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6-01   1754

[05호] 법조윤리강령을 제정하자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앵글로 색슨계 국가들을 흔히 불문법 국가라고 말한다. 독일. 프랑스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들의 성문법주의에 대해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명문의 법률 대신에 판례를 통하여 법적 규범을 형성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미와 같은 나라의 법률을 들추어보는 순간 이러한 규정이 대단히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고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문'은 커녕 '거미줄 같은 성문'의 국가임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거미줄 같은 법조인 윤리

바로 '거미줄' 같은 규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법조인 윤리'에 관한 것이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이미 거의 한 세기 전인 1908년 최초로 <직업적 윤리규범집>(Cannons of Professional Ethics)을 채택하였다. 그 이후 변호사들에 대한 윤리규정은 변화를 거듭해 1983년 현재의 <직업적 행동에 관한 모법규칙>(Model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을 완성되고 1992년 개정되어 실시되고 있다. 이 규칙은 35개 이상의 주에서 채택하여 거의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수백 개 조문으로 이루어진 이 규칙은 변호사가 자신의 활동과정에서 당사자와 법원, 검찰 등과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지 소상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8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의 변호사들이 이러한 규정을 통하여 직업윤리의 기준을 제시받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형사사건에 관한 검찰과 언론의 윤리에 관한 , 판사들의 윤리에 관한 , 상사분쟁의 중재 윤리에 관한 와 같은 특수영역의 윤리강령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윤리강령이 지천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대학교수들조차 학생에 대한 의무, 법과대학과 대학에 대한 의무, 학자로서의 의무, 일반 대중에 대한 의무 등을 규정한 윤리강령(Association of American Law Schools Statement of Good Practices by Law Professors in the Discharges of Their Ethical and Professional Responsibilities)을 가지고 있다. 유럽국가들도 '윤리강령 천국'인 미국만큼은 못하지만 각자 고유하고도 보편적인 윤리강령을 지니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변호사들의 윤리헌장을 채택하여 전 유럽 회원국에 준수되도록 한 바 있다. 가 바로 그것이다.

윤리강령을 제정하였다고 곧바로 법조인들의 윤리가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많은 법조인들의 행동의 기준이 되고 비판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그 유효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빌 언1덕'을 마련해 놓으면 변호사회, 법원, 검찰, 시민단체 등에서 법조인들의 비윤리적인 행동들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다. 그 무엇보다도 법조인 스스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기준을 설정 받을 수 있어 행동의 예측과 활동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법조윤리강령기초위원회를 신설하자

다행히 이러한 노력은 이미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사법연수원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법조윤리 강의가 지속되어 왔고 지난 1994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미국변호사윤리강령>을 책으로 펴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7개항의 강령과 본문5장 48조문으로 구성된 윤리규칙을 갖고 있으며 95년 7월1일부터 법관윤리강령이 대법원 규칙으로 시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법조윤리강령 채택의 밑거름이 될 것임이 명확하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노력들이 구체적인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할 때가 왔다. 대한변호사협회 내에 명망이 높은 법조인들과 각계인사들로 구성된 <법조윤리강령기초위원회>를 설치하자. 외국에 자료조사 및 연구반도 파견하고 여론조사도 하면서 몇 년이 걸려도 좋으니까 이 위원회가 판사,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의 각 영역에 걸친 윤리강령 초안을 만들어 내도록 하자. 이 노력으로 우리 법조인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법정의를 이 땅에 만발하도록 하자.

박원순(참여연대 사무처장,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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