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들 – 법사위⑦] 비리에 면죄부 쥐어주는 사면심사위 바꿔야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달 국정감사기간을 맞아 [2009 정기국회, 정부에게 꼭 따져 물어야 할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43가지 과제 이외에도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할 것을 촉구한 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들 과제들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소개하는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들]을 시작합니다.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 지적, 피감기관의 대답,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대응 등을 소개합니다.

오늘(22일)은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 봐주기 의혹’이 핵심쟁점이었습니다만, 법무부 국감에 앞서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내놓은 자료들 가운데는 꼭 살펴봐야 할 문제들도 담겨 있습니다. 그 가운데 사면심사위원회에 대한 문제제기와 사형 집행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주영 의원 “사면심사위 유명무실. 민간인 과반수로 구성하고, 결정내용 즉각 공개”

이주영 의원(한나라당, 경남마산갑)은 법무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면심사위원회가 생계와 딱히 상관도 없는 자들을 제대로 필터링하지 못하고 사면을 해줘, 법규 위반자를 양산하고 사고로 인한 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특히 “이번에 청와대 측에서 내려온 특별사면 상신안을 심사하는 데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졸속-부실심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주영 의원은 “사면심사위원회의 인적 구성도 독립성을 해하고 있다”며 위원장이 법무부장관이고, 내부위원인 법무부, 검찰 간부가 4명, 외부위원 4명조차도 대검간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번 사면심사위원들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바꿔야 한다”며 “사면이 정치적 이해관계의 결과물로 남용하지 않으려면 사면심사위원회의 과반수를 민간인으로 충원하고, 이들의 결정내용을 즉각 사실대로 공개해야 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특히 이 의원은 “서울고법의 사면심사위 명단 공개 판결에도 법무부는 공정한 업무수행,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중대한 결정을 하는 모든 위원회가 똑같은 상황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물론 이 의원이 특별사면 가운데 음주운전으로 사면의 경우에만 주목해 문제제기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008년, 올해의 특별사면에서 음주운전 사면대상자가 164만 2,89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730명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정지 등으로 행정처분을 두 차례나 사면 받았고, 벌점 초과 등 다른 이유로 면허정지 또는 취소된 이들까지 포함하면 두 번 이상 특별사면을 받은 이는 5천명이 넘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 후 2년간 인적·물적 피해가 수천억원에 이르고,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4,300명이 넘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에도 “매년 사면이 단행된다면 국민들의 법질서 준수 의식은 약화될 것이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위반행위들이 일어나 교통안전을 해하게 될 것인데, 반면 위반행위자들은 또 다시 사면을 기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문제와 부작용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사면심사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미흡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리 기업인·정치인에 면죄부 주기 위해 악용되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개선돼야

그러나 이주영 의원도 지적했듯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한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정치적 이해관계의 결과물로 남용”되고 있고, 온갖 비리를 저지른 재벌총수 일가나 정치인들이 사면·복권되면서 사법부의 판단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이같이 정치적으로 남용된 사면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생계형 사범 사면’이라는 이름으로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위반사범에 대해 지나치게 면죄부를 쥐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이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초기인 1998년 3월에 552만명을 사면했고, 2002년 월드컵으로 481만명을 사면함. 노무현 정부도 2005년 8월에 422만명 등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다”고 합니다. 이 의원의 자료에는 빠져있습니다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6월 4일에는 282만 9,067명을 비롯해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34만 1,863명, 올 광복절 특사 때 152만 7,770명 등 벌써 469만 8,700명이 특별사면 되었습니다.

이주영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60여년 사이 사면권 행사는 단 4차례 뿐이었고, 독일 헌법재판소는 “사면은 법률의 획일성이나 경직성, 수사과정의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서만 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미국도 지난 20년간 3명의 대통령이 총 709명만을 사면한 것에 비추어보면 우리의 특별사면은 양적으로도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고, 질적으로도 ‘사회통합’이라는 명분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비리 기업인과 비리 정치인들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사면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해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가 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여당 의원들 “국민 60% 이상 사형 찬성. 법무장관이 사형 집행 거부하면 현행법 위반”

장윤석 의원(한나라당, 경북 영주), 손범규 의원(한나라당, 경기고양시덕양구갑), 이주영 의원 등이 법무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강호순 사건 등으로 국민들의 60% 이상이 사형 집행에 찬성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465조 등을 들며 법무부장관이 사형 집행을 거부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홍일표 의원(한나라당, 인천남구갑)도 법무부에 “형사소송법 465조가 강행규정인가” 라고 서면질의해 “강행규정으로 보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답변에서 “사형집행은 인간생명의 문제가 개입돼 있고 철학적, 종교적, 국내외적 여건 등 참으로 많은 기본적 문제가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 6월 11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서 “사형재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밝히기도 해서 사형제와 관련해 그 입장이 여전히 뚜렷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연쇄살인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형제 존폐 논란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한인섭 교수(서울대, 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등 전국의 형사법 교수 132명이 “우리는 사형집행의 재개를 강력하게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성명에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할 14가지의 근거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13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면위원회와 국제엠네스티로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abolitionist in practice) 국가로 분류되었습니다. 해마다 2~3개 국가에서 사형제를 폐지하고 있고, 사형을 폐지하거나 10년 이상 처형하지 않는 국가도 전 세계 197개국 중 138개국이나 됩니다. 이에 반해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4개국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인권선진국을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사형을 집행하는 인권후진국에 포함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연쇄살인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사형제 존폐론의 핵심은 늘 ‘살인범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라거나 ‘피해자의 응보 욕구를 제도적으로라도 대신해야 한다’는 논란 때문인데, 사형제 여부가 살인율의 변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함은 세계적으로 증명되고 있으며, 사형으로 피해자의 응보 욕구가 일부 채워질지는 몰라도 실익이 전혀 없다는 점, 판결에 잘못이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 등에 비추어봐서도 그 근거가 미약합니다.

한 인간의 생명은 지구 전체보다 무겁다고 합니다. 살인범이 인간의 생명을 가벼이 여겼다고, 그에 대처하는 국가조차도 생명을 경시하는 것은 잘못 아닐까요? 국가는 제도의 운용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 가치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또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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