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12-01   1552

[07호] 대법관 임명시 인준청문회 제도의 도입 필요성

대법관 임명시 인준청문회 제도의 도입 필요성

천낙붕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간사)

임기 만료되는 대법관

1997년 2월 김석수 대법관의 임기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그 후임의 새로운 대법관의 임명에 관하여 법조계 주변에서는 많은 말이 오고 가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하는 말로부터 상당히 심각한 입장의 말들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무성하다. 이제,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지에 대해 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접근해 볼 때가 되었다.

대법원은 헌법과 법률의 구체적 해석 및 그 적용을 담당하고 있는 독립된 사법부 최고기관이라는 단순한 법적 의미를 넘어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일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징표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법조인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항상 어떠한 자질과 인품을 가진 대법관이 임명되는가에 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또한 새로운 대법관 임명절차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여 각계에서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행사의 비민주성과 국회의 대법관 동의절차의 형식성에 대한 그릇된 관행을 청산하려는 의지에서 대법관의 인사청문회 제도의 실시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의 근거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104조 제2항)는 헌법 취지는 사법부에 대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국정의 비판과 감독 기능을 가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대법원의 구성에 관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므로(헌법 제2조) 국민들은 국정에 대하여 알권리가 있고 국회는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국민들에게 새로운 대법관에 대한 자질과 능력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대법원 구성에 국민들의 여론을 올바로 반영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국정의 비판, 감독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국정조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법행정작용인 법관의 유효적절한 배치에 관하여 국정조사를 할 수 있고 국정조사의 한 방법으로 제청된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함으로써 국회가 가지는 임명동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여야 한다.

인사청문회, 국회의 본질적 권한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 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고 (헌법 제61조 제1항),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로 하여금 국정의 특정 사안에 관하여 조사를 시행할 수 있다(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또한 위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국정감사 및 조사를 포함)의 심사에 필요한 경우 청문회를 열 수 있다(국회법 제65조). 현행 법체계상 인사에 관한 동의는 청문회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일부의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인사에 관한 동의안을 다른 의안과 달리 볼 근거가 없으며, 미국 하원의 경우에는 “기타 규칙이 부여한 기능과 직무의 수행을 위하여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포괄적인 규정만으로 청문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상원의사규칙은 하원의사규칙보다 더 포괄적이다. 또한 국회가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대법원 구성에 관한 일정한 비판과 견제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 그 권한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그러므로 국회법상의 청문회 관련 조항은 일반 청문회에 관한 조항이므로 특정 사안인 인사청문회는 제외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는 국정의 비판, 견제 기능이 국회의 본질적이고 고유한 권한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대법원장의 독점인사 배제해야

미국 헌법은 우리 헌법 규정과 같이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판사 임명 방법이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하였으나 법률에 의하여 설치될 모든 연방 정부관리를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구해 임명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미국의 상원의원들은 이 규정을 단순히 동의여부만 결정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적극적인 관여를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운용함으로써 대법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첫단계부터 인준시까지 특히 인사청문회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이 1930년대 이후 관행이 되어 왔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와 같이 대법원장이 대법관에 대한 임명 제청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입법예는 선진 제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실제로 작금의 현실은 대법원장이 고시 기수 및 개인적 친분 등 전근대적인 기준에 따라 행하여 질 뿐이고 대법관추천회의와 같이 제도적이고 공개적인 절차가 배제되어 일반 국민의 여론이 차단된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는 국회의 동의가 올바로 이루어지기 위하여서는 대법관의 임명절차 과정에 반드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어야 한다.

앞서본 여러 근거에 의하여 현행 법체계상으로도 인사청문회가 가능하지만 이를 명백히 하기 위하여 국회법을 개정하여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의 임명 기준

법조계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법관의 임명기준을 포괄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뚜렷한 소신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 급변하는 사회 상황에 대한 전문적식견과 교양을 갖춘 사람, 소신과 용기로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거나 헌신한 사람, 청렴한 생활과 겸허한 행동으로 국민과 법조계의 존경을 받는 사람 등이다.이러한 기준은 비록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모두 수긍하고 있다고 본다.

1994년 7월에 있었던 대법관 6명에 대한 임명에서 대법원장은 당시 대한변협회장등 재야법조 원로 몇분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는 등 의견수렴의 외양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민주적인 의견수렴이란 다양한 차원에서 각계의 대표가 참가해 개방된 공식적인 기구를 통하여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위와같은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한 밀행적인 의견수렴은 크게 미흡한 것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그동안 법관의 인사에 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각 법관들의 신상 및 자질 등에 관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여 오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전산망이 현대화하면서 그 수집이 용이해지고 있다. 앞으로 언제든지 인사청문회가 도입되면 이러한 자료가 청문회에 제출될 것이다. 또한 모든 자료에 대하여 객관성이 담보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대법관의 임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한시바삐 도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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