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6-12-20   1714

[비평칼럼] 공직자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의 입법취지를 외면한 법원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한 공직자윤리위 결정 취소 판결

지난 4월 7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민중기 판사, 김정숙 판사, 이성호 판사)는, 한 공직자가 퇴직 후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한 사건에서 공직시절 수행한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한 것인만큼 취업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 판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해양수산부의 여러 직책을 거친 후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에서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재직하다 퇴임한 A씨가 퇴직하자마자 자신이 근무하던 공단의 전산시스템을 해마다 유지보수 하는 업무를 맡아온 모 물류회사에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이 과연 업무연관성이 없어 취업제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지 그러하지 않은 것인지를 두고 벌어진 것이다.

문제가 된 사건을 맡은 2심 재판부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은 행정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퇴직전에 소속된 해양수산부의 장관에게 취업 제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을 한 것에 불과한 것인만큼,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소송 자체를 각하함으로써, 1심 판결 자체의 효력이 없어졌다. 하지만 직무상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 자체를 막기 위한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제도를 취지를 협소하게 이해했다는 점에서 1심 판결의 논리는 문제가 적지 않아, 참여연대는 이 판결을 비평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비평칼럼은 윤태범 교수(방송통신대 행정학,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 정책사업단장)가 작성하였다(편집자 주).

공직자 이해충돌에 대한 법원의 낮은 인식 수준 보여준 판결

2006년 4월 서울행정법원은 의미있는 판결 하나를 냈다. 그러나 기운 빠지게 하는 판결이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으로는 공직자의 퇴직 후 발생하게 될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동 재판부가 공직자의 이해충돌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것도 함께 보여주는 판결이었다. 물론 그 동안 참여연대가 공직자윤리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하였던 것들이 정말로 옳은 것임을 재판부가 이번에 입증해주었다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해양수산부의 여러 공직을 두루 거치고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의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A씨가 퇴직하자마자 모 물류회사의 대표로 취임한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A씨가 취업한 모 물류회사는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과 해마다 전산시스템유지보수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전산인력을 파견하여 전산시스템을 유지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거래처‘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A씨가, 공무원이 퇴직하여 사기업에 취업할 경우 업무연관성이 있을 경우 일정기간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 관계 중앙행정기관인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A씨에 대해 취업을 해제하는 방법을 취하도록 요청하였다. 이 같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치에 대해 A씨가 부당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있어서 핵심적인 쟁점은 공직자가 공직에서 퇴직한 후에 기업에 취업할 때, “이해충돌”의 발생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이해충돌의 발생 여부를 따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준거가 되는 것은 바로 “업무 연관성”에 대한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는 인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급 또는 직무 분야에 종사하였던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또는 영리사기업체이 공동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ㆍ단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취업이 제한되는 영리사기업체와의 관련성의 범위에 대해서, 동법 시행령 제32조에서는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는 “과의 장 및 소속직원은 당해 과의 업무를, 그 상위 직위에 있는 자는 직제, 정관, 규정 또는 직무상 지휘ㆍ 감독하는 부서의 업무를 말하며, 밀접한 관련성의 범위에 대해서는 직접 또는 간접으로 보조금, 장려금, 조성금 등을 할당, 교부하는 등 재정보조를 제공하는 업무 등 7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과연 업무 연관성이 없는 것일까?

이번 사건과 관련한 판결에서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의 이유를 들어서 이해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공직자윤리법상의 퇴직후 취업의 제한 규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업무 연관성을 따짐에 있어서 명확성과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해야 하며, 유추해석은 금지한다고 하였다. 당연한 지적이다. 그래서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이미 적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동법은 퇴직후 취업의 허용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으며, 이해충돌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 연관성 여부에 대해서도 지극히 좁게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든 직무에 대해 연관성이 있는 직무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개별 사건에 대한 적용에 있어서도 유추하여 적용할 수밖에 없다.

이미 재판부도 공직자윤리법상의 퇴직후 취업을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서 권한의 행사와 관련한 부정한 재산의 증식 방지, 공무 집행의 공정성 확보, 공직자와 유관 영리사기업체간 부정한 유착고리의 사전 차단, 취업 후 퇴직 전 기관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의 제한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직무연관성의 적용에 있어서도 유추하여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동규정이 직업선택을 제한하고 있으며,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판단할 경우, 결국 이해충돌의 문제 혹은 이해충돌 방지의 원리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상의 퇴직후 취업제한 규정은 취업의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퇴직후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활동”을 제한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행 “퇴직후 취업의 제한”이라는 규정을 “퇴직후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활동의 제한”으로 개정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와 비교하여 이해충돌에 대한 규정에 있어서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방행정규칙(§ 2635.402.b)에 따르면, 이해충돌은 당장 미치지 않는 것이라도 잠재적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이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이해충돌의 발생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재판부는 공단과 한국물류 사이의 계약은 원고가 재직하기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며, 통상적인 계약이며, 계약규모도 크지 않으며, 또한 거래 규모의 감소 등으로 인하여 기업체의 재산상의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여 이해충돌의 문제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에 의하여 적시된 사실관계는 맞을 수 있다.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

