집행유예율은 1심의 경우는 75%, 2심의 경우에는 80%를 상회하고 있어 일반 다른 사건의 집행유예율보다 10~20% 정도 높다는 것이다.

   또한 뇌물죄의 양형사유에는 ‘수뢰공무원이 이미 징계처분을 받았다’던지 ‘공무원직에서 당연퇴직하기 때문에 재범위험이 없다’고 하는 이유로 관대한 판결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범죄자 개인이 다시 죄를 범할 수 없고, 자체 징계로 사회적 처벌은 이미 받았다는 식의 개인적 관점만 강조될 뿐, 일반국민에게는 직위가 높으면 면죄부를 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어 뇌물행위를 사회적으로 예방하고자 가중처벌하는 법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하였다.
   개선방안으로는  ① 뇌물죄에 있어서 법관의 양형재량권 제한 ② 공무원 신분 박탈과 사회적 명예의 실추까지 고려하는 법원의 전통적인 양형태도의 개선 ③ 형량을 낮추는데 쓰였던 사유가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데 근거로 사용하는 이른바 ‘이중 감경’의 개선 ④ “공직자로서 오랫동안 봉사해 왔다”는 식의 현재의 감경사유가 사실은 가중사유로도 작용할 수 있는 등 주관적 양형사유의 배격 등을 꼽았다.


   여기에 대한 지정토론에 나선 박용철 교수(서강대 법대)는 뇌물죄 양형시 특별히 고려해야 할 양형요소로서 ① 일정 액 이상은 집행유예 제한, 수수액의 2~5배에 달하는 벌금형 고려 등의 뇌물액에 따른 양형 기준의 차별화 ② 뇌물요구의 적극성과 실제 청탁 이행 여부 등은 재범 위험성과 관련하여 가중 사유로 고려 ③ ‘오랫동안 봉사’ 혹은 ‘개전의 정’등의 주관적인 양형사유는 재직시의 객관적 평가로 대체할 것 등을 제시하였다.

배임횡령죄의 집행유예 선고비율 길거리 범죄(절도 강도죄)보다 23.5%나 높아
     
   배임 횡령죄의 양형 판단에 대한 발제에 나선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실행위원)는 지배주주나 경영진에 의한 배임횡령은 통상 규모가 5억 원 이상이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가중처벌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길거리 범죄라 할 수 있는 절도 강도죄보다 23.5%나 높고, 일반인들이 주로 저지르는 5억원 이하의 형법상의 배임 횡령과 비교하더라도 29.2%나 높은 아이러니한 현실을 지적하였다.

   그는 바람직한 양형을 위해 ① 지배주주의 경우, 지분율 뿐 아니라 소유지배 괴리도나 의결권 승수도 함께 양형요소로 고려할 것, ② 범죄의 경제적 이익 판단에 지배권 유지나 회사내 지위보전 등도 포함할 것, ③ 채권자, 하청업체, 지역주민의 손해도 적극 고려할 것 ④ 합의 여부보다는 배임횡령 액수를 주목할 것 ⑤ 추상적인 ‘경제에 기여한 공로’ 등의 양형 요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 ⑥ 이른바 ‘휠체어 항변’이나 지배주주의 지시에 의해 범행했다는 ‘전문경영인’의 전형적 항변 등에는 좀 더 엄격할 것 ⑦ 적발이 어려운 범죄 특성상 경력의 유무를 감경사유 포함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하고 탄원이 있다면 탄원이 적정한 사람들로 자발적으로 진행되었는지 엄격히 따질 것 등을 제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오병두 교수(홍익대 법대)는 지배주주나 전문경영인들이 저지르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일반인들보다 관대한 양형격차가 존재함이 현실이라면서, 이는 양형 요인의 문제 뿐 아니라 전관예우의 문제, 변호인의 질적 차이 문제, 기업범죄 특성상 업무상 배임죄 구성요건이 어려운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지적하였다.
 
성폭펵 범죄, 좀 더 피해자의 관점에 입각한 판결 요구

   성범죄 양형 관련 발제에 나선 이경환 군법무관은 잘못된 통념이나 편견에 기반해 벌어지는 성범죄의 경우 좀 더 치밀하고 피해자의 관점에 입각한 양형 요소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① 은밀한 곳에서 피해자와 단둘이 있는 등의 계획요소에도 불구, ‘우발적 성충동’으로 넓게 해석하는 관행 ② 가해자와 피해자가 알던 사이라면 형이 가벼워지는 점 ③ 영국의 경우 오히려 가중사유로 보는 성범죄시 ‘음주’를 오히려 감경 사유로 보는 점  ④ 피해자의 직업이나 성력(性歷) 등 피해자를 비난하는 요소도 감경사유가 되는 점 등을 문제사례로 지적했다.
   이는 성폭력을 폭력이 아닌 화간(和姦)으로 보려는 기본적인 통념에 근거한 잣대이며, 성폭력 범죄의 양형 요소를 판단하는 데에는 이러한 잘못된 통념을 재검토하는 관점 수정의 노력이 핵심임을 지적하였다.


   지정토론에 나선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최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지원했거나 언론보도된 9건의 사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등의 판결을 받았으며, 미성년자 강간 등의 중죄도 모두 법정하한형(5년)보다 낮은 형을 받았고, 공탁이 감경사유로 작용한 사건이 4건, 성범죄임에도 사회적 지위로 인한 감경사유도 존재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름철 성범죄’, ‘꽃뱀’ 등과 같은 왜곡된 통념이 성폭력 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적절한 절차를 방해하며, 범죄를 좌시하고 더 나아가 조장하는 역할까지 한다며 이의 극복이 양형 판단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참여연대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오늘 토론에서 지적된 뇌물, 배임횡령, 성폭력 범죄 양형요소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들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반영할 것을 기대한다.
 

* 첨부 – 뇌물죄와 성폭력 범죄 양형사유 사례


<표 1> 뇌물죄 판결문에 나타난 감형사유 분석
————————————————————————————–○조사자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대상 : 뇌물죄로 언론보도된 전 현직 공직자 중 1심 판결문이 취합된 22명
————————————————————————————–○감형사유가 기록된 19건의 감형 사유 세부 분석
사회발전에 힘써온 점 고려 42.1% (8건)
피해액 변제 89.4% (17건)
범죄전력이 없음 57.8%(11건)
반성하고 있음 21% (4건)
나이와 건강에 대한 고려 42.1%(8건)
————————————————————————————–감형사유 중 ‘사회발전에 기여’ 항목에 대한  세부적 열거사례
– 오랜 기간 도시계획 분야의 교직 및 공직에 있으면서 전문가로서 사회에 이바지한 점
   (전 지자체 부시장)
– 더 이상 국회의원을 할 의사가 없다는 점 (전 국회의원)
– 민주화를 위하여 오랜 기간 헌신하여 온 점(전 국회의원)
– 약 33년의 공직생활 동안 국가를 위해 나름대로 헌신, 청조근정훈장, 녹조근정훈장 등을
   수여받은 사정(전 금감위원장)
– 오랜기간 국회의원으로 공직에 봉사, 특히 이 사건으로 낙선해 정치적 심판을 받음
   (전 국회의원)
– 금감위 위원장, 금융감독원 원장을 비롯한 약 33년의 공직생활 동안 국가를 위해
   나름대로 헌신하여 청조근정훈장, 녹조근정훈장 등을 수여받은 사정(전 금감위원장)
– 군수로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 온 점(전 군수)
————————————————————————————–

<표 2> 성폭력 범죄 판결문에 나타난 양형사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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