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미분류 2004-12-16   2265

법조윤리 강화, 윤리위원회 설치만으로 가능한가?

관련 법개정 등 기본방침과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제시해야

1. 지난 13일(월)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위원장 조준희 변호사)는 법조윤리 강화를 위해 전국단위의 상설기구인 ‘법조윤리위원회(가칭)’를 설치 운영하는 안에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와 함께 제기된 전관예우의 병폐를 개선하기 위한 ‘대법관변호사 개업제한’이나 ‘법관.검사의 최종퇴임지 형사사건 수임금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합의점도 찾지 못하고 마무리 되었다. 이번 사개위의 합의안은 법조비리를 뿌리 뽑고 법조윤리가 강화되기를 열망하는 국민적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 것이다. 나아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대법원 등 관련 기관의 현실 인식이 너무나 안이하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2. 사개위에서 합의한 ‘법조윤리위원회’는 기존 각 지방법원에 설치된 법조윤리협의회 활동을 강화하고 전국적인 법조윤리 실태에 대한 상시적 감시와 분석 및 대책을 수립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각 지방법원마다 설치되어 있으나 사실상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법조윤리협의회를 중앙에 설치한다고 하여 법조윤리가 강화될 리는 만무할 것이다. 더욱이 법관과 검사의 비리사실에 대한 고소.고발, 진정 등 법조비리의 핵심사항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겠다고 한다면 기존의 법조윤리협의회와 무엇이 다를 것인지 되묻고 싶다.

3. 한마디로, 사개위는 윤리위원회를 강화한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수준의 합의만을 도출했을 뿐 실질적인 윤리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전관예우 배제 방안으로 제안된 최종 퇴임지 형사사건 수임제한 및 대법관 퇴임 후 개업 방안에 대해서는 대법원, 검찰 등 이해 관계자들의 직역 이해 보호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결론을 짓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어버렸다. 과연 사개위 위원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법조불신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법조윤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4. 참여연대는 이번 사개위 회의 직전인 지난 9일(목) 법조비리척결과 법조윤리 강화를 위해 ‘법관 및 검사징계법과 변호사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하는 의견서를 사개위에 전달했다. 참여연대는 이 의견서에서 법조비리를 막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징계제도를 제대로 활용해야 하며 현행 법관징계법, 검사징계법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야 함을 주장했다. 더불어 법관과 검사 윤리 강령의 세부지침을 만들어 세세한 사항까지 현장에서 지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법원과 검찰, 변협 등의 직역에서 나온 위원들은 각 직역 이해의 대변자이자 사수자에 불과했지 결코 국민의 입장에서 법조비리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지 못했다. 법관과 검사징계법을 강화하기 위해 징계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원론적 언급만 있었을 뿐 구체적 실현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회의석상에서 누구나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시늉만 내는 정도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5. 거듭 강조하거니와 누적된 국민의 사법불신을 없애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조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법조비리 억제 수단인 법관징계법 및 검사징계법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징계절차가 진행 중에는 사직을 보류해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려서 옷벗고 마는 풍조를 바꾸어야 한다. 셋째, 징계 결정된 사항을 곧바로 변협에 통보하여 손쉽게 변호사개업을 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넷째, 징계위원회는 최소 반 수 이상을 비법조인들로 구성하고 징계과정에 적어도 외부인이 참심원이나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그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일정한 한계와 범위를 정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6. 법조윤리는 선언만으로 확립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윤리위원회의 존재 여부가 결코 핵심이라 할 수 없다. 이런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관련주체들의 이러한 안이한 문제인식과 대처방안으로는 결코 사법에 대한 불신을 걷어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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