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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결정
  • 2015.01.22
  • 1134

 

이번 판결비평은 참여연대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소송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변호사의 자격 요건을 결정하는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회의자료와 회의록 일체를 공개하라는 참여연대의 요구에, 법무부가 회의록을 공개하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비공개로 대응하면서 제기된 소송입니다.

1심에선 참여연대가 승소했는데, 지난 12월 4일 항소심에선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1, 2심 재판부 모두 비공개로 미리 회의자료를 읽은 후 공개 여부를 결정하였는데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이번 판결에 대한 비평문 두 편을 소개합니다. 서울시립대 경건 교수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의 글입니다. 1심과 2심 판결을 비교하며 이해하기 쉽게 써주셨네요.

 

[판결비평]은 주로 법률 전문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이런 과정을 통해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련한 자리입니다.

 


 

[회의자료 정보공개소송②] 

정부, 신뢰를 얻으려면?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 2014.12.4. 선고 2014누47909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판사 이종석(재판장) 하상혁 김현보  


 

 

투명사회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우리나라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이 있다. 한국은 무려 세계에서 열세 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정보공개법을 가진 나라다. 전 세계에서는 50여개의 나라가 정보공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국가정보의 공개는 시민의 권리중 하나다. 민주사회에서 권력의 올바른 분할과 활용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듯이, 시민으로부터 시작되고, 시민의 세금으로 완성되는 공공정보에 대한 시민의 요구는 점차 커져가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알권리’는 국가가 국가정보에 대한 접근을 시민들에게 개방할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정보공개와 개방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공개를 통해 정부의 행정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정부의 활용성 높은 도구라 볼 수도 있다. 그것은 다만 정부가 신뢰회복을 위해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을 때만 가능한 것이지만 말이다. 

 

얼마 전 법무부-참여연대의 항소심 판결은 정부가 신뢰회복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당연히 공개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마땅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참여연대는 법무부를 상대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회의록 및 회의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변호사시험제도가 2012년에 처음 시행된 이후로 로스쿨 및 변호사 시험제도와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과 의견대립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증명’이다.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시험제도가 운영되는지 정보공개로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이래서 그렇다, 저래서 그렇다 ‘해명’을 하려고 하면 논란만 증폭될 뿐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가장 쉬운 방법인 ‘증명’을 선택하지 않았다.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를 근거로 비공개 한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소송을 진행했고, 당연히 해당 내용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회의록 공개 여부에 대해 “회의록을 비공개함으로써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것은 이해당사자와 국민으로 하여금 밀실행정에 대한 불신 속에서 소모적 의견 대립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큰 반면,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에 이르는 과정이 공개된다면 이해당사자 및 국민 사이의 상호 이해 및 발전적인 의견 교환 등이 가능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보다 합리적인 결정 기준의 수립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변호사시험 및 로스쿨 제도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키울 가능성이 있고,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위원들의 논의를 도우며, 기존의 자료만으로도 충분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이유다. 소모적 논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정보가 없기 때문이고, 그것을 법무부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것을 두고 공개가 되었을 때 소모적 논쟁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비공개라니. 이런 억지도 없다. 

 

정부가 ‘공정한 업무수행’ 운운하면서 주요 심의에 대한 내용을 비공개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법무부가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한 업무수행을 이유로 비공개 했던 사면심사위원회 명단 및 약력에 대한 건은 대법원까지 가서야 공개 판결을 받았다. MB정부 당시 “4대강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던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해당 사업이 종료된 5개월이 지난 후에도 해당 사업 예산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업무, 공정한 업무수행 지장’을 이유로 비공개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정보비공개를 하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고, 엄연한 공적업무 수행과 관련한 정보에 대한 공개가 공정한 업무수행을 해치지 않는다며 공개하라고 난 소송 판례 역시 상당하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판례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선 공공기관 처리부서에서는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 사유의 비공개가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2013년부터 는 의사결정 과정이 종료되면 청구인에게 통지를 해야 한다고 법 조항이 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 법률개정 내용을 알고 있는 기관은 얼마나 될까. 

 

정보공개는 중요하다. 어쩌면 시민들보다 정부에게 더 중요한 제도일지도 모르겠다. 정보공개는 정부 행정에 대한 신뢰를 생성하고, 정부 행정의 정당성을 증진시키고, 효과적인 정부행정을 촉진하고, 부패를 감소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보공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귀찮아서인지, 숨길게 많아서인지, 청구를 하는 사람들이 두려워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정부가 비공개를 하면 할수록 위에서 나열한 많은 장점들을 정부가 제 발로 차버리게 되는 꼴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공적신뢰도는 OECD 국가 중 31위로 꼴찌 수준이다. 공적신뢰는 “정부를 신임하는지, 사법시스템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거주지역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등을 토대로 평가한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정부가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속살까지 다 보이도록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억지 비공개는 말아야 하지 않겠나. 신뢰는 내 것을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회의자료 정보공개소송①] 위원회의 토의내용 공개를 바라보는 법원의 불안한 눈

   바로보기>> http://bit.ly/1yQL3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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