그러나 이와 같은 지적은 이해충돌의 문제 중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해충돌의 “예방”과 더불어 “외관상”의 이해충돌의 발생 가능성의 해소라는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재판부는 업무 연관성의 판단에 있어서 직접적이고, 결과적인 것을 주된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입법 취지나 혹은 이해충돌 방지제도의 의의는, 공직자에 의한 직접적이고 현시적인 이해충돌의 발생 자체를 확인하고 처벌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이미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난 후에, 이것이 이해충돌인지를 확인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며, 만일 이를 목적으로 한다면 구태여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형법에서 규정하여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왜 공직자윤리법을 별도로 제정하였는지, 또 미국이 정부윤리법의 핵심이 왜 공직자의 이해충돌의 회피에 있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일반적인 입법취지에 의하면 이해충돌의 발생가능성이 있는 상황으로 분류된다고 할지라도 위의 특수한 정황들을 들어 이해충돌의 발생가능성이 미미하다고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논리를 전개하기에는 법원의 논리는 미약하 기본적으로 이해충돌은 “규모”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거래규모가 줄었다고 하여 이해충돌의 발생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것이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을 부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또한 이 규모는 향후 얼마든지 늘어날 수도 있다.

셋째, 재판부는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직무의 범위에 “용역의 계약”이라는 명칭이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가장 가까운 문구는 “공사 또는 물품구입의 계약”일 뿐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의 적용이 어렵다는 주장을 하였다. 앞서도 지적하였지만,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직무에 대해서 모두 열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상 예시적으로 열거하고 있을 뿐이며, 때문에 동법 시행령 제32조 2항 7호에서 기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설령 동법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용역계약을 업무관련성의 판단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재판부가 규정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비록 현행법이 많은 흠결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부는 동법의 입법 취지를 지나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결국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이해충돌 문제의 핵심인 업무 연관성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으며, 또한 이해충돌이 실질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해충돌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정상적인 취업이라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단은 공직자의 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논거로서 활용되어야 할 이해충돌의 일반적인 원칙은 물론 동법의 입법 취지로부터도 크게 벗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로 인하여 그렇지 않아도 흠결 투성이인 공직자윤리법이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수없이 발생하는 이해충돌의 문제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 되고 말았다.

이해충돌의 문제에 대해서 재판부가 조금만 더 제대로 이해하였더라면…

재판부가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입법취지가 무엇인지, 어떤 흠결이 있는지, 그리고 이해충돌의 회피가 왜 필요한지를 조금만 제대로 인식하였다면 이와 같이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충돌의 문제에 대해서 재판부가 조금만 더 제대로 이해하였더라면 오히려 동법의 다양한 입법 미비점이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해충돌의 발생에 대한 의미있는 판결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을 떠나서,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은 너무도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해충돌의 필요성을 포함한 기본적인 의미 부여의 결여는 물론, 이해충돌의 발생 영역을 활동이 아닌 “취업”으로 최소화시켜 놓았으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으로 제한하여 수 없이 많이 발생하는 이해충돌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으며, 일부 업무만 제한적으로 열거함으로서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많은 업무들이 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재산등록 대상자로만 적용을 한정하여 대다수의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문제에 눈감아 버리고 말았다.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 많은 퇴직 공직자들이 이해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기업체에 취업하였다. 참여연대가 지난 2006년 1월부터 6월 사이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를 요청한 59명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취업이 허용된 58명중에서 39명이 이해충돌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을 요청하지 않은 사례나 혹은 재산등록대상자가 아닌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이해충돌은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담당직무와 상관없이, 그리고 직급과 상관없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은 공직자의 이해충돌에 대한 효과적인 방지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그저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또한 지나치게 행정 편의주의적 입장에서 제정,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이 하루 빨리 개정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와 같은 판결은 반복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판검사에 대한 전관예우의 제한이 이해충돌의 방지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실현되기 어려운지를 짐작하게 하는 판결이기도 하다.□

윤태범 (방송대 행정학과 교수,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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