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2-04-07   801

[판결비평] 정치자금 민주적 운영의 필수조건 –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과 공개성

여러 측면에서 역대급이라던 선거가 끝났습니다. 법적으로 모든 후보자들은 정치자금 관련 증빙자료들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하고, 선관위는 이를 공개해야 합니다. 선거비용은 규정에 따라 세금으로 보존되는만큼 시민들이 알고 검증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러나 선관위 사무실이나 홈페이지를 찾아보아도 선거에 나섰던 후보자들의 자료조차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구 정치자금법 42조 2항이 정치자금 증빙자료의 공개 기간을 딱 3개월만 유지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가 작년 5월 이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 20대 대선은 열람제한 기간 규정이 무효화된 후 치러진 첫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곧 있을 선관위의  20대 대선 선거비용 증빙자료 공개를 앞두고 지난 위헌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가 집필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13번째 이야기

헌법재판소 2021. 5. 27. 선고 2018헌마1168 [판결문 보기]

유남석 헌재소장,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인용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반대의견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

유성진 교수(이화여대)

2021년 5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 등 회계보고된 자료의 열람기간을 3월간으로 제한한 “정치자금법 제42조 제2항”을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정하였다(2018헌마1168). 이러한 판결은 정치자금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수입과 지출의 공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당, 후원회 등의 회계책임자가 회계장부에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제7장 제37조), 정해진 기한까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회계보고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제7장 제40조), 그 구체적인 내용과 규정이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라는 취지에는 부합하지 못했었다, 특히, 신고된 정치자금의 열람과 공개에 대한 제7장 제42조 제2항은 정치자금 정보의 공개를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으로 제한하고 이 기간 이외에는 공개를 금지하고 있어 실제 정치자금에 관한 투명한 공개를 저해하고 있는 독소조항이었다. 판결문에 명시되어 있듯이 짧은 열람기간은 유권자들이 “회계보고된 자료를 충분히 살펴 분석하거나, 문제를 발견할 실질적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여 정치자금의 공개 취지에 부합하지 못했다.

정치자금을 둘러싼 논란: 표현의 자유 vs. 정치불평등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치과정의 중심적인 행위자는 정당이다.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당은 이를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구성원들을 교육시키는 동시에 선거에서 소속정당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운동을 지원하는데, 이러한 활동에는 당연히 비용이 든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민주주의를 운영하는데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조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보다도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정치자금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하는 보다 중요한 원칙은 표현의 자유 보장이다. 민주주의 공동체의 구성원은 누구나 스스로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가지며 정치적인 영역 역시 이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치자금의 기부는 정당 혹은 후보에 대해서 공동체 구성원이 갖고 있는 정치적 지지의 표현에 예이며,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개인의 권리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도한 정치자금 지출은 공직을 돈으로 사는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정치자금 기부의 차이가 국민의 정치적 영향력을 불균등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비대칭적 영향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비판되기도 한다. 이는 결국 돈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를 낳게 되어 평등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한다는 규범적인 차원의 비판이다. 때문에 정치자금을 둘러싼 논란은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과 “정치적 불평등에 대한 우려” 사이에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집중된다. 

한편으로 표현의 자유에 집중하는 입장에서는 정치자금 모금을 규제하는 어떠한 행위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정치자금 기부의 주체와 규모, 그리고 지출과 관련한 규제에 반대한다. 단적으로 이러한 입장에서는 정치자금의 모금과 지출을 정당과 후보의 재량에 맡기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정치자금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의 과도한 보장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여지를 제공한다.

다른 한편으로 정치자금이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불평등을 우려하는 이들은 정치자금의 모금과 지출에 있어서 철저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정치자금 모금의 주체와 모금방식, 그리고 정치자금 기부의 주체 등에 대해 세세한 규정을 통해 제약하며 특정 이익집단이나 단체의 기부를 금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규제를 통해 정치자금을 축으로 경제적인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선거와 정치과정에서 정당과 후보, 그리고 유권자들 간 상호작용을 약화시키고 종국에는 유권자들이 선거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줄임으로써 정당정치 전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균형과 조화를 위한 투명성과 공개성 강화

결국 대의민주주의에서 불가피한 정치자금의 민주적 운용은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평등, 양자 간 적절한 조화를 찾는가에 달려 있다. 즉,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당과 후보 그리고 유권자들 간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꾀하면서도 정치적 불평등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의 강구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자금 수입과 지출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자칫 나타날 수 있는 부패의 고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정치자금 수입과 지출을 정당과 후보의 자율에 맡기되 일정 부분 국고에 대한 보조를 더하고, 구체적인 수입과 지출에 관한 내역을 시의적절하고 투명하게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자금제도는 민주화 초기 권위주의 시기 부정적인 폐해를 일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공정성에 초점을 두고 규제중심의 정치자금제도를 만드는데 집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유권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정당의 정상적인 재정활동을 저해한다는 비판 속에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2013헌바168)을 받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정당후원회가 부활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정치자금 모금에 있어서 정당과 후보의 자율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있어서 투명성과 공개성 강화가 당면 과제로 대두된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보장은 표현의 자유만큼 중요하며,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는 ‘참여의 불평등에 따른 정책결정의 왜곡’이라는 정치자금의 규범적인 문제점을 실제 운영과정에서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정책적 목적에 있어 참고할 만한 미국의 정치자금제도는 흔히 다른 나라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정치자금의 모금 및 지출에 대한 총액규제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자금 기부의 주체와 모금방식에 있어서도 규제가 거의 없다. 이는 정치적인 지지의 표현이라는 개인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이 미국 정치자금제도의 핵심적인 가치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자칫 사회경제적 차원에서의 불평등이 정치적 차원으로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을 다분히 갖게 된다. 

이러한 규범적인 문제점에도 미국의 정치자금제도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투명성의 확보에 있다. 미국의 정치자금제도는 표현의 자유만큼 정보의 공개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강조하여 일찍부터 기부의 내역 및 기부자의 신원 공개, 그리고 지출내역 및 지급대상자의 신원 공개제도를 채택하여 왔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감시 역시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미국에서 정치자금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적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투명성 확보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전자신고제도는 이러한 논란의 절충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치자금 규제의 최근 경향은 규제를 최소화하여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한편, 정치적 부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전자신고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고도 포괄적인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치자금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현재 우리의 「정치자금법」에서 정치자금의 주요 쟁점인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기부하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당연히 해당 법이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제1장 제1조)에도 실질적인 조항이 그러한 목적 달성에 충분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후보가 선거에 거의 임박해서 결정이 되고 실제 선거운동의 범위와 기한에 대한 제약이 크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후보의 면면을 정확히 아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전자신고제도를 통해 수집하고 이를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보다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정치자금에 내포된 부정적인 영향인 부정부패와 불평등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위헌판결된 제42조 제2항은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첫걸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정치자금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서는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내역에 관한 사본교부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서면으로 신청토록 하면서 그 비용을 신청자가 부담케 함으로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제42조 제3항, 그리고 ‘공개된 정치자금 기부내역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여 정보의 실질적인 활용과 전달을 막고 있는 제42조 제5항 역시 정치자금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고될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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