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12-01   1089

[07호] 공익소송의 새 장을 열자

공익소송

공익소송의 새 장을 열자

장소영 (참여연대 공익소송센터 간사)

일상생활에서 국가 혹은 사인의 행위로 인하여 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일반 시민은 소송, 고소.고발, 어떤 행동을 취하기가 어렵다. 피해가 무척 작은 것이어서 소송을 하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되기도 있고, 손해의 원인이나 피해자의 규모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소송에 큰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피해자가 “경찰서 문 앞에도 가 본 일이 없는” 선량한 보통의 시민들이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절차를 취하기도 어렵고 그 요건들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들로 우리는 항상 얼마간의 손해를 보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공익소송’과 ‘공익법’은 개념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법률용어도 아니다. 1960년대 이후에 법영역에서 새롭게 등장한 일련의 흐름을 가리키는 말로 흩어져 있는 이익(diffuse interest)을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운동단체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Public Interest Law Group이나 영국의 Law Cetnre가 이러한 공익법운동의 구체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1987년 ‘망원동 수해 손해배상 소송’과 1992년 ‘백화점 사기세일 소송’,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노령수당 지급대상자 선정제외처분 취소청구소송’, ‘국민연금기금운용 손실액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등 여러 형태의 공익소송이 제기되었고, 일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공익소송이라는 용어 자체는 참여연대가 지난 1994년 9월 공익소송센터를 설치.운영하면서 만들어지고 보편화되기 시작하였다.

참여연대 공익소송센터에서는 몇차레의 공익소송의 경험과 외국의 사례를 검토하여 지난 11월 22일 ⌈공익소송법 제안설명회⌋를 갖고 우리의 현실에 맞는 ‘공익소송법’의 초안을 발표하였다. 이 법안은 공익소송이 수행되기 위한 소송법상의 난점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특히 피해를 입은 한 개인이 제기할 수 없는 소송의 경우 공익단체들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거나 집단소송의 문제, 소송수행에 필요한 비용문제, 시민단체의 활동비용과 공익소송 수행 변호사의 교육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례를 통해 간략하게나마 참여연대가 제안한 ‘공익소송법’의 필요성과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다.

⌈사례⌋

서초구 현대아파트는 왕복 4차선 도로의 이면 약 15-20m안쪽에 15개층 2개동 약 240세대 정도가 거주하고 있었는데, 위 현대아파트 앞 왕복 4차선 도로에 인접한 나대지를 미주산업에서 경락받아 새로 5층의 사옥건물을 신축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그 건물의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 지탱하던 토류판이 무너져버리는 바람에 공사장 옆 토사가 흘러내리고 인근 지반이 침하되어 공사장 서쪽에 있던 도로가 갈라지고 그 도로 너머에 있던 2층 상가 건물의 기층부분이 가로로 약간 금이가게 되었고, 앞 동에 있던 아파트 벽면이 사선으로 갈라지고 문짝들이 제대로 닫히지 않게 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처음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인근 상가와 아파트에 적지 않은 피해가 있는데 도대체 피해배상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참으로 억울하지만 답답해 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 아파트 벽면 자체에는 이상이 없지만 아파트 전체 벽면이 갈라졌다면 장기적으로 건물의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아파트 값도 떨어질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하려니 그 비용을 부담하기 만만치 않을 것 같고 직접 소송을 하자니 개인적으로 바쁜 일상생활이 있는데, 어느 세월에 법원에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그 귀찮은 준비서면을 작성하고 할 것인가. 참여연대 공익소송법안에서는 이와 같이 다수의 피해자가 있는 공익소송은 각 피해자뿐 아니라 상근변호사가 있는 공익법운동단체에도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공익법단체가 참가를 꺼리는 사건인 경우에는 법률구조공단에 법률구조신청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공익소송을 하는 변호사는 그 조세가 면제되기는 하지만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약정을 할 수 없고, 약정한다해도 무효이다.

소송을 제기한 다음에도 문제는 있다. 옆집사는 아줌마가 소송제기 사실을 몰라서 원고집단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데 어쩌지. 서초구 현대아파트 2개동에 사는 모든 입주자가 소송을 제기했는데, 어떤 사람이 이사를 간다면 다시 원고를 바꾸어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게 아닌가. 다시 소송을 제기했는데 또 이사를 간다면. 엄청난 참을성을 요하는 소송이 되겠군. 그리고 사실 벽이 갈라진 동이라도 그 손해가 얼마가 될 것인가. 갈라지지 않은 동도 그렇고. 손해액은 원고가 입증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공익소송법안에서는 법원은 원고집단의 범위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제소사실을 공고하도록 하여 제소사실을 알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원고집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하고 있고, 소송계속중에 변경이 있어도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심변론종결시까지는 피해자는 원고집단에 가입 또는 탈퇴를 할 수 있다. 손해액과 관련해서는 공익소송법은 손해배상책임의 확정과 손해배상액의 확정을 나누고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책임만 확정하고, 후에 조정에 의하거나 별소로 각자의 손해배상액을 확정하는 방법에 의할 수 있다. 게다가 원고가 손해액을 확정하지 못하고 추정되지도 않는 경우 직권으로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제 소송이 진행되는데, 손해를 측정하기 위한 감정비는 비쌀 것인데, 그 비용은 각자가 모두 내야하나. 아무리 변호사가 소송을 한다고 해도 건설업에 대하여 아는 게 별로 없으면 입증하기 어렵지 않을까. 만약 회사에서 증거가 되는 서류를 모두 갖고 있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공익소송법안에서는 감정비용에 관하여 이를 국가나 법률구조공단에서 부담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이 공적기관에 감정을 명령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증거에 대하여도 특례를 두고 있어 공익소송에 있어서는 개연성이론을 명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문서제출명령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문서의 표시, 취지에는 개략적인 주장만 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공익소송법안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패소시도 원고측에 소송비용의 전부 혹은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행정청에 대하여 의무이행소송의 형태를 인정하고 있으며, 금지명령과 작위명령의 신청도 규정하고 있다.

<발문형식으로>

공익법이란 소외집단이 사회에서의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기회와 권리에서 비롯된 사회적, 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법’을 통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외집단의 그리고 그들을 위한 투쟁의 일부이다. – 라지브 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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