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0-02-11   957

기대 반, 우려 반 ’21세기 사법발전계획안’

대법원의 ’21세기 사법발전계획’에 대한 논평

사법서비스 확대와 인권보호기능 강화 환영,

그러나 시행여부는 미지수

1. 대법원이 10일 발표한 ’21세기 사법발전계획’은 사법서비스의 확대 및 피의자의 인권, 방어권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계획안 중 일부는 관련법률의 개정이 선결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법무부 및 검찰과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어 이번 계획안이 실제 시행과정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2. 현재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사재판 피고인이 전체의 50%가 넘는 현실에서 국선변호인제를 확대하는 것은 약자의 위치에 있는 피고인의 권익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기소전 국선변호인제도를 도입해 검찰의 공소제기 전에도 변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수사와 인신구속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그동안 국선변호인제도가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변론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국선변호인의 선임료를 현실화하는 등, 여러 보완책들이 마련돼야할 것이다.

3. 무엇보다 피고인에게 검사의 수사기록과 증거에 대한 열람과 등사를 허용한 증거개시제도의 도입은 그간 검찰에 유리한 증거에 대해서만 증거조사가 이뤄지는 부작용을 줄이고 검찰과 피고인이 대등한 지위에서 소송에 참가하게 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방어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검찰은 중요 증거를 재판전에 공개할 경우 공소유지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법원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4. 그동안 법률과 양심에 따른 소신판결이나 평생 직업법관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가로막았던 직급제 대신에 정년보장의 성격이 강한 단일 호봉제를 실시함으로써 인사권자나 상급자로부터 자유로운 판결을 가능하게 하고, 또한 경험과 소신을 갖춘 법관이 승진 누락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직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경험과 능력을 갖춘 법관의 수를 증가시키고 그에 따른 판결의 신뢰성과 법관의 전문성 제고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 사건의 경중에 관계없는 잦은 법정 출두를 줄이기 위한 심리절차의 개선은 재판의 효율과 신속화를 통한 사법부의 대국민 서비스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정을 통한 분쟁 종결 확대는 소송만능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고 판사의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 이번 대법원의 ’21세기 사법발전계획’ 발표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법원내부의 개혁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대법원이 발표한 계획에서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빠져 있음을 새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권의 독립을 통한 법치주의의 확립만이 그간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극복하고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법원이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애초의 의지대로 계획안을 실행시킬지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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