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미분류 1999-01-15   1617

‘전관예우금지’를 입법화하라

이종기변호사 수임비리사건에 대한 연속 논평(6)

「전관예우 금지」반드시 입법화되어야 한다

– 법무부장관의 「전관예우금지」 입법 반대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

지난 14일 법무부장관은 법조비리 척결을 위한 대안적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전관예우금지가 위헌성과 형평성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이 아니며,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변호사법 개정안에 이 규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는 의견서를 발표하였다. 이순호변호사에 이어 이종기변호사 등 계속되는 수임비리 사건의 핵심이 전관예우의 악습에 있다는 것을 최종책임자인 법무부장관이 아직도 인식하고 있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느낀다.

전관예우 금지와 관련 ‘판검사 및 군법무관이 퇴직 후 2년간 근무지 관할 구역의 형사사건만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형사사건 수임제한 방안’이 위헌이며 형평을 상실한다는 주장은 전관예우의 지속으로 불법적인 이익을 얻고자 하는 법조인의 직역이기주의적 발상임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며 법조비리 개혁을 위해 ‘전관예우 금지조항’은 반드시 변호사법 개정안에 포함되어야 한다.

법무부의 주장을 반박하기 앞서 우선 이 문제를 포함한 사법개혁의 방향은 판·검사나 변호사 등 법조인의 입장에서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 잘못된 사법제도의 희생자는 결국 국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법개혁의 기본적 인식은 국민에게 보다 편안하고 질 높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

‘형사사건 수임제한’이 위헌성이 있다는 법무부의 주장에 대해

법무부는 형사사건 수임제한은 형사사건을 주로 취급하였던 판사와 검사 및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에 대해 사실상 「개업지제한」에 해당하며 이는 지난 89년 헌법재판소에서「비례의 원칙」,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결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전 2년간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2년간 취업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어길 때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라는 규정이 있어 형사사건 수임제한과 같은 유사한 선례가 이미 존재한다. 일반 공무원에게는 적용되는 이러한 규정이 유독 판·검사 및 군법무관에 적용될 때 위헌이라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89년 당시 이 결정은 모든 법조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법조경력 15년 미만인 자에게 만 개업장소를 제한’하여 평등권에 위반된다라는 취지였지, 개업지 제한 자체가 부당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러한 제한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관련규정에 비추어 보거나 사법정의 확립이라는 대원칙을 위해 이 정도의 제한은 불가피하다.

‘형사사건 수임제한’이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법무부의 주장에 대해

법무부는 변호사가 수임하는 여러 종류의 사건 중에서 유독 형사사건에 대하여 수임을 제한하는 것은 형사사건을 주로 취급하여 온 판·검사 그리고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에게만 결정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사와 군법무관은 성격상 오직 형사사건만을 취급하였기 때문에 다른 사건을 취급하기 어렵고 사건의뢰인들도 이들에게는 주로 형사사건만을 의뢰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형사사건 수임을 제한하자는 것은 전관예우가 주로 형사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의 경우 대부분 인신구속과 관련이 있어 개인에게 주는 타격이 심하고, 형량도 지역이나 판검사에 따라 모두 제 각각이기 때문에 ‘전관예우’ 시비가 계속되는 것이다. 97년 한해 전국 각 지역변호사들의 형사사건 수임현황을 보면 연간 200건 이상의 사건을 맡은 전국변호사 21명 중 20명이 개업한지 1-3년 안팎인 판검사출신의 전관변호사들'(대한매일 1.12)이다. 게다가 97년 한해 12개 지방변호사회의 형사사건수임변호사 순위별 상황에 따르면 사건수임건수 10위 이내의 변호사 가운데 판검사, 군법무관 출신이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관예우 실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구체적 증거로서 전관예우금지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꼭 필요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전관예우 금지란 판·검사, 군법무관이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직전 근무지에서는 2년간 형사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는 제한 규정이다. 이것은 모든 지역에서의 형사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전 근무지에서 개업 시에만 문제가 되는 것이므로 포괄적인 규정도 아니다. 굳이 판검사, 군법무관 등이 직전 근무지에서 형사사건을 수임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관예우라는 불법적인 특혜를 계속 누리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형사사건 수임제한이 사건의뢰인들의 권리에 위배된다는 점에 대해

법무부는 사건의뢰인들 입장에서 보아도 형사사건 또는 군형사사건의 오랜 실무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판·검사나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관예우는 고액수임료를 부채질하여 오히려 사건의뢰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제도이다. 물론 전관의 사건 성공률이 높아 의뢰인들이나 브로커들이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은 전관예우의 폐해를 근절함으로써 바로잡아야 하는 잘못된 관행이다. “개업한 지 1년안에 10억에서 30억을 벌지 못하면 자존심에 금이간다”고 생각하는 일반 변호사들의 인식 에 대한 한 변호사의 비판은 (중앙일보 99. 1. 14) 전관예우의 관행과 고액수임료의 관계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전관예우는 주로 형사사건 중 구속사건의 피의자, 피고인의 석방문제를 둘러싸고 나타나는데 그 결과가 합리적인 법논리가 아닌 전관의 연고에 의해 좌우된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사건의뢰인들의 권리 침해를 넘어 오히려 대다수의 국민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결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게다가 고액 수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사법적 판단이 결정되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다.

전관예우가 죄질이 나쁜 피의자를 풀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고액수임료도 마다 않고 전관 변호사를 수임하는 경우는 대개 꼭 사법적 판결을 피해보고자 하는 악성 범죄자들이 많다.

형사사건 수임제한의 외국 입법례가 없다는 법무부의 주장에 대해

법무부는 미국·영국·일본·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형사사건 수입제한과 같은 포괄적인 수임제한을 하는 입법례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의 선례가 없는 이유는 전관예우가 한국의 고유한 부패현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합리적인 사법구조와 철저한 법조윤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관예우 금지가 필요 없다. 또한 법조일원화가 되어 있어 변호사들 중에서 판사와 검사가 임용되기 때문에 변호사 개업을 하기 전에 실무경험을 쌓는 기간으로 이들 직을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 또한 판사가 사실상 종신제이기 때문에 변호사개업을 하는 예가 거의 없다. 또 형사사건의 경우 국선변호인 수임률이 70%나 돼 변호사의 전관여부나 로비력이 문제되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전괸예우라는 관행이 존재하는 한국의 사법적 현실을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법개정]안에 ‘전관예우금지’ 규정’의 도입은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이를 어겼을 때 처벌규정을 강력하게 하고 인신구속제도의 개선, 합리적인 양형제도의 확립, 법원 검찰의 내부통제 강화, 형사사건의 성공사례 금지 등도 더불어 실시되어야 한다.

전관예우와 같은 고질적인 폐해를 변호사 스스로의 자정 노력에만 맡겨둘 수 없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순호변호사 수임비리 사건 이후 의정부지역 변호사들이 형사사건 과다수임 시 경위서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결의했으나 최근 검사출신 일부 변호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자정노력이 유명무실화되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가 일부 법조인의 편에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사법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기만임과 동시에 사법개혁에 앞장서야 할 법무부가 스스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법무부 및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 이번 의견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전관예우 금지조항을 즉각 입법화할 것을 촉구한다.

1999년 1월 15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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