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기타(jw) 2007-02-02   2057

대한변협, ‘인권과 정의 수호자’로서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따른 재판을 합리화한 변협의 논평에 대해

변협이 진정한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있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가 진실화해위원회의 유신독재시절 긴급조치 위반사건의 판결조사결과를 비난하면서 ‘인권과 정의’를 지켜야 할 변호사단체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기어이 넘어버렸다.

대한변협은 지난 1월 30일자 논평에서, 과거 “유신헌법도 당시에는 다수 국민의 찬성으로 제정”되었기에 “유신헌법에 의한 재판까지도 비난대상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국론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것이 한국의 모든 변호사들이 가입해있는 변호사대표단체가 할 수 있는 말인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대한변협이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따른 재판을 옹호해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해자인 당시 집권세력인가, 아니면 집권세력의 횡포를 실정법의 집행으로 정당화시켰거나 방조했던 당시 검사와 판사들의 ‘명예’인가. 백보 양보하여 이 같은 주장을 ‘정치꾼’이 말하였다면 이처럼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인권을 지키고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야 하는 법률가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악법이라도 지켜야하고 악법에 따른 과거 재판도 실정법에 따른 재판인만큼 정당하다고 말하는 순간, 변호사는 인권과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지배체제와 정치적 이익’의 수호자로 전락한다. 우리가 대한변협을 비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의 법률가 역사에도 자랑스런 부분이 없지 않은데, 대한변협이 거기에 침을 뱉었다.

1인 독재체제를 확고히 한 유신헌법, 그 헌법과 대통령에 대한 일체의 비판도 허용하지 않은 긴급조치에 근거한 각종 인권탄압과 민주주의 말살에 수많은 변호사들이 저항했다. 그들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탄압받는 무고한 이들을 변호하기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가 있었기에 한국의 법률가 집단은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한변협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적용한 재판을 합리화시킴으로써 그 자랑스런 역사에 침을 뱉어버렸다.

대한변협은 국론분열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암울했던 과거의 진실을 드러내는 일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어 있지 않다.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거부하는 대한변협이나 보수언론이다.

또 대한변협이 논평에서 주장하고 있는 “미래를 향한 국가발전”은 어두운 과거를 덮고 넘어간다고 해서 가능한 게 아니다.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했던 암울했던 역사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피해자의 용서를 이끌어 낼 가해자의 진정어린 반성이 선행될 때, 우리 사회는 진정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이처럼 주장하는 대한변협이 도리어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막고 있다.

역사의 평가에 남기자고도 하는데, 그것도 진실이 밝혀지고 관여했던 이들이 누군지도 확인될 때 가능하지 않겠는가?

가해자나 가해자를 방조한 법률가들이 무고한 피해자들의 상처를 돌보기는커녕 진솔한 반성조차 하지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변협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재촉하는 일이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인권과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 이익과 체제질서를 수호하는데 빠져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따른 재판을 합리화한 대한변협이 안타깝다. 인권과 정의를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을 수많은 법률가들을 어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끝.

사법감시센터

JWe200702020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