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2003-04-14   1679

“판결 아무리 잘못해도 22년은 끄떡없다?”

‘법관 인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서 현직판사와 법학교수들 설전

▲’법관 인사제도의 개선 방안’ 토론회가 14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려 현직판사와 법학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주최한 ‘법관 인사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 현직 판사가 참석해 인사제도의 개선을 주장하는 법학교수들과 열띤 공방을 벌였다.

14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는 “문민정부 수립 이후 사법권독립은 행정부가 아닌, 법관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법상층부로부터의 개별법관의 독립이 쟁점이 되고 있다”면서 “개별법관이 승진이나 전보 등 인사조처에서의 불이익을 의식해 소신과 양심보다는 ‘무난한’ 판결을 선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대법원을 정점으로 관료집단화 경향을 보이는 사법부는 소수와 약자 보호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경직된 법관인사제도가 기수문화와 결합하면서 비효율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같은 폐해를 낳고 있는 법관인사제도의 개선안으로 △의결권을 갖는 법관인사위원회 설치 △대법원의 법관 승진체계에서의 완전한 분리와 위상 강화 △지방법원 합의부 폐지 및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순환보직제로의 전환 △법관근무평정제도의 개선 등 6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법관인사 전체를 관통하는 인사 기준은 당사자의 희망-당사자의 조정-배치 기준이라는 순서에 따라 진행되며, 배치기준도 나이순에서 1979년부터 성적서열로 바뀌었다”면서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인사관행이라는 판례법으로 철저하게 제한돼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판사는 또한 “현행 고등부장제도의 개선안으로 법관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 검증에 다른 국가기관, 재야변호사, 시민단체가 참가한다면 사법권독립에 치명적인 위기가 될 것”이라며 법원 인사에 대한 외부참여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홍 판사의 주장에 대해 신평 대구카톨릭대학 법학 교수는 자신의 판사시절 경험을 들어 법원조직의 폐쇄성을 비판했다. 신 교수는 “공공연히 돈을 받고 판결을 파는 것을 목격, 그 충격과 경험을 토대로 사법부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썼고, 결국 대법원은 법관재임명에서 나를 탈락시켰다”면서 “사법무결점주의의 신화에 침윤된 일부 사법권력 엘리트들은 법원의 부패를 지적하는 내부 구성원에 대해 공공연한 흑색선전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신평 대구카톨릭대 법학 교수는 ‘소수 사법엘리트에 의한 인사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자신의 재임명탈락 경험과 몇가지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신 교수는 “1년에 판결 한 건 제대도 선고하지 않는 판사가 1년의 좌천성 전보를 거쳐 다시 승진하고, 법조브로커와 결탁해 온갖 악폐를 저지른 모 지원장은 검찰의 구속 방침을 미리 안 법원의 배려로 구속 직전 사직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일 등 소수의 사법엘리트에 의한 사법권력의 독점 폐해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에 대해서는 발제를 맡은 임지봉 교수와 홍 판사 간의 가벼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 교수는 “최근 재정신청을 받아들인 판사 한 분이 원래 서울 전보 예정이었는데 지방으로 발령받았다”고 예를 들며 “대법원장의 전보권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판사는 “인사는 희망-조정-배치 기준의 순으로 적용되고 있고, 문제가 된 판사의 지방발령은 다른 판결에 따른 평가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임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홍 판사가 “근무평정은 인사에 반영되지 않고, 22년간 법관 개인도 자신에 대한 근무평정 카드를 볼 수 없다”고 주장하자, 신평 교수는 “아무리 훌륭한 법관도, 아무리 자질이 떨어지는 법관도 22년간 인사상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이런 획일적 형평주의가 국민 입장에서 용인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가 사회를 맡았고, 김종남 변호사, 정지석 변호사(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등 총 6명의 패널이 참석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토론회를 포함해 올 한해 동안 사법개혁과 관련된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